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로운 정보 크게, 나쁜정보는 작게 교묘한 식품 영양 표기

햄버거와 피자를 즐겨 먹는 이진아(29·여)씨는 얼마 전부터 매장에 갈 때마다 해당 식품의 열량과 포화지방, 나트륨 등 영양정보를 읽는 습관이 들었다.

그는 "과자나 음료수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음식에 대한 영양정보가 공개되니 소비자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은 올해부터 가공식품뿐 아니라, 가맹점 100개 이상을 보유한 외식업체에 대해서도 영양성분 표기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갈수록 식품 영양표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식품라벨의 함정

서울의 한 대형 할인매장에서 콘플레이크를 고르고 있는 주부 A씨.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식이섬유 첨가'라는 큼지막한 광고문구가 적힌 제품을 카트리지에 담는다. 그런데 실제 제품 속에 해당 영양소가 극소량만 들어 있어도 이러한 표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외식 영양표시 (피자)
식품 전문가들은 오늘날처럼 영양 과잉의 시대에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비타민이이나 식이섬유 등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콜레스테롤이나 트랜스지방 등 몸에 해로운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갔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라벨이 보다 중요한 영양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경향이 있어 위험하다.

같은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 주부 B씨 역시 교묘한 상표의 속임수를 피해가지 못한다. 그는 앞쪽에 '트랜스 지방 0g'이라고 잘 보이게 쓰여 있는 아이스크림을 집어 든다. 하지만 그 제품의 뒷면에 표기된 자잘한 글자의 영양정보를 보면, 1회 제공 당 포화지방이 20g이라고 되어 있다.

영양표기에서 제시한 1회 제공량도 속기 쉬운 부분이다. 식약청 영양정책과 김종욱 연구관은 "1회 제공량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한 번에 섭취하는 제품의 양인데, 식품회사가 이를 실제보다 적게 산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열량을 낮게 쓰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과자 한 봉지를 두 번에 나눠먹는데도, 세 번에 걸쳐 나눠먹는 것처럼 1회 제공량을 산출하는 식이다.

영양표시, 좀더 알고 구매하기

그러면 식품회사는 표시하고 싶은 성분만 표시할 수 있을까? 영양표시를 할 경우에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열량, 탄수화물·당류, 단백질, 지방·포화지방·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등 9가지 표시대상 영양성분을 모두 표시해야 한다.

가공식품 영양표시 (과자)
또, 9가지 영양성분 외에 강조표시를 할 수 있는 영양성분은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A, 비타민C, 칼슘, 철분, 비타민 D, 마그네슘 등으로 정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저', '무', '고(또는 풍부)', '강화', '첨가' 등의 용어를 사용해 강조할 수도 있다. '무' 또는 '저'의 강조 표시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지방'이라고 표시하려면, 제품에 함유된 지방량이 100g 당 3g 미만이어야 한다. '식이섬유 함유'라고 되어 있으면, 식품 100g 당 식이섬유가 3g 이상 또는 식품 100kcal 당 1.5g 이상이어야 한다. '식이섬유 풍부'라는 용어는 식품 100g 당 6g 이상 또는 식품 100kcal 당 3g 이상일 때 쓸 수 있다.

영양표시를 읽다 보면 '%영양소 기준치'라는 항목이 있다. 역시 많은 소비자가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다. 영양소 기준치란 일반인의 평균적인 1일 영양성분 섭취 기준량이다. 이는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이 한 가지 영양성분에 대해 성별, 연령별로 다른 권장량을 가지기 때문에 이용하는 수치다. 1일 영양 기준 섭취량을 살펴보면, 탄수화물 328g, 단백질 60g, 지방 50g, 포화지방 15g, 콜레스테롤 300mg, 칼슘 700mg, 나트륨 2000mg 등이다.

포장지에 표기된 '%영양소 기준치'란 하루에 섭취해야 할 영양성분 량의 몇%인가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식품의 단백질 %영양소 기준치가 3%로 표기돼 있다면, 1일 단백질 섭취 기준량의 3%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영양소 기준치는 해당식품이 차지하는 영양적 가치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식품간의 영양성분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표>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식품

모든 식품이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식품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식품라벨 영양표시
(1) 장기보존식품(레토르트식품만 해당한다)
(2) 과자류 중 과자, 캔디류 및 빙과류
(3) 빵류 및 만두류
(4) 초콜릿류
(5) 쨈류
(6) 식용 유지류
(7) 면류
(8) 음료류
(9) 특수용도식품
(10) 어육가공품 중 어육소시지
(11) 즉석섭취식품 중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