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가 가정의 행복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상담자의 지적을 받고도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들은 각종 매체에서 보도되는 높은 이혼율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일로 내 가정이 깨질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아예 상담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자는 지면을 빌어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를 하고자 한다.

남편들이 가정을 깨뜨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외도'다. 외도는 자의적인 것이든 업무상 불가피한 것이든, 상대가 미혼 여성이든 가정주부든 모두 다 아내의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 '집에서 모르게만 하면 된다'거나 '살림을 차린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아온 것도 아닌데 문제될 거 있느냐' 큰소리치는 남편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아내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내가 이미 눈치를 채고도 모른 체하면서 어떻게 복수할지 궁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그나마 아내가 정식으로 따져들 때가 가정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데, 많은 남편들은 이것을 모른다.

그래서 아내를 바보 취급하듯이 적당한 말로 당장을 모면하려고 하거나 '어디 할 테면 해 봐라' 라는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이들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는 두고 볼 필요도 없다.

남편들이 가정을 깨뜨리는 또 다른 방법은 '아내의 자존심을 꺾는 것'이다. 아내를 무시하는 데에는 시댁 식구 앞에서 아내를 깎아 내리거나 자녀들 앞에서 아내에게 면박을 주고, 또 때때로 폭언이나 물리적 폭력을 쓰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조금 약하기는 하지만 가정의 대소사에 대해서 아내와 상의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남편들은 이렇게 해서 아내가 남편과의 대화를 포기하게 되는 것을 고분고분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자신이 '가정의 왕초'라는 점을 확인하고, 그것을 자랑 삼아 이야기 한다. 또 가끔은 아내의 살림 솜씨가 형편없다고 비난하고 또 금전적으로 최대한 인색하게 굴면서 돈을 벌어오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한다.

혹시 아내가 불만을 내비쳐도 아내는 혼자 살아갈 능력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는다. 때로는 가족들이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아 괘씸한 마음이 들지만, 가족이 자신을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 '권위'를 양보할 마음은 전혀 없다. 좀 외로워지면 얼마든지 집 밖에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오늘날에도 아내들은 남편이 가정경제에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남편이 가정경제를 어렵게 하면 그 가정은 깨질 확률이 높아진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해 아내 몰래 빚을 얻거나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사업을 시작하여 과도하게 투자하면 대다수의 아내들은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이런 아내의 잔소리를 무시하고 큰소리를 치다가 큰 손실을 겪게 되면 아내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사업 때문이라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며 비싼 술값을 치르며 다니는 것을 이해할 아내는 없다. 나아가 당장 하루하루 살아갈 일을 걱정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남편이 돈을 벌어오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내는 이혼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어느 남편이 이 중 어느 것이라도 해당된다면 그의 가정은 이미 위기에 빠져있거나 머지않아 파탄지경에 놓일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도 개선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가정의 불행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박수룡 편한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