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핀, 아이웨어 등 오버사이즈 패션 아이템 인기

게스선글라스
전자 기기, 통신 기기의 발달로 우리 생활은 더 심플해졌으며 간편해졌다.

그러나 개성이 없는 생활의 단면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패션 스타일 쪽에 더 관심을 쏟게 했는지도 모른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상 속에서 과감한 자기 표현은 자연스러운 욕구로 보인다.

올 봄 여성들의 머리에는 화려한 꽃이 피었다. KBS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서 배우 이시영이 부의 상징처럼 오버사이즈의 헤어핀을 하거나, 아이돌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이 큰 깃털과 꽃장식이 들어간 헤어 밴드를 착용했을 땐 연예인들만의 아이템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오버사이즈 헤어 액세서리 열풍은 트렌드를 이끌며 여성들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됐다.

스타일리스트 박경화 씨는 "특히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면서 여성미를 더욱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자연스럽고 로맨틱한 스타일을 추구하거나, 오버사이즈 액세서리로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웨어도 오버사이즈가 여전히 인기다.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쓸 법했던 알이 큰 선글라스는 3~4년 동안 유행을 유지하며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레오파드 무늬 등 독창적인 컬러까지 합세해 개성을 살린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페라가모 핑크 젤리슈즈
가수 이효리, 나르샤 등이 각각 SBS <패밀리가 떴다>와 KBS <청춘불패>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내추럴한 모습과 함께 오버사이즈의 안경을 착용해 인기를 끌었다. 이 동그란 스타일의 안경은 1980년대 가수 이선희가 착용했을 법한 스타일로 최근 핫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많은 패셔니스타들이 앞다투어 선호하면서 대중에게도 유행 아이템이 됐다.

슈즈 패션에서도 오버사이즈의 장식이나 형형색색의 컬러풀한 색감들이 눈에 띈다. 여성들의 머리에 달려있던 꽃무늬나 리본이 플렛슈즈에도 그대로 내려앉았다. 과도할 정도의 큰 모양의 장식은 한층 여성미를 강조하면서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다. 꽃이나 리본 등 조신한 장식들이 오버스럽게 표현되면서 확실하게 '누구나 할 수 없는', '내 스타일에 맞춘' 감각적인 요소로 진화하는 셈이다.

여기에 젤리슈즈나 레인부츠 등 장마철에나 등장할 아이템들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합성비닐(PVC)로 만든 가볍고 질긴 재질의 이 젤리슈즈는 비가 올 때 신는 슈즈로 여성들에게 번져갔다. 2003년 즈음에는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젤리슈즈 시장에 발을 들여놓더니 이제는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았다.

명품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젤리슈즈들이 10만 원대에서 30만 원대까지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아이템이 된 것이다. '젤리슈즈=비'라는 공식은 이제 사라진 셈이다. 색감도 무지개 빛깔을 하나하나 담아내는가 하면 블랙과 화이트 등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있다.

예전 투명한 색감이나 핑크 등 단순한 색상과 디자인에서 벗어나 사계절 간편하고 패셔너블하게 신을 수 있는 슈즈를 선호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남성들도 신발 위에 덧신는 '오버슈즈'로 신발을 보호하고 동시에 형형색색의 개성에 맞춘 스타일로 멋을 추구할 수 있다. 앞으로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남성들에게 인기 상품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레인부츠도 이 같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들도 '비'와 안녕을 고하고 독단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들과 롱 길이, 다양한 색상의 레인부츠는 의상과도 조화를 이뤄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한다.

롱스커트나 청바지, 미니스커트나 핫팬츠와 매치하면 산뜻한 느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다소 과하다 할 수 있지만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한 디자인이 쏙쏙 출시되면서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 층에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 측은 "지난해에만 해도 장마철이나 휴가철에 젤리슈즈나 레인부츠의 판매량이 높았다. 그러나 올 초부터 이들의 판매량이 급증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갈 태세다.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버사이즈의 패션 아이템이 인기를 끌거나, 젤리슈즈와 레인부츠 등이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건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질과 색상, 모양 등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최신 트렌드를 듣고, 보고, 느끼며, 실천하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패션 전문가들은 대중이 다분히 유행을 따라잡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이들 제품을 찾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는 항상 형형색색의 특이한 색상과 디자인의 전통의상과 오버사이즈 액세서리들을 착용하며 자신을 표현했다. 프리다 칼로는 7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단했고, 18세에는 교통사고로 척추, 오른쪽 다리, 자궁을 크게 다쳐 30여 차례나 수술을 받는 등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어려운 삶을 살기도 했다.

KBS '부자의 탄생'
이에 대한 과장된 자기 표현이었는지 모르지만 그의 패션 스타일은 현재 페미니스트들에게 각광받으며 우상시되어 왔다. 당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패션이야말로 현대 여성들과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박경화 씨는 "사실 오버사이즈의 헤어 액세서리나 알록달록한 레인 슈즈들은 코믹스러운 여유로움도 함께 풍긴다. 패션에 대한 열린 마인드가 우리의 정서에도 스며든 것"이라며 "대중도 눈치 보며 유행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데 능숙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스타일리스트 박경화


트레통 레인부츠
토리버치 젤리슈즈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