슈니첼돼지고기 얇게 썰어 넓고 크게 펴는 것이 맛의 관건

웬 고기 슬라이스 한 점이 접시 보다 더 크다.

커다란 접시 옆 가장자리로는 고기 옆 부분이 아예 흘러 내릴 정도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음식 '슈니첼(Schnitzel)'이 주는 첫 인상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의 조그만 레스토랑 '휘글뮬러(Figlmuller). 우리에게 일명 '오스트리아식 돈까스'로도 불리는 슈니첼 전문점이다.

돼지고기에 빵가루 등을 입혀 튀겨 내는 슈니첼은 오스트리아 하면 떠오르는 대표 메뉴. 시내 한 골목길에 들어가 좀 걸어야만 눈에 띄는 이 레스토랑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슈니첼 전문 맛집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처음 여행 책자에 소개됐는데 맛이 정평이 나면서 벌써 웬만한 시간대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

주문한 슈니첼을 받아 들곤 일단 압도되는 것은 크기. 돼지 고기 튀김(슈니첼)이 얹혀 있는 접시도 큰데 웬걸! 접시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커다란 고기 살점 밑에 '당연히 있으려니'.

맛을 보면 우리네 '돈까스'와 기본이 크게 다르진 않다. 서울의 '왕돈까스' 집에서 보는 것처럼 크고 얇다는 점은 일단 공통점. 한 점 썰어 먹어 보면 '돼지고기 튀김' 맛임에는 분명하다.

차이라면 담백하다는 것. 분명 조리법은 튀긴 것인데도 여느 돈까스들처럼 튀김옷이나 고기에서기름지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건조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그래서 먹다 보면 약간 '물이 켠다'.

비로소 이 때 한국 사람들이 찾는 것이 옆에 놓인 감자 샐러드와 화이트와인. 감자 조각들 위에 야채를 흩뿌리고 새콤한 드레싱을 입혀 '메마른 입맛'을 다시 살려 준다. 이상할 정도로 거의 동시에 감자 샐러드와 와인 한 잔에 손이 간다. 모두 비슷하게 고기 맛만으로는 느끼하다는 반증.

원래 고기 살점 가운데 놓여 있던 레몬을 뿌려 보는 것도 괜찮다. 약간 수분이 배이고 고기에 상큼한 향이 배이니 더 먹기 쉬워진다.

하지만 그렇게 고기 한 점, 감자 한 조각씩 '부지런히' 포크를 들었다 놨다 해도 원래 커다란 고기 한 점을 다 먹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인 대부분이 평균 절반 크기는 남기기 일쑤. 아무래도 본전이 생각나기 쉽다. 굳이 체면을 따지지 않는다면 '테이크 아웃'으로 싸가면 된다. 그런데 옆 자리의 유럽 사람들은 '잘도' 먹는다. 별로 남기지 않는 수준. 체격도 크지만 입맛에 익숙한 이유이지 싶다.

슈니첼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넓고 크게 펴는 것이 맛의 관건이라 한다. 망치로 때려 부드럽게 펴는데 시골에서는 돼지고기 기름을 사용해 튀긴다고. 그래야 더 고소한 맛을 내는 우리 빈대떡과 흡사하다.

그래도 서빙하는 직원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다. 밖에서 보면 조그만 스낵집만한 크기와 인테리어지만 복장만은 럭셔리 레스토랑 이미지다. 어쨌든 주의할 일은 원래 테이블 중간에 놓여 있던 빵의 유혹을 뿌리칠 일이다.

허기진다고 멋 모르고 집어 들고 맛있게 먹다간 두 번 놀란다. 첫 째는 짜다는 것. 그리고 두번 째는 별도로 계산해야 된다. "'돈까스' 아니, 슈니첼도 남겨 아까운데 이럴 줄 알았으면 빵은 먹지 말걸!'.



글·사진 비엔나(오스트리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