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등, 형광등보다 에너지 효율 높고 친환경적필립스 등 보급형 제품 대거 출시… 대중화 나서
유럽인들의 가정집에 가보면 우리처럼 형광등을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대신 실내를 비추는 것은 백열등이나 할로겐등이 대부분. 단순히 실내 공간을 밝혀 준다는 것 이상으로 '빛의 색깔이나 온도'에 더 민감한 유럽인들의 특성이 드러난다.
아무래도 백열등의 노란듯 약간 불그스름한 색광은 새하얀 형광등 불빛 보다는 좀 더 따스하게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유럽에서도 조만간 백열등이 사라질 전망이다. EU집행위원회가 2012년까지 시장에서 백열등을 없앤다는 방침을 내놓아서다.
백열등이 차지하던 그 자리는 고효율과 친환경을 내세운 LED조명이 대신하게 된다. 비단 유럽만이 아니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도 백열등 퇴출 방침을 발표한데 이어 공공부문에서는 이미 LED 조명이 신속하게 확대 보급되고 있다.
LED조명이 일반의 생활속으로 신속하게 다가서고 있다. LED조명이라면 그간 백화점이나 마트, 숍 등 유통매장에서나 널리 활용돼 오던 것이 대부분.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가정에서도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LED조명이 시판되면서 비로소 'LED조명 대중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사실 그 동안에도 LED조명을 시장에서 접하기는 그리 어렵진 않았다. 웬만한 조명숍이나 LED전문매장에서 손쉽게 구매하거나 주문할 수 있었던 것. LED를 제작하거나 취급하는 관련 회사만 해도 1000여 곳은 훨씬 넘는다. 다만 거의 대부분이 상업용 용도나 성격의 LED 조명들이었고 거래도 주로 기업간 B2B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비로소 최근에야 일반소비자용 LED조명제품이 대형마트 같은 '일반 시장'에 본격 상륙했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일반에게 아직까지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LED조명은 알고 보면 우리 생활 속 주변에 이미 다가와 있다. 최근 첨단 기술로 떠오른 LED TV나 PC용 LED 모니터가 가장 익숙하겠지만 실은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된 플래시 라이트의 조명은 거의 다 LED조명이다. 다만 집안에서나 접하기 힘들었을 뿐 일반 가로등이나 유통 매장의 상당 부분도 LED조명으로 실내를 밝히고 있다.
LED조명은 빛을 내는 기술적인 기반에서 우선 기존의 조명들과 차원을 달리한다. 백열등이 필라멘트를 '태워' 빛을 내는 성격에 가깝다면 LED조명은 반도체 칩을 활용하는 방식. 칩에 전류를 흘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때문에 LED조명은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적인 조명 방식임을 가장 강조한다. 실제 일반 백열전구(40W)의 광전환효율은 5%에 불과하다. 광전환효율은 전기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을 나타낸다. 100의 전기를 투입하는데 빛을 내는데 쓰이는 에너지 비율이 5%라는 얘기.
전구가 수명을 다했을 때 새제품과 비교해 빛을 내는 정도를 표시하는 광효율(lm/W)에서 또한전구간 편차가 심하다. 백열등이
15에 그치는 반면 할로겐램프는 20~30, 형광등은 80이지만 LED조명은 가장 높은 90lm/W를 기록했다. 전력사용량(KWh)도 백열등이 1,699로 가장 많지만 할로겐램프(800) 형광등(356.8) LED전구(322.4)순으로 LED전구가 가장 적다.
이런 에너지 효율의 차이는 전구의 수명으로도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LED전구가 에너지도 덜 소비하면서 오래 산다. 백열전구와 할로겐램프(20W), 형광등(CFL 컴팩트형광등), LED전구 등 4가지 조명을 놓고 실험을 했을 때 백열등이 불과 1,000시간 밖에 가지 않았지만 LED전구는 무려 4만5000시간이나 지속됐다. 할로겐램프도 2,000에 그쳤고 그나마 형광등이 8,000~1만시간 생존할 수 있었다.
다만 LED조명이 가진 가장 큰 문제라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다. 백열등 하나 사는데 600원 밖에 안 들지만 LED 전구 하나 가격은 싸다 해도 2만5000원이나 된다. 할로겐등이 2500원, 형광등 3,000~4,000원과 비교해도 무시 못할 가격대다.
이런 계산도 실은 최근에야 가능해진 셈법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LED조명은 지금 보다 훨씬 비쌌다. 몇 개월 전만 해도 5~8만원 선에 판매된 것이 평균 가격대. 필립스 등 일부 메이커들이 국내 최초로 2만원대의 LED램프를 마트 채널 등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소비자 조명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그나마 일반소비자시장(B2C)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LED조명은 에너지 효율이 우수하고 수명이 길다는 점 말고도 여러가지 장점을 갖는다. 무엇 보다 빛으로서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주장. 예열시간이 필요 없어 점등 및 소등 속도가 즉각적이다. 휴대폰, 노트북, TV등에서 벌써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구동회로가 단순해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한 덕분이다.
또한 백색LED는 3원색(RGB)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다양한 광원색을 만들고 다양한 색광을 연출하는데 편리하다. 사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해 주는 정도를 표시하는 연색성 지수가 높아 의류 매장에서 사용하면 제품 본연의 색상을 잘 표현할 수도 있다. 형광등과 달리 자외선이 발생되지 않아 제품을 변색시키지 않고 발열도 거의 없어 식품의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식품 전용 조명으로도 강점이 높다.
눈 부심이 없고 열과 자외선이 방출되지 않아 실내용 조명으로 적합하다는 얘기를 듣는 LED조명은 때문에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고품질의 빛이라는 찬사까지도 받는다. 교체비용과 전기료 절감 외에도 수은 등 유해물질이 전혀 없고 자외선과 같은 유해파장을 방출하지 않아 피부와 시력에도 안전하다는 평가다.
특히 LED조명이 환경 친화적이란 점은 LED의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기존 조명을 LED조명으로 교체하면 전력의 손실로 인한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형광등과 달리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인 수은을 비롯한 중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인체 및 환경에 유해하지도 않다.
때문에 하나의 백열등을 LED램프로 교체하면 연간 한 그루의 가로수를 심는 것과 같은 30kg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환경에 도움이 된다. 전세계의 저효율 조명을 LED 조명으로 교체할 경우 약 2억 그루의 소나무를 심어야 줄일 수 있는 6억 3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LED조명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EU집행위원회가 2012년까지 백열등을 없앤다는 방침을 내놓은데 이어 미주와 일본, 호주 등으로 동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나라 또한 지난 해 조명 기구의 최저효율 기준을 2013년까지 20루멘(lm)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기준에 미달하는 백열등은 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정부는 지난 해 말 공공기관의 백열등 99.9%를 LED조명 등 고효율 조명기기로 교체를 완료한 상태다. 올해부터는 농어촌과 서민가정을 포함한 민간 부문에 LED조명보급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발표해놓았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