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in the City] (3) 그리스 아테네그리스 대중식당… 한낮엔 카페, 저녁엔 식당, 한밤중엔 바 변신

따베르나
고대의 아테네는 경외로운 아크로폴리스의 신전들과 수많은 신화, 철학을 남겼지만 현대의 아테네는 미적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건축물, 극심한 교통체증과 도시소음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혼잡함을 낳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과의 영접이나 구도의 길 같은 신성함을 찾아 떠난 여행객은, 아니 그저 단순 관광객이라도 아크로폴리스를 내려오는 순간부터 아테네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깨지게 된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그것마저 아테네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건대 아테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당 (Taverna, 대중적인 작은 식당)와 가까워진다면 필경 그 시간은 단축된다.

거리 어디서든 바라 볼 수 있는 아크로폴리스만큼 아테네라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리스의 대중식당 ''다. 는 한낮에는 카페로, 저녁에는 식당으로, 한밤중에는 바(Bar)로 변신한다. 늘 현지인과 여행객으로 붐비는 곳, 그래서 가장 서민적이고 대중적이며 또 가장 그리스다운 공간이다.

주로 (꼬치구이), 기로스(케밥), 페타 치즈를 올린 그릭샐러드, 구운 야채나 오징어 같은 그리스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신선한 올리브와 그리스식 와인이나 맥주를 보태면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여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접근성 좋은 서민 식당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수불라끼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저녁 식사, 활기와 소음 사이를 교묘하게 왔다갔다하는 아테네만의 에너지, 그리스 음식을 가장 그리스 음식답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나라의 대중식당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다.

물론 유럽인들은 늦은 시간에 저녁을 시작해 오랫동안 먹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유럽연합 국가인 그리스도 그 중 하나로 그리 새로운 애기는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아테네는 최고 수준이다. 의 저녁은 기본적으로 밤 10시부터 시작해 자정이 되어서야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주말이면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밤 11시가 넘어 입장을 하고, 유명한 는 자정에나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다. 24시간 영업간판을 자주 보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언제라도 흥겨운 분위기에 합류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끊기지 않고 밤 늦게까지 지속되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많은 대화 혹은 토론을 하니 이곳에서 철학이 시작됐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렇게 밤늦도록 먹고 마시니 최근의 경제상태가 이 지경까지 왔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는 몰려 있고 야외에 자리를 내놓아 한낮에는 지중해의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저 멀리 보이는 신전을 감상할 수 있다. 한밤에도 조명에 빛나는 신전을 바라볼 수 있어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아테네만의 정서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페타 치즈를 얹은 그릭 샐러드
좁은 골목의 경우 보행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지만 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로운 숯불구이 냄새, 그리스 사람들의 사는 모습, 다양한 여행객들의 표정을 지척에서 볼 수 있기에 그것마저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양념이나 소스를 절제하고 재료의 맛에 충실한 그리스 음식들은 소탈한 분위기의 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그리스 음식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확실히 건강한 그리스 음식의 진정한 맛을 보기에 만한 곳도 없다. 결국 아테네의 상상이상의 복잡함과 시끌벅적함은 에 익숙해지는 순간 에너지와 열정으로 바뀐다. 고대의 신전이 바라다 보이는 의 흥겨운 분위기에 젖을 때쯤 여행객은 이미 현대의 아테네에도 매혹된 셈이다.



이유진 푸드칼럼니스트 euzin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