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포천 반월산성반달 닮은 산성 전체 1080m중 허물어진 석축 300m만 남아
산성에 거의 다 이르기까지 찻길이 뚫려 있지만 걷기로 한다.
우선 길이 좁아 마주 오는 차라도 만나면 비킬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무사히 올라간다고 해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걸어 오르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군내면사무소 위쪽 길가에 세워진 반월산성 등산 안내도 앞에서 오른쪽 산책로를 따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시멘트 찻길로 오르는 길인데 각기 장단점이 있다.
산책로는 등산하는 기분이 나지만 시야가 막혀 좀 답답하고 찻길은 시멘트 길이라 운치가 덜하지만 주변 경치는 한결 낫다. 그러니만큼 오가는 길을 달리하는 게 좋을 듯싶다.
잠시 후 반월산성에 올라선다. 산성 모양이 반달을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반월산성지(옛터)는 1998년 2월 20일 사적 제403호로 지정되었다. 해발 283미터의 청성산(반월산)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아 만든 산성으로 전체 길이는 1,080미터에 이르지만 일부 허물어진 석축 300미터만 남아 있다.
옛 자취를 엿볼 수 있는 시설물로는 남쪽과 북쪽의 문터, 성벽 바깥쪽에 사각형 모양으로 덧붙여 쌓은 치성 네 곳, 배수시설이었던 수구터, 지금도 마실 수 있는 우물, 장수의 지휘대였던 장대터, 적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세웠던 망대터 등이 있다. 산성을 돌아보는 1시간 남짓한 산책이 봄 향기와 어우러져 마냥 상큼하다. 날이 좋으면 포천 일원의 산과 들을 굽어보는 조망도 시원스럽다.
궁예가 쌓은 것으로 알려졌던 테뫼식 산성
산성은 테뫼식, 포곡식, 복합식 등 크게 세 가지 양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반월산성은 테뫼식에 속한다. 테뫼(퇴뫼)식 산성은 산정식(山頂式) 산성 또는 머리띠식 산성이라고도 불린다.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성벽을 쌓은 모습이 산에 테를 두른 것 같기도 하고 머리에 띠를 동여맨 것 같기도 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반월산성은 궁예가 쌓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94년의 지표조사와 1995~1997년의 발굴조사 결과 마홀수해공구단(馬忽受解空口單)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기와가 발견되었다. 삼국사기에 언급된 고구려 마홀군이 지금의 포천시이므로 고구려가 쌓은 성이라는 근거인 셈이다.
하지만 2001년 5월 시작된 제6차 조사 결과 백제와 신라 토기가 다량으로 발굴되었다. 따라서 백제가 이 성을 쌓아 4세기 후반까지 사용하다가 광개토대왕에 이르러 이 지역이 고구려 영토로 편입되면서 고구려 건축물이 세워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진흥왕 때 신라가 한강 유역을 장악하면서 반월산성은 신라의 북방 진출의 전초 기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고려 시대에는 개성이 수도가 되면서 정략적 가치가 없어지자 한동안 산성의 기능을 잃었다. 그러다가 조선 광해군 때 청나라의 침략에 대비해 산성을 고쳐 쌓고 절도사의 직할 군을 주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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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문을 들어서면 강학공간(講學空間)인 명륜당이 나온다. 명륜당은 맞배지붕에 정면 4칸, 측면 3칸 구조로 목부(木部)에 단청을 칠했다. 내삼문 안에는 제향공간(祭享空間)인 대성전이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에 단청을 칠했고, 공자, 맹자, 사자,·안자, 증자 등 5성(聖)과 정자, 주선, 고순, 정순 등 송조(宋朝) 4현(賢) 및 최치원, 설총, 안향, 정몽주 등 한국 18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뒤쪽 산비탈에는 1986년 4월 포천시 향토유적 제5호로 지정된 이 서 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불상으로 표면이 마모되어 있고 허리 아랫부분이 땅속에 파묻힌 탓에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어 아쉽다. 섬세하지 못한 조각 기법으로 볼 때 고려시대 초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노출된 부분의 높이는 192cm, 몸통 두께는 30cm 정도에 이른다.
찾아가는 길
의정부를 거쳐 포천 방면 43번 국도로 달린다. 포천에서 군내면 방면으로 가다가 군내면사무소 입구로 좌회전해 1km쯤 오르면 반월산성지에 이른다. 대중교통은 수유역이나 동서울에서 포천으로 가는 버스를 탄 다음 군내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군내면 구읍리에 있는 개성녹각삼계탕(031-532-9288)은 녹각(사슴 뿔)을 넣은 삼계탕으로 유명하다. 육질이 최상급인 50여 일 된 웅추닭을 냉동하지 않고 삶은 맛이 담백하면서도 깊고 은은한 맛을 낸다. 삼계탕뿐만 아니라 꼬리곰탕, 도가니탕, 우족탕 등에도 녹각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으로 녹각에서 우러난 성분이 고기 맛을 한결 살려주고 닭이나 쇠뼈의 냄새도 없애준다. 도가니 수육과 우족 수육,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함께 나오는 섞어 수육도 인기가 높다. |
글∙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