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선 따라 걷고 군부대 병영생활 보는 새로운 형식 선보여

철책선을 따라 이어진 DMZ
1950년 한국전쟁의 유산으로 남북분단의 상징이 돼버린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로 불리는 DMZ가 '안보체험 관광지'로 일반에 새롭게 다가서고 있다.

사실 DMZ가 일반에 본격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남북간 긴장과 대치 현실을 직접 보여주는 현장 안보 교육의 일환으로 많이들 찾았다.

정작 투어나 관광이라기보다는 답사 혹은 단체 탐방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경기 연천군과 경기도, 군부대, DMZ관광㈜은 최근 새로운 형식의 DMZ관광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DMZ 체험 투어'다.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DMZ 철책선을 따라 직접 걸어보고 군부대의 병영 생활 현장도 찾아가 보는 체험형 관광 상품이다.

종전까지 DMZ 관광의 대표 장소는 경기 파주와 강원도의 철원, 고성 등. 파주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인데다 전망대와 땅굴을 둘러 보기 쉽다는 이유로, 철원과 고성도 국토 분단의 현장으로 큰 관심을 끌어왔다.

때문에 연천군은 한편으론 DMZ 투어의 신개척지로도 주목을 끈다. 종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차원의 관광상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파주와 함께 경기도내 유이한 DMZ 투어지역이라서다. 지역 내에 DMZ를 접하고 있는 곳은 이 밖에도 강원 화천, 양구, 인제군까지 모두 7개 시군에 달한다.

또 매주 월요일 파주 DMZ와 전망대가 운영되지 않지만 연천군 DMZ는 사시사철 365일 문을 열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벌써 외국인 관광객들은 DMZ를 찾아 가기 위해 매주 월요일 파주 대신 연천군으로 향하고 있다. 한편 안보와 함께 곧잘 거론되는 김포나 강화, 옹진군 등은 엄밀히 말해 넓은 의미에서의 접경지역에만 속해 연천군은 더욱 안보 관광지로 경쟁력을 갖는다.

연천의 DMZ 체험관광은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방문시 가장 먼저 둘러 보는 곳은 열쇠전망대. 남북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이름 붙여진 전망대에서는 직접 현역 군인이 나와 지형과 역사, 전쟁 당시의 전투 상황 등에 대한 설명해 준다. 보통 문화해설사나 공무원이 안내를 맡는 다른 지역의 DMZ과 달리 군복을 입은 군인의 씩씩한 설명은 더욱 긴장감을 불어 넣어준다.

최전방에 자리한 교회,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 T본 스테이크를 닮았다고 붙여진 T본 능선 등도 볼거리. 특히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3개 사단과 10일간 24차례 고지 쟁탈전을 벌이고 무려 28만발의 포탄을 발사, 1만 8000여명이 전사한 백마고지는 당시의 치열한 전황을 여전히 말해 주는 듯하다. 여전히 경계 근무중인 사병의 긴장한 표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264m 고도에 자리한 태풍전망대 또한 DMZ 관광의 핵심코스다. 북한 GP와 불과 2.2km로 전망대 중 가장 북한 영토와 가깝다. 주변에 S자로 굽어진 임진강과 고왕산, 언덕이 제법 넓어 보이는 일명 베티 고지가 내려다 보이고 날씨가 맑을 때면 멀리 동두천과 개성 시내, 송악산까지 관측된다.

철조망에 통일의 소망을 적은 리본을 달고 철책선을 따라 이어진 좁은 통로를 걸어 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DMZ 철책선을 따라 걸어보는 코스는 연천군에서만 누려볼 수 있는 스릴이자 긴장이다. 엄밀히 말해 DMZ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DMZ 철책선을 따라 좁은 통로를 걷는 것은 전에 쉽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 보통 그동안의 DMZ 투어는 전망대와 땅굴을 둘러보면 끝나는 것이 상례였다.

군복 조끼를 입고선 수십분간 철조망을 따라 이어진 좁은 통로를 걷다 보면 약간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 곳에서 군부대원의 설명을 듣고 '통일 기원'을 한다. 각자에게 통일과 평화의 소망을 적을 수 있는 리본이 준비돼 있고 담고 싶은 내용과 이름을 리본에 적은 뒤 철조망에 매달 수 있다.

최근에는 군부대 투어까지 더해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일반인들이 직접 DMZ 경계를 맡고 있는 인근 군부대를 찾아 병영 생활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탱크 부대에선 탱크에도 올라가 보고 포병 부대를 찾아 가서는 커다란 대포도 구경할 수 있다. 군인들이 생활하는 내무반에 들어가 보고 군인들과 함께 식당에서 군대식 식사인 일명 '짠밥'을 맛보는 기회도 주어진다.

벌써 연천군을 위시해 일반인 대상의 관광상품으로서 DMZ투어 활성화를 위한 여건은 완비돼 있다. 일반인들이 민통선이나 DMZ 지역에 들어가려면 예전에는 3개월까지 사전에 신고하고 신원확인을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당일 신청으로도 가능하다. DMZ 투어가 훨씬 쉬워지고 간편해진 것이다. 다만 군부대 초소 방문만은 최소 3일전 허가가 필요하다.

투어 상품 콘텐츠가 강화되면서 DMZ 관광에 관심을 갖는 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북녘 고향 땅을 보려는 실향민뿐만 아니라, 옛 군대 시절 추억을 되짚어 보려는 중장년층이 아내, 아이들과 함께 찾아 보는 장면이 많이 늘어났다. 안보의식이나 교육효과는 기본이고 아이들은 군인들과 군장비, 병영생활에 재밌어 한다.

철책선을 앞에 두고 북녘 땅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군부대 안에 들어가는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군매점(PX)에 들러 갖가지 물건을 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스크림이나 청량음료를 시중보다 반값 이하에 살 수 있고 치약이나 치솔 등 생필품들을 한꾸러미 사가는 아주머니들도 간혹 보인다.


주변 지형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 실내
내무반 모습

글·사진 연천=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