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장흥 천관산동백 향기에 취해 600년 신비 '태고송' 아름다움에 반해
장흥군의 안양면과 용산면, 관산읍, 회진면 일대의 바닷가 42.195km를 '정남진(正南津)'이라 부른다.
정남진의 해안선 길이는 우연인지 마라톤 코스의 길이와 같은데 이곳 바닷가에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해안도로가 있고 아름답게 펼쳐진 다도해의 해돋이와 해넘이도 감상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수 있다.
봄기운을 잔뜩 머금은 유채꽃이 가득한 정남진 바닷가에 서면 장흥을 대표하는 천관산(天冠山, 723m)이 멀리 보인다. 천관산이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名山)에 꼽히는 이유는 독특한 산세 때문이다. 정상 부근에 있는 80개의 봉우리가 면류관 주옥처럼 도열하고 있어 신비한 느낌을 준다.
면류관은 나라의 큰 제사가 있을 때 왕이 쓰는 모자로 왕의 정복인 구장복에 갖추어 쓴 예관을 말한다. 산 능선을 따라 도열하고 있는 듯한 봉우리들이 마치 보옥(寶玉)을 늘어뜨린 면류관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천관산은 통일신라시대 때 당나라 승려들이 유학을 왔을 정도로 불교, 학문의 중심지였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산의 정기가 특별해서 산기(山氣)를 넘고자 하는 고승들이 수도하기에 적합하여 한때는 99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하며, 황금의 약수터가 있는 등 전설과 설화가 가득한 산이기도 하다.
천관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산읍 방향에서 접근한다. 등산로가 관리사무소-금강굴-천주봉-환희대-구룡봉-억새밭-연대봉-양근암-관리사무소로 돌아오는 원점산행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관산읍에 가면 옥당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56호)도 들러보는 것이 좋다.
수령이 약 150세 정도로 추정되는 높이12m, 양 가지까지의 폭이 23m 정도 되는 큰 소나무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에 효성이 지극한 세 청년이 살았는데 무더운 여름날 자신의 어머니가 노약한 몸으로 밭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늘을 만들어 쉴 수 있게 각각 소나무, 감나무, 소태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나무만 남아 있다.
봄날 천관산을 찾았다면 장천재(長川齋)에서 동백 향기에 취해 산행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300년에 이르는 고목에서 피어나는 동백꽃과 고가(古家)의 당당한 풍채가 만들어내는 절경을 보게 된다면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울 것이다.
장천재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듯 아름다운 태고송(太古松) 때문이다. 태고송은 조선시대 태종 때부터 자라기 시작했다고 하여 태고송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천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로 칭송을 받으며 600년을 살고 있다. 이 소나무는 지난 600년 동안 날씨에 따라 바람결에 소리를 내어 장흥 사람들에게 날씨를 예측하게 했다는데 높이 20m 나무둘레 2.8m의 거목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장천재는 장흥 위씨의 제각(祭閣)이다. 원래는 이 자리에 영은암이란 암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장흥 위씨들이 여기에 장천재를 세웠으며 지금의 건물은 1870년경에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천재의 건축 양식은 매우 특이한 한문의 '공(工)'자 형태로 제각의 공간에서도 주변의 자연과 풍광을 조망할 수 있게 하는 구조라 관심을 끌고 있다. 바람이 따사로운 날 장천재 툇마루에 앉아 봄바람에 떨어지는 동백꽃 떨기를 바라보다 보면 그 옛날 시인묵객이라도 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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