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보며 저열량, 한정판, 수입산 골라 먹는 재미도

최근 국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차별화 된 맛과 향, 그리고 개성 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즐거운 고민 하나가 생겼다. 월드컵 기간 중 어떤 맥주를 마실까?

웰빙 소비자라면 저열량 맥주를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한국 국가대표 경기 대부분은 밤8시 이후 혹은 새벽이다. 밤늦게 경기를 관전하다 시원한 맥주한잔이 생각날 법도 하다. 하지만 늦은 밤이기에 다이어트가 더욱 마음에 걸릴 수 있다.

닐슨코리아의 '브랜드 진단조사'를 보면, 소비자가 맥주를 마실 때 우려하는 점으로 '열량(48.9%)'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비맥주에 따르면, 전체 맥주시장에서 33.6%를 차지하는 20~30대의 경우, 맥주의 열량에 대해 우려하는 비율이 40.2%로 높게 나타났다.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도 높은 맥주열량을 걱정하는 소비자층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과 몸매관리에 신경 쓰는 맥주소비자가 늘어나자 맥주 회사들은 앞 다퉈 칼로리가 낮은 '라이트 맥주'를 내놓고 있다.

일본 맥주 브랜드 기린은 무설탕에 병 당 열량이 67칼로리 밖에 되지 않는 저열량 맥주 '제로(Zero)'를 선보였다. 산토리도 병 당 81칼로리로 기존 맥주보다 열량이 낮은 '제로 나마' 맥주를, 아사히 맥주는 당분함량을 줄인 '슈퍼드라이'로 웰빙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도 '버드 셀렉트 55(55칼로리)', '미켈롭 울트라(95칼로리)' 등을 출시했다. 밀러쿠어스에서는 '밀러 MGD 64(64칼로리)'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얼마 전, 오비맥주가 '카스 라이트'를 내놨다. 카스 라이트는 100ml당 27칼로리로 기존보다 칼로리를 3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월드컵 분위기 맞춘 독특한 맛과 향 원한다면 한정판 맥주

월드컵 분위기에 어울리는 독특한 맛의 맥주를 원한다면 한정판 맥주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하이트맥주가 이번 월드컵을 겨냥해 남아공산 호프를 사용한 한정판 맥주를 출시했다.

남아프리카의 야생동물과 초원을 형상화한 디자인의 '맥스 스패셜 호프 2010'은 100% 보리맥주 맥스(Max)의 세 번째 한정판 제품이다.

이 제품은 남아공의 청정 자연환경에서 재배한 '파인 아로마 호프(Fine Aroma Hop)'를 사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맥스처럼 100% 보리 맥주로, 맥주 본연의 풍부한 맛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남아공산 파인 아로마 호프를 사용해 입안 가득 아열대 과일의 상큼한 향을 즐길 수 있다.

하이트맥주는 지난 여름과 올해 1월에도 맥스 브랜드를 활용한 한정판 맥주를 각각 출시해 국내 맥주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기존 한정판 맥주는 모두 조기에 품절되는 등 소비자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 기존의 국산 맥주에서 맛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맛과 향을 선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맥주 마케팅실 신은주 상무는 "하이트맥주는 앞으로도 맥스를 활용해 시기에 맞게 고객이 원하는 보다 맛있고, 차별화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성 있는 맥주 애호가라면 다양한 수입맥주에 도전

무엇보다 국내시장에서 맥주선택의 폭이 넓어진 이유는 수입맥주의 증가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국산맥주만 마셨다. 그러나 요즘은 대형 할인 마트에만 가도 30~40종류의 수입맥주를 고를 수 있다. 보다 다양한 맥주 맛을 즐기고자 하는 개성 있는 소비자라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수입맥주에 대한 지식이 짧아 수십 가지 맥주 중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 이럴 땐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기중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맥주수첩'저자)는 월드컵 시즌에 맞는 수입맥주로 런던 프라이드, 드래프트 기네스, 에딩거 바이스비어, 호가든 화이트비어, 필스너 우르켈 등을 꼽는다.

런던 프라이드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로 몰트의 달달한 과일 맛과 호프의 쓴 맛이 조화를 이룬다. 아이리쉬 맥주인 드래프트 기네스는 부드러우면서도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쓴 맛이 특징으로, 흑맥주 마니아들이 주로 마신다.

에딩거 바이스비어는 독일 산 맥주다. 부드러우면서도 탄산 기가 강해 갈증해소에 좋다. 호가든 화이트비어는 브뤼셀 맥주로 홉의 쓴 맛은 약하고, 중간에 신맛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필스너 우르켈은 체코 맥주로 투명한 황금색을 지니고 있다. 몰트와 홉의 맛이 균형을 이룬 맥주다.

도움말=이기중 <맥주수첩>·<유럽맥주견문록> 저자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