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식 공연 대신 블록버스터급 코리안 쇼로 대변신

워커힐 '꽃의 전설' 화려한 의상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라면 꼭 한 번씩은 들러 보는 '워커힐 쇼'.

쇼 무대를 가득 채우던 외국인 공연단들이 일순간 전원 사라졌다. 블록버스터급 코리안쇼 '꽃의 전설'이 새롭게 선보이면서부터다.

쉐라톤워커힐호텔 가야금홀에서 열리는 일명 '워커힐 씨어터쇼'의 그간 트레이드마크라면 라스베이가스식 공연. 늘씬한 체구에 뾰족한 콧날, 푸른 눈을 앞세운 전문 외국인 배우, 무용단원들이 항상 주축이 돼 왔다.

이는 1963년 개관 이후 47년간 변함없이 이어져 온 전통 아닌 전통. 하지만 워커힐 쇼의 외국인 공연 단원들은 이제 역사 속으로 물러서게 됐다.

새롭게 선보인 워커힐 쇼의 콘셉트는 한 마디로 '공연계의 한류 등극이다'. 해외에서 이미 유명세를 치른 외국쇼를 그대로 들여온다거나 외국인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이 아닌 순수 자체 창작 공연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워커힐 '꽃의 전설' 바라춤
워커힐 씨어터가 수십년간의 '타성'을 뒤로 하고 이런 모험에 나선 것은 여러 이유가 복합 작용했다. 2010년이 한국 방문의 해인데다 때마침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시기란 점, 그리고 한식의 세계화 바람이 부는 지금이 '공연 독립'의 호기라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쇼와 함께 하는 디너 또한 예외적으로 순수 한식으로만 구성됐다. 종전까지 워커힐쇼 디너의 주식은 스테이크. 하지만 더이상 양식을 맛볼 수는 없다. 대신 나오는 메뉴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표 음식인 비빔밥과 너비아니, 갈비구이를 중심으로 총 4가지 종류로 짜여졌다.

때문에 공연과 함께 메뉴 역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에게 한국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식 디너는 워커힐의 궁중 요리 전문 한식당 온달이 30여년 전통의 조리 노하우를 살리되 외국인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코스 식으로 제공한다.

4월초부터 선보인 '꽃의 전설'은 형식에서도 기존의 공연들과 틀을 달리한다. 종전까지 워커힐쇼의 특징은 2단계로 구성된다는 것. 보통 먼저 국악이나 전통 공연이 '맛보기식'으로 짧게 진행되고 다음 메인으로 외국 공연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완전 탈바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통 공연으로만 꾸며졌고 대신 공연마다 글로벌한 요소가 삽입됐다. 패션은 물론, 음악이나 춤사위 등 여러 면에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조화를 이룬다. 음악에서도 오케스트라, 비보이, 힙합, 락 등 서양의 음악과 부채춤, 바라춤, 소고춤, 민요, 사물놀이 등 한국 전통음악이 공연의 특색에 맞게 작곡, 삽입돼 한국적인 색채와 서양의 음악이 공존한다.

워커힐 '꽃의 전설' 한식디너
또 한국전통과 현대 컨텐츠를 집약, 연희극꽃 춤, 부채춤, 살풀이춤을 비롯해 가야금연주, 남성 아박무, 꽃 배 차전놀이, 야광풍물놀이, 쥐불놀이, 전통줄타기 등 여러 장르의 전통 공연과 민속 놀이들이 자연스럽게 쇼 안에 어우러져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비보잉과 박력 있는 마샬아트가 더해져 시원함을 선사하고 전통줄타기 같은 한국전통기예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제작비만 무려 60여억원.

워커힐 박광철 홍보팀장은 "그간의 경험이 노하우로 쌓여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축적돼 있다"며 "자랑스럽게 외국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우리의 쇼를 만들어 보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