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연극 '이상적 남편'
결혼생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해결을 위하여 부부 간의 대화를 요청하거나 전문적인 상담을 찾는 것은 대개 아내들이다.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않거나 잘못을 저지르는 남편들이 적지 않은데 비해 많은 아내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아내들의 노력이 남편을 질리게 만들어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문제의 시발은 분명히 남편에게 있어 보인다. 우선 사소하게는 많은 남편들이 식사 전에 손을 씻고, 식사 후에 이를 닦는 것,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몸을 씻는 것 같은 당연한 일을 귀찮아 한다. 또 제 시간에 귀가하지 않거나 자녀의 양육이나 집안 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아가 어떤 남편들은 반복적인 신호위반이나 음주운전으로 금전적 손실은 물론 자녀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주곤 한다. 그래서 아내로서는 당연히 남편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서 모범적으로 살게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내는 이런 '바른 생활 교육'이 남편을 얼마나 숨막히게 하는지 짐작하지 못한다. 남편도 아내가 옳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미처 반박하지는 못하지만, 그 마음 속에는 자신을 마치 어린애 대하듯 하는 아내와 가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반발심이 점점 커져갈 수 있어서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남편을 좋아할 아내는 한 명도 없다. 성실하게 살기보다 대박이나 복권 같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남편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 이런 남편을 그냥 두면 과시욕 때문에 분에 넘치는 낭비를 하거나, 거짓말만 늘어서 사기꾼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남편이 큰소리를 치면 무안을 주어서라도 남들에게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하고, 남편이 남보다 앞장 서 돈을 내려고 하면 억지로라도 말리곤 한다.

이런 아내들은 자신의 행동이 지극히 옳기 때문에 그 때마다 남편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짐작하더라도 그렇게 남편의 허세를 꺾어놓아야만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런데 아내의 예상과는 반대로 남편의 자존심이 약해질수록 아내에 대한 감사와 사랑도 약해진다. 결과적으로 남편은 자신의 사소한 것에 감격하며 대단하다는 칭찬을 늘어놓은 하찮은 여자에게 빠져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남편에 대해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아내들도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아내는 남편과 오순도순 살고 싶은데, 무심한 남편에게 웬만큼 이야기해서는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 강한 표현을 동원해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남편이 외도와 같은 잘못을 하였거나 가장으로서 너무나 무능력하기 때문에 아내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오랫동안 정신적 또는 육체적 학대를 겪으며 살아온 아내들은 그 가슴에 터질 것 같은 분노가 쌓여 있어서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대개의 남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내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아내의 격렬한 감정은 감당하지 못한다. 아내를 어떻게 달래줄지를 모르기 때문에 결국에는 아내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아내의 분노가 적절히 해소될 가능성은 더 적어지고 만다. 이런 아내들의 원통함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내의 한을 푸는 것과 부부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내들은 자신의 의견이 옳다거나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그 수고가 반드시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애를 쓰는데도 그 결과가 오히려 자신이 바라는 것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똑같은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이처럼 보다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찾아 상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박수룡 편한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sooryong@medimai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