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 페리에, 대한항공 기내식 명성… 국내시장 본격 공략

베르나르 노난코우어 로랑페리에 오너의 딸이자 전략개발 이사인 알렉산드라
원래 샴페인은 식사 후에 많이들 마셨다. 요즘은 식전주(Aperitif)로 많이 나와 샴페인 하면 으레 식사 전에 마시는 알코올로 인식돼 있다. 샴페인이 아페리티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대략 2차 세계대전 후부터다.

샴페인을 아페리티프로 데뷔시키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한 인물은 베르나르 드 노난코우어. 로랑 페리에의 회장이다. 지금 나이 90세이지만 여전히 건강한 그는 2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는 샴페인 명가 로랑 페리에를 명품 반열에 올려 세운 기업가이자 자랑스런 가문의 주역이다.

그의 딸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알렉산드라 페레예레 드 노난코우어. 이름도 긴 그녀는 로랑 페리에 이사로 회사 브랜드 관리의 총책임자이다. 로랑 페리에 샴페인의 대한항공 기내식 서비스 1주년 기념으로 방한한 그녀는 하얏트리젠시 인천호텔에서 로랑 페리에 샴페인 디너를 가지며 국내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지금 국내 샴페인 시장의 절대 강자는 동 페리뇽을 앞세운 모엣 헤네시 그룹. 샴페인 시장의 80~9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은 세계 시장에서도 모엣 헤네시 그룹의 샴페인 시장 장악력은 비슷하다.

또 이름난 고급 샴페인이라면 파이퍼하이직, 동 페리뇽, 크루그 등. 이들 샴페인은 유명세로 기내식의 고급 메뉴로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로랑 페리에 경우는 국내에서 기내식으로 먼저 명성을 얻고 일반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모델들이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로랑페리에를 소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에 서빙되고 있는 로랑 페리에는 세계시장에서는 샴페인 매출 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지정와인으로도 선정됐고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에도 제공된다. 국내에서도 명품 애호가들 사이 입소문이 돌고는 있었지만 비로소 일반에 명함을 내밀게 된 것은 대한항공의 기내식 런칭 덕분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녀가 이번 샴페인 디너를 위해 특별히 가지고 온 것은 알렉산드라 로제1998 샴페인. 로랑 페리에의 대표적 로제 샴페인이자 아주 특별한 의미의 스토리, 역사를 담고 있다.

"1982년 수확한 포도로 샴페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곤 1987년 제가 불쑥 결혼을 발표하면서 결혼식 때 아버지가 이 샴페인을 내놓았습니다. 샴페인에는 알렉산드라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죠. 바로 제 이름입니다."

그간 고이 간직해 온 샴페인에 딸의 이름이 적힌 라벨을 붙여 놓곤 아버지는 감정에 복받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프랑스에서는 딸이 결혼할 때 한 마디 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아버지는 샴페인만을 내놓았을 뿐이라고 한다.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복잡미묘한 심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하셨던 거지요. 하지만 아주 예외적이고 특별한 샴페인은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천하얏트에서 열린 로랑 페리에 샴페인 디너
그 때 그 로제 샴페인은 지금 한국에 와 있다. 올 여름 6~7월 한 달간 하얏트리젠시 인천이 여름철에 즐기는 샴페인 프로모션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 서울 쉐라톤워커힐, W호텔, 롯데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시판 채비를 갖췄다.

로랑 페리에 샴페인은 또한 와인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샴페인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침용 과정에서 샤도네이를 약간 집어 넣는 새로운 방법을 처음 시도했다. 샴페인이 톡 쏘는 액센트를 주는 것은 이 샤도네이 덕분이다.

로제 샴페인은 예전에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 품종 포도를 침용을 통해 껍질째 우려내는 기술을 로랑 페리에는 개발, 적용했다. 보통 피노누아 포도 품종은 샴페인에서 단지 붉은 색깔만 뽑아내기 위해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은 피노누아에서 붉은 과일의 향과 특징들이 샴페인에 우러난다.

샴페인 병 모양이 특이하다는 점도 샴페인 애호가들에게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병 이름은 '플라콩', 향수병이란 뜻이다. 샴페인이 담겼는데도 샴페인 병이 아니라 향수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향수병을 닮은 디자인뿐 아니라 향수와 같은 향기를 가득 품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장녀 알렉산드라는 아버지의 회사 합류 전에 크리스찬 디올과 메종 파코라반 등에서 향수 담당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로랑 페리에의 그랑 시에클 '향수병'에는 이상하게도 빈티지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고급 샴페인에는 포도 생산 연도인 빈티지가 적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보통 샴페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로랑 페리에 논 빈티지 명품 샴페인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3개년 이상 좋은 빈티지만을 모아 각각의 장점만을 모아놓았다고 한다. 병입된 뒤 무려 6년 동안 저장실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