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in the City] (1) 뉴욕

레스토랑 다니엘
연재를 시작하며…
파리, 뉴욕, 도쿄, 홍콩…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각 나라를 돌아 다니며 거의 모든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을 섭렵한 푸드컬처 칼럼니스트 이유진이 맛있는 도시들의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다이닝 신(dining scene)을 포착했다. 이유진
푸드컬처칼럼니스트

눈부신 네온사인, 하늘을 향해 도도하게 솟아있는 마천루, 분주하게 활보하는 사람들, 패션의 도시, 문화의 도시 뉴욕만큼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곳이 또 있을까. 아마도 지구상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도시, 그것은 뉴욕임에 분명하다.

그들에게는 음식 또한 하나의 문화고 유행이다. 최근 문을 연 식당,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 전문가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식당에 더 민감한 사람은 미식가인 파리지앵보다 시크한 뉴요커들이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이것은 그저 뉴욕 안에서의 관심에 그치지 않고 곧 세계적인 트렌드를 예고 한다는 점에서 뉴욕은 음식문화에 있어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뉴욕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고 인상적인 다이닝은 비즈니스 다이닝이다. 최고의 서비스와 맛, 그리고 섬세한 테크닉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중심 뉴욕에서 비즈니스 잘하는 사람은 비즈니스 다이닝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성공한 재미 사업가인 진수테리가 말하는 펀(fun)경영도 비즈니스 다이닝에서 주고 받은 재미있는 얘기에서부터 시작했고, 국내 모 기업의 뉴욕 진출 성공담에도 심혈을 기울인 비즈니스 다이닝 얘기가 빠지지 않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에는 어떤 마력이 있을까? 먼저 세계적인 스타 셰프가 만든 세련된 음식, 노련한 서비스, 최상급 샴페인과 와인을 맛본다는 것, 최고의 도시에서 최고의 맛을 경험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셰프 다니엘
한마디로 뉴욕에서 비즈니스 다이닝은 파인 다이닝(맛과 서비스가 모두 훌륭한 식사) 그 자체다. 프랑스에서 온 알랭 뒤카스, 다니엘 바울루드, 이태리에서 날아온 마리오 보탈리 등 너무나도 휼륭한 스타 셰프들이 뉴욕에 둥지를 틀고 매일밤 최고의 다이닝을 준비하며 뉴욕의 비즈니스 맨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물론 '최고급'만으로 도배한다면 그것은 서울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그 뒤에는 철저한 준비와 배려 다시 말해 그들만의 테크닉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눈 여겨 볼 만하다. 메뉴나 장소 선택에 신중한 것은 물론 초대할 사람이 태어난 해에 만든 와인을 준비한다든지, 한해에 몇 백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 컬트와인을 준비해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는 식이다. 월가가 휘청거리면 와인 가격도 덩달아 휘청거릴 정도니 이 테크닉은 꽤나 많은 뉴욕의 비즈니스 맨들이 사용하는 것 같다.

물론 비즈니스 다이닝은 일부 상류층이나 성공한 사람 혹은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그들만의 리그일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뉴요커는 종이 컵에 든 아메리카노에 베이글 한 조각으로 아침을, 콜라 한잔에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며 산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세계 경제의 심장부를 맡고 있는 뉴욕에서 가장 뉴욕다운 식사는 파워풀한 비즈니스 다이닝이 아닐까. 적어도 그들이 아메리칸 대신 뉴요커라는 말에 집착하는 이면에 숨겨놓은 시크함, 세련됨이라는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한 끼임에는 분명하다.

뉴욕의 비즈니스 다이닝

이유진 푸드컬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