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사회학대한비만학회 고도비만 공모전 통해 다양한 사회·경제 고통 드러나

뚱뚱한 사람이 당하는 고통은 얼마나 클까? 대한비만학회가 지난 달 '비만의 날'을 맞아 고도비만 사연 공모전을 열었다.

공모전참여자 57명 중 96%가 비만 때문에 직장을 갖는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 참여자 93.3%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참여자들의 사연을 보면, 비만이 개인적인 건강문제를 떠나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만치료에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젊은 남성 고도비만 급증… 젊어서부터 건강에 적신호

체질량지수(BMI)가 30이상이면 고도비만이다. 대한비만학회가 건강보험공단의 발표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도비만 유병율은 20~30대 남성이 각각 6.3%와 7.1%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더욱이 체질량지수 40 이상의 초고도비만환자 중 20~30대 남성은 50~60대 남성에 비해 4배 이상 많아 젊은 남성의 비만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비만 유병율은 남학생의 경우 1979년에 비해 9배, 여학생의 경우 4배가 증가했다. 지금의 20~30대 고도 및 초고도비만 환자는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증가된 소아 및 청소년 비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특히 남학생들의 비만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입증한다.

전문의들은 "20, 30대 남성 고도비만 환자의 증가에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젊어서부터 비만으로 인한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 당뇨나 고혈압 등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한비만학회가 이번 공모전 참여자 57명을 대상으로 증상 및 질병양상을 조사한 결과, 67%가 요통을 호소했다. 그밖에 공모전에 참여한 고도비만환자들은 두통(42), 수면무호흡증(32), 간기능이상(25), 관절염(21), 고혈압(21), 고지혈증(17), 생리불순(14)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대인관계·경제적 어려움 건강문제보다 더 고통스러워

그러나 건강문제 못지않게 비만 환자들이 겪는 사회경제적인 고통은 심각하다. "고도비만으로 인해 가족들과의 만남도 피하고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명절이라고 내려오라고들 하지만 한번도 못 내려가고 명절 때 휴가 때 항상 혼자서 TV보고 지내고요. 내일 모레면 마흔이 되는데 아직 변변하게 남자친구 한번 사귀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남들이 소개시켜준다고 해도 자신이 없고 '저 사람 뒤에서 내 욕하겠지..'이런 생각만 들고.

면접이 두려워 직장도 제대로 구해보지 못했고, 전화보험상담원으로 생활 중입니다. 헬스장에 다니고 싶지만, 운동복이 작을 까봐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3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전교에서 제일 뚱뚱해서 항상 놀림을 받고 있어요. 공부도 잘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자신감도 없어지고 우울해지면서 공부에 의욕을 잃었고, 뚱뚱하다고 놀리는 아이들과 싸움만 하게 됐어요.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도 모두 미워했고, 장례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싫습니다. 사는 게 견디기 힘들답니다."

비만공모전 수술후보자 및 사회지원센터 연결대상에 신청한 비만 환자들의 사연들로, 이들에게 비만으로 인한 건강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적인 문제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올해 대한비만학회 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고도비만환자 96%는 취업에 지장이 있다고 느꼈으며, 93.3%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제적 상태도 좋지 못했다. 이들 중 75%는 무직이었으며, 92%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88%는 치료상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젊은 비만환자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원활한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대한비만학회 박혜순 이사장은 "젊은 고도비만환자들의 이 같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이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치료지원을 요구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