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셀렉션서 부담없는 가격의 품질 좋은 100종 선정

소펙사 2010 보르도셀렉션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법하다. 하지만 보르도 와인은 비싸고, 어렵다는 인식 또한 많다.

보르도 와인은 훌륭하지만 비싸고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보르도 와인 협회(CIVB)와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SOPEXA)는 매년 '보르도 셀렉션'을 통해 가격부담이 없으면서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2010 보르도 셀렉션 시음회가 3월26일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보르도 와인 전문가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1만 5천원에서 5만5천원 사이의 탁월한 맛을 뽐내는 보르도 와인 100종이 뽑혔다.

보르도 와인 협회 관계자는 "보르도 와인 중 값비싼 것은 3% 정도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충분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선정된 와인은 레드와인 80종, 드라이화이트 와인 15종, 로제 와인 3종, 스위트 와인 2종이다. 김용희 소믈리에 등 와인선정에 참여한 전문가 5명은 올해는 산도와 당도, 알코올 및 탄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와인의 '밸런스(balance)'에 초점을 맞춰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다양한 원산지가 추가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내 와인 소비자들의 취향이 보다 다양해졌음을 의식한 것이다. 현지 생산량 및 수출량이 적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프랑스 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꼬뜨 드 보르도 와인이 6종이나 선정됐다.

이밖에 메독, 쌩떼밀리옹과 함께 리스트락 메독, 물리스 메독, 랄랑드 뽀므롤, 몽따뉴 쌩떼밀리옹, 앙트르 두메르 등의 소규모 원산지의 와인도 선정됐다.

어떤 와인이 뽑혔나

2010 보르도 셀렉션은 비즈니스, 로맨틱, 파티, 선물 등 상황 별로 적합한 와인을 20가지씩 나누어 선정했다. 비즈니스 와인으로는 베르제 바롱 화이트 2008(3만5천원), 샤또 트리오 2006(2만6천원), 꼬르디에 프레스티지 보르도 2005(5만5천원) 등 20개가 선정됐다.

로맨틱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와인도 살펴 보자. 깔베 보르도 리저브 화이트 2007(2만8천원), 두르뜨 뉘메로 엥 로제 2008(3만5천원) 등 화이트와 로제와인 5종 등이 연인과 함께 마시기에 좋은 거품 없는 가격대의 와인으로 뽑혔다.

퇴근 후 친구나 가족과 함께 혹은 주말 오후 햇살 좋은 카페에 앉아 마시기에 적당한 휴식형 와인에는 샤또 드 까마르삭 2007(2만9천원), 프리미우스 보르도 로제 2007(3만9천원), 지네스떼 보르도 화이트 2008(2만2천원) 등이 선정됐다.

파티나 선물용 와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싼 와인을 고를 필요는 없다. 파티용으로 갈비 등 한식요리와 잘 어울리는 샤또 비레 2004(2만8천원)와 선물용으로 꼬르디에 보르도 레드 2006(2만9천원) 등 2만~3만원 대의 와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올해 선정된 보르도 와인 100종은 보르도닷컴 사이트(www.bordeaux.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운 보르도 와인 맛의 비밀은 '블렌딩'

2010 보르도 셀렉션 시음 행사를 통해 참가자들은 보르도 와인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여기에 신대륙 와인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보르도 와인만의 탁월한 맛의 비밀, 복합성과 균형에 대해서도 지식을 얻었다.

올해 선정된 와인은 '밸런스'에 초점을 맞췄다. 와인 칼럼니스트 고형욱 씨는 <보르도 와인, 기다림의 지혜>라는 책에서 "와인의 균형이란 어느 한 가지 맛이 아니라 많은 요소들이 하나로 형성되면서 이루어지는 전체적인 느낌"이라고 묘사했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오묘한 보르도 와인 맛은 마니아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복합성을 만들어내는 '블렌딩'의 비밀을 알고 마시면 보르도 와인에 보다 쉽게 다가서는 데 도움이 된다.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와인은 서로 다른 포도 품종으로 제조된다. 레드와인의 경우 강렬한 맛의 꺄베르네 쏘비뇽과 부드러움의 극치인 메를로, 보다 섬세한 맛을 선사해주는 꺄베르네 프랑, 감칠 맛을 더해주는 쁘띠 베르도 등을 블렌딩한다.

꺄베르네 쏘비뇽과 메를로의 배합인 경우, 꺄베르네 쏘비뇽은 탄닌의 구조를 강화시키고, 메를로의 장기보관 잠재력을 높여준다. 메를로는 꺄베르네 쏘비뇽에 유연함을 부여하며, 여기에 꺄베르네 프랑을 배합하면 아로마가 더욱 풍부하고 섬세한 와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보르도 와인은 다른 지역들의 와인과 달리. 와인 라벨에 포도 품종이 언급되지 않는다.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 양조하기 때문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