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울릉도도동~ 성인봉~ 나리분지 코스 겨울낭만 만끽하는 눈꽃 산행

나리분지의 겨울
신비의 섬, 울릉도.

사철 아름답지만 눈 덮인 겨울이 더 아름답다. 바다에서 올려다본 울릉도는 흰 고깔모자를 쓴 것 같다.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으로 가는 길에는 피어있는 설화는 그 어떤 꽃보다 차갑고 아름답다. 깎아지른 듯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성인봉의 남쪽 사면을 악전고투하며 오르다보면 어느덧 성인봉 정상.

가슴이 시리도록 푸른 동해바다 위를 항해하는 범선의 마스트 망대에 올라있는 느낌이다. 발길을 북사면으로 옮겨 엉덩이 스키를 타고 내려오면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평지가 있는 나리분지. 또 하나의 설국으로 들어온 듯하다. 겨울이면 눈 세상으로 변하는 울릉도. 3월이 와도 여전히 눈 세상인 그 곳에 가면 겨울 낭만을 여전히 만끽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곳인 울릉도이기 때문에 울릉도의 겨울은 당연히 설국이다. 눈 소식이 들리면 1m씩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강수량이 많았던 올해도 눈 풍년이다. 지난 연말부터 짬짬이 내린 눈이 차곡차곡 쌓여 성인봉으로 가는 길은 어른 키가 넘는 높이의 눈으로 뒤덮였다.

성인봉 등반길에 내려다본 도동
보통 어른 키 정도로 자라는 설대 위에 눈이 덮여있을 정도다. 보통 눈 내리고 나서 바로 산행을 하기는 힘들지만 사나흘 후 눈 표면이 어느 정도 굳어지면 길도 잘 난다.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눈꽃 구경은 실컷 할 수 있다.

울릉도를 가로지르는 겨울 눈 산행의 출발지는 육지 배가 도착하는 도동부터. 이곳에서 KBS 도동 중계소나 대원사 가는 길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딱딱한 시멘트 포장길이 싫다면 도동 선착장에서 KBS 중계소까지는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대원사 가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택시 이용이 어렵다. KBS 중계소나 대원사 코스를 택하더라도 초입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언덕길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리고 이 두 길은 중간에서 만나게 되어 있어 처음부터 무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KBS 중계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젠과 스패치로 무장하고 들어선 등산길의 시작은 다소 완만한 소나무 숲길. 그러나 이내 경사가 급해지고 발은 눈 속에 빠져든다. 앞서간 사람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 위에 발을 얹어 놓지 못하면 푹 꺼져든다. 기온이 조금 올라간 늦겨울의 눈은 표면이 얼고 속은 젖은 두꺼운 눈길이라 발걸음을 옮길 때 조심해야 한다.

이런 길을 30분 정도 걸어야 대원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곳에 이른다. 이곳부터 성인봉으로 가는 등산로의 중간지점인 팔각정까지 오르는 산길은 내내 오른쪽으로만 급경사다. 눈을 잘못 밟아 중심을 잃으면 골짜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나리분지 입구
산비탈에 세워진 쉼터의 이름은 팔각정. 이곳을 지나면서 비탈은 더 심해지고 쌓인 눈은 더 깊어서 눈을 다져가며 걸음을 옮겨야 할 지경이다. 눈이 없을 때는 200m 정도를 5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데 눈이 많을 때는 30분 정도 걸릴 정도다. 이런 악전고투 끝에 바람등대에 이르게 된다.

바람등대는 울릉도 서쪽 사면의 사동 쪽에서 출발해 안평전을 지나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다. 남쪽의 도동 바람과 서쪽의 사동 바람이 항상 마주 불어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 1㎞. 정상을 공격하는 히말라야 원정대가 숨을 고르듯 몸을 녹이고 간단한 요기를 하기 적당하다.

눈꽃, 얼음 꽃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면 성인봉 정상에 가까워진다. 성인봉 정상 가까이에는 바람이 강해 눈이 바람에 흩날리다 나뭇가지에 붙어 가지마다 눈꽃을 피우고 있다. 바람 가득한 설국의 매혹적인 풍광을 감상하다보면 벤치가 놓인 휴식처를 만나게 되고 이내 정상 표석이 서 있는 성인봉 정상에 닿게 된다. 33㎡ 남짓되는 마당 한쪽에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눈꽃 가득한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파노라마 같이 펼쳐지는 동해바다와 알봉, 송곳산 등 울릉도의 랜드마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선 뒤 나리분지로 내려가려면 다시 휴식처로 내려와 나리분지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내려간다. 여름철에는 성인봉 정상에서 내리막길이 끝나는 신령수까지 1시간 남짓 걸리지만 겨울에는 두 세배 더 걸린다. 급사면에 어른 키 높이의 눈이 쌓여있어 발길 내딛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신령수는 샘터로 물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신령수에서 울릉도 개척민들이 살았던 전통적인 주거양식인 투막집을 지나 울릉도에서 가장 넓은 땅인 나리분지에 이르면 꿈 같던 울릉도 눈꽃 산행이 막을 내린다.

약초와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울릉도의 별미는 산채정식. 취나물과 부지갱이, 참고비 등 무공해 산나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산행 뒤의 웰빙 식단으로 제격이다. 나리분지에 있는 나리촌식당(054-791-6082)에 가면 제철에 뜯어 말린 나물들을 이것저것 맛볼 수 있다.

울릉도 알봉분지 투막집

나리촌식당 산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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