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m 작은 골목에 10여개 브랜드 매장… 구두 축제 개최로 얼굴 알리기

축제기간 구두골목 카페에 임시 마련된 디자이너 슈즈숍
"삼청동에 맛있는 것 먹으러 간다? 아니, 나는 지금 삼청동에 구두 사러 간다!"

서울 삼청동에 '정식으로' 구두 골목이 생겨났다, 아니 정확히는 디자이너 슈즈 타운. 삼청동 파출소에서 정독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이다. 대부분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닌 참신하고 톡톡 튀는 디자이너 슈즈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낮이건 밤이건 삼청동 거리를 걷는 사람들. 크게 2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판단의 기준이 되는 근거 지점은 바로 파출소 앞. 여기서 직진하면 일반인, 우회전 하면 일반 패셔니스타가 된다. 파출소 오른쪽을 끼고서부터 디자이너 구두 골목이 형성돼서다.

원래 이 거리는 한옥 가정집들과 도자기 공방 등이 밀집해 있던 지역, 수공예 액세서리와 모자 등 몇 개 패션 숍만 들어서 있었다. 일반 매장으로서라기보다는 공방으로 더 인기가 높다 보니 자연스레 디자이너들이 몰려 들기 시작한 것이 1~2년 전부터. 디자이너들이 작업 공간으로 쓰면서 더불어 작은 매장도 함께 열게 되면서다.

지금 100여m 남짓되는 작은 골목에 들어선 디자이너 구두 브랜드만 10여 개. 바깥쪽 대로변에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서너 개 구두 숍 숫자를 훨씬 넘어섰다. 또 삼청동 대로변이 식당과 카페 등 먹거리와 일반 의류나 액세서리 등 패션거리의 성격을 띠어 간다면 구두 골목은 디자이너 슈즈 타운으로 특화되고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한옥 그대로 구두숍을 꾸민 라스트 애비뉴
최근 삼청동 구두 골목은 '침묵을 깨고' 구두 축제를 개최, 디자이너 슈즈 타운으로 발돋움하기위한 본격 행보에도 나섰다. 디자이너 구두 브랜드들이 패션쇼핑몰 아이스타일24와 함께 삼청동 구두골목에서 핑캣 워크페스티벌 in 삼청동'을 연 것. 핑크 고양이를 뜻하는 핑캣처럼 디자이너 구두를 신고 걸으라는 메시지다.

이들이 올해 처음 구두 축제를 열게 된 이유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삼청동 구두 거리를 알리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아직도 삼청동을 찾는 10명 중 8명은 이 거리에 들어오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고 보기 때문. 디자이너들의 패션 구두 거리로 특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다.

실제 삼청동 구두 거리는 패셔니스타를 중심으로 입 소문을 타고 퍼져 왔고 패션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인기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반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진 못한 것이 현실. 패션 리더들에게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독특한 장소'란 의식도 강하고 너무 많은 이들에게 오픈되는 것을 꺼리는 측면도 없진 않다.

하지만 축제기간 동안 신진 디자이너들의 스페셜 에디션 전시회와 브랜드별 깜짝 스팟세일을 통해 디자이너 구두를 특가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 등 전에 없던 행사들이 시도됐다. 포토 존을 만들어 기념 촬영 기회를 주는 포토 이벤트, 최대 40% 슈즈할인 쿠폰, 디자이너 슈즈 등 경품 이벤트까지 다채로운 시민 참여 행사들도 열리고 축제 기간 동안에는 거리를 방문한 3000여 명에게는 삼청동 카페 무료 음료 쿠폰, 구매 고객에게는 페스티벌 백도 증정됐다.

특히 삼청동 구두거리가 형성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또 하나의 변화는 일본인 쇼핑객들의 대거 등장이다. 삼청동까지 찾아와 디자이너 구두를 보고 사가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 아이스타일24 이선우 MD는 "일본은 명품 슈즈 가격이 비싸고 생각 보다 디자인이 뛰어난 구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유니크하고 세련된 디자인 슈즈를 장만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 일본인들의 관광 가이드북이나 안내서에는 삼청동 구두 거리를 안내하는 내용이 크게 할애돼 있다. 어떤 가이드북은 디자이너 구두숍 브랜드마다 일일이 제품 특성과 디자인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을 정도. 정작 한국 사람들 보다 관심이 크다면 더 크다.

특히 한옥 그대로의 모습대로 구두 숍을 꾸민 '라스트 애비뉴'는 특이함 못지 않게 한국 전통의 멋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삼청동 구두 골목 안쪽의 또 다른 골목 안에 자리잡아 금방 눈에 안 띄지만 외국인들은 잘도 찾아간다.

하지만 아쉽게도 삼청동의 디자이너 구두는 시중보다 결코 싸진 않다. 몇 만원 대 대중적인 제품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앞세워 10만 원~30만 원대를 호가하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패셔니스타들이 굳이 이 거리에서 구두를 사는 이유는 남들이 안 신는, 다른 데서는 살 수 없는 자기만의 패션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

삼청동 구두 축제에서는 또한 구두 숍 못지 않게 카페들까지 동참했다는 것도 재미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지 못한 여러 명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제품들을 카페 공간을 빌려 전시, 판매하는 기회를 가진 것. 카페 매장 또한 구두 숍 못지 않게 호응이 높았다.

삼청동 구두 거리의 많은 브랜드숍들은 더불어 인터넷 온라인 시장에도 입점, 온 오프를 연계해 판매를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일단 삼청동 구두 골목을 가장 소호(SOHO)스런 거리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것이 삼청동에 몰려든 디자이너들의 바람이다. 이들은 "구두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 삼청동 구두골목을 보다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패션문화의 거리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글·사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