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소믈리에' 곽동영 'S Way' 오픈 내추럴 와인 선보여

레스토랑의 주인은 오너,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셰프, 와인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소믈리에로 불린다. 그리고 주인이면서 요리도 하는 사람은 '오너 셰프'.

그럼 소믈리에면서도 레스토랑 주인은? '오너 소믈리에' 정도! 새로운 조어 같기도 하고 아직 딱히 불러 본 기억도 별로 없다. 국내에서 대부분의 유명 소믈리에들은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의 직원들이 대부분…

소믈리에 곽동영, 그녀는 이제 '아직 생소하지만' '오너 소믈리에'로 불러도 된다. 소믈리에로서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어서다. 서울 역삼동 신한은행 강남별관 지하1층 로비에 최근 오픈한 'S way'(에스 웨이).

어쨌든 그녀는 '겁도 없다'. 소믈리에로서는 '주니어'라고 할 수 있는 불과 나이 서른에 음식과 레스토랑 경영까지 책임지게 되서다. 물론 소믈리에로서 기본 업무인 와인 셀렉션과 관리, 서빙 또한 그녀의 전담 업무.

"언젠가는 제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것도 원래 인생 계획에 들어 있었어요. 대략 3~4년 후 쯤이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만 기회가 일찍 찾아온 것 뿐이죠. 우연찮게 기회가 주어져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레스토랑 오픈을 결심했습니다."

오너가 '너무 젊어서' 정작 걱정하는 이들은 주변 사람들이다. "남들이 (저 보다) 훨씬 더 염려해주세요." 너무도(?) 담담해 보이는 그녀는 "레스토랑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몸이 약간 피곤한 것 빼고는 너무 즐거웠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녀는 소믈리에다. 그것도 프랑스에서 당당히 정식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받고 돌아왔다. 소믈리에 과정으로 가장 어렵다는 코스인 BP(Brevet professionnelle)를 최고 성적으로 이수했고 1년 과정의 MC 자격증도 따냈다.

특히 그녀는 프랑스 전체에서도 단 4군데에서만 이수할 수 있는 BP과정을 정규 코스로 마친 유일한 한국인 소믈리에로 통한다. BP과정 이수한 한국인들이 몇 명 더 있지만 그녀는 2년 과정을 정식으로 소화해낸 것. "그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아예 지원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레스토랑 실습과 실기, 이론 학습 등 소믈리에로서 여러 분야에 걸쳐 최고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는 BP는 시험도 어렵지만 과정도 결코 쉽지 않다. 일단 MC자격증과 3년 이상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 도전 자격이 주어진다. 프랑스에서도 1년에 20여명 정도 만이 최종 합격하고 중간 탈락자나 시험에서 떨어지는 이들이 더 많다.

대신 BP 자격을 획득하면 소믈리에로서 최고 수준의 인정과 대우를 받는다. 유명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등에 수석급 소믈리에로도 진출하고 급여도 크게 뛰어 오른다. 미국에 진출할 경우에는 보통 5년 이상의 소믈리에 경력을 인정받는 '확인서'로도 통한다. 반면 1년 과정의 MC는 한 해 합격생만 수 백여 명이나 된다.

만약 레스토랑 오픈이 아니었다면 당초 그녀가 하려고 했던 일은 와인 수입이다. 그 많고 많은 와인들 중의 하나라기 보다는 '내츄럴 와인'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와인을 소개하는 작업이 그녀가 생각한 아이디어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용어랄 수 있는 내추럴 와인은 번역하자면 '자연주의자들의 와인'. 화학적이거나 인위적 양조 방식이 아닌 포도를 재배하는 와이너리의 농부들이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생산한 와인들을 가리킨다. 얼핏 유기농 와인이나 바이오 다이나민 와인과도 비슷하게 들리지만 기업화된 규모의 와이너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내츄럴 와인의 콘셉트는 그녀가 프랑스에서 소믈리에로서 가진 경험들이 밑바탕이 됐다. "유명한 와인바 레스토랑에서 일했는데 와인 셀렉션이 특이했어요. 일반 와인들이 아니고 거의 대부분이 생소하고도 특별한 와인들이었죠. 바로 내추럴 와인들이예요." 그 레스토랑에서만 그런 와인들을 마실 수 있다.

보통 불과 몇 에이커의 빈야드에서 생산되는 내추럴 와인들은 양도 많지 않다. 한 해 최대 300병이면 대량생산에 속하고 60병, 20병도 기본이다. 양이 적다 보니 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만 팔리고 와인 홍보나 마케팅은 아예 없다.

"이런 와이너리에 가보면 샤또나 양조장이라기 보다 그냥 시골집이에요. 어떤 곳은 팩스도, 이메일도 없어요. 농부들의 손도 거칠기만 해 농사꾼의 와인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하죠." 그녀는 한국에 이들 내추럴 와인들을 소개하고 싶어한다. "저의 레스토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자연주의적인 와인들이죠." 그녀가 그렇게 주문한 6가지의 내츄럴 와인들은 벌써 한국에 도착, 통관 검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서빙을 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집에서는 못하게 했지만 커피숍이나 유학시절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외국어도 더 쉽게 배우게 되고 다양한 사회 경험도 할 수 있었죠."

직접 요리 수업이나 경험은 없지만 와인을 공부하면서 배운 푸드 매칭 과정에서 그녀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과도 접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돈을 쓴 데는 아마 와인과 음식 밖에 없을 거예요. 돈을 아끼지 않고 맛있다는 데는 거의 다 다녀봤거든요."

그녀의 레스토랑 '에스웨이'에서 음식은 라마다 르네상스와 올림피아 호텔 출신의 마상민 셰프가 맡는다. 정통 이탈리아식을 선보일 계획. 지배인 역시 그녀와 같이 프랑스에서 공부한 소믈리에 이미경씨. 롯데호텔 출신의 이 씨는 국제 기능올림픽대회 레스토랑 서비스 부문 3위 입상 경력도 갖고 있다.

"와인 셀렉션에 관한 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차츰 자리를 잡게 되면 소믈리에의 본고장 프랑스의 유명 소믈리에들도 초청해 강연과 테이스팅도 가질 생각입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유대관계를 맺어 놓은 와인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많거든요." 소믈리에 곽동영이 '꿈꾸는' 레스토랑 '에스웨이'의 한 켠에는 공연이나 강의를 위한 무대도 벌써 마련돼 있다.



글·사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