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정선 약초마을숲속 모노레일 투어 후 오가피 국수 별미… 밤 낚시 후 매운탕 꿀맛

모노레일
푹푹 찌는 한낮의 열기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 요즘, 백두대간 정기 품은 쌉싸름한 약초향을 만끽하고, 약초와 산채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청정자연을 맘껏 담아 생기 충전하고 원기 돋우는 웰빙여행 떠나 볼까?

정선은 아라리의 고장이며 태백준령의 기운이 서린 심심산골을 품고 있어 예로부터 산약초의 재배와 채취로 유명한 곳이다. 약초마을이 있다는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로 가기 위해 영동고속도로를 벗어나 동해선을 타고 옥계를 거쳐 구절양장 산길을 오른다.

급경사 가파른 고불한 길을 오르며 차창을 열어놓자 온통 녹음 우거진 계곡이 초록바다를 펼치며 싱그런 숲내음이 밀려 든다. 그러나 사람은 상쾌함을 즐기는데 자동차는 깔닥고개를 넘느라 제 속도를 잃고 주춤거리면서도 구비구비 산마루를 넘더니 백봉령에 섰다.

까마득히 높은 산봉우리가 결을 이루며 이어진 채 발 아래 놓이고, 아스라히 동해바다의 푸르른 물결까지 한눈에 잡힌다. 시선에 티끌하나 거침이 없고 가슴 후련해지는 전경과 웅장한 태백준령의 장관에 감탄이 터진다.

한동안 머물던 백봉령에서부터 5분여 내리막길을 내달려 도전리 약초마을 표지판을 따라 진입로로 들어서면 하얀 감자꽃이 만발한 감자밭이 인기척을 대신해 마을을 찾아 든 이를 반긴다.

도라지와 약초들
산간오지마을인 도전리는 짙은 초록빛의 고산준봉이 휘감고 있는 호젓함 속에 가가호호 담장마다 화려한 자태가 눈부신 모란이 무리지어 있고, 너른 밭과 언덕마다엔 감자꽃과 도라지와 온갖 들꽃이 만개해 쌉싸름한 산채향과 살픗한 꽃향만이 조붓한 골목길을 따라 너울댄다.

지금은 폐교가 된 임계초등학교 도전분교의 담장을 끼고 뒷길을 오르면 약초마을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마을정보화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약초마을에서 생산되는 각종 산약초를 전시 판매하며, 약초마을을 찾아 온 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산악자전거와 청정 계곡에서 즐기는 낚시를 위해 낚시대와 어망등 간단한 장비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과 식당 등의 편의 시설이 있다. 약초마을에서 진행하는 모든 체험장으로 이동하는 수단인 트랙터가 끄는 순회 관람차를 타고 덜컹거리는 마을길을 달리는데, 아이들은 를 타는 것만으로도 신이나 어쩔 줄을 모른다. 하물며 약초마을의 가장 자랑거리인, 산채와 약초가 가득한 산속을 모노레일을 타고 탐방을 하는 신나는 체험까지 이어진다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 약초마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숲속 모노레일 투어는 남녀노소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울울창창한 고목들 사이를 누비며 산림욕을 즐기고, 산채와 약초 군락지에서는 숲 해설가의 구수한 입담을 통해 약초와 산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자연 체험학습에 건강까지 챙겨보는 일석이조의 특별한 추억이 된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상쾌한 나무 향과 그윽한 약초향이 온 몸에 점점 배이고,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빼꼼히 드러난 하늘에서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은 창창한데 이따금씩 모노레일이 멈춰질 때면 모노레일 운전을 하던 숲 해설가는 숲으로 내려서서는 산채와 약초를 하나씩 채집해 약효와 쓰임새를 일러 준다.

정선 약초마을
1시간 30분여의 숲속 약초 탐방을 마치고 모노레일에서 내릴때면 싱글벙글 얼굴 가득 생기발랄한 미소를 머금고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쾌하다~ " "정말 좋아요~"라는 체험의 변을 서슴치 않는다.

한바탕 신나는 약초마을 탐험을 했으니 출출한 속을 달래 주기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펜션옆에 있는 식당은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기에 시골 인심과 강원도의 토속 맛을 맛 볼 수있다.

더위 때문인지 점심은 살얼음이 소복하게 담긴 육수에 오가피로 만든 국수가 나오는데 이 마을에서 만든 발은 마치 메밀국수처럼 보이지만 식감이 매끈하고 부드러우며 쫀듯함이 특별하다.

특히 오가피국수와 함께 나오는 갓 김치는 남쪽지방의 갓과 달리 열무처럼 여리고 보드랍기에 갓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열무김치인줄 알고 먹는다. 그리고 함께 곁들인 곤드레나물을 비롯한 각종 밑반찬도 강원도 산골의 소박한 음식 맛과 산채와 약초가 재료로 쓰여 말 그대로 보양식이다.

식사가 끝나고 설렁설렁 산책길에 나서 보자 .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 줄 동물 사육장이 있고 약초마을에서 생산하는 갖은 산채와 약초가 전시용으로 재배 되고 있다.

트랙터 관람차
여기서 약초마을의 기 돋우는 웰빙 건강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해가 이울기 시작하면서부터 산속의 이른 밤이 찾아오면 약초마을은 또 다시 신나는 체험 준비로 들뜬 아이와 어른들로 부산해지며 술렁인다.

바로 청정수로 유명한, 그래서 열목어가 서식한다는 부수베리계곡으로 밤낚시를 떠나는 것이다. 여린 랜턴 불빛이 계곡 물을 비추고 낚시대를 들이대면 얼마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들리는 아이들의 "물고기다!" 란 호들갑스러운 외침이 고요를 깨뜨린다.

이름도 모르는 물고기들이 낚시대에 대롱대롱 달려 올라오고 아이들의 환호와 탄성은 그칠줄을 모른다. 체험을 담당하는 분이 어설픈 아이의 낚시대에 걸린 열목어 한마리를 손바닥에 올려 놓고 보호어종이라 설명한 후, 놓아 주자고 동의를 구하자 아이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얼른 계곡물에 다시 열목어를 놓았다.

그리고 1시간여, 밤이 짙은 계곡에서 수확한 붕어와 꺽지, 그리고 어린 메기로 야식을 준비했다. 보글보글 끓여진 라면 매운탕이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모두 꿀맛이라고 입을 모운 야참이다.

깊어지는 밤을 따라 짙은 산약초의 향기가 배인 하루의 여행이 마무리가 되는 시간, 마당에 피워 놓은 모닥불 주변에 빙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일행중 한사람이 젓대(대금)를 꺼내 정선아리랑을 연주한다.

오가피 국수
맑고 고운 선율이 마당에 가득 차오른 약초향, 들꽃향기와 어우러질 즈음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 아닌 어른들의 추억 찾기가 시작된다.

은박지에 쌓인 감자를 잿더미에 밀어넣으며 어린 날의 향수를 그리기도 하고, 때론 흥얼흥얼 혼잣만의 콧노래로 산속의 밤이 주는 한량 없는 여유를 즐긴다. 곁들인 정선 생막걸리 만드레주는 한여름밤의 정취와 함께 술술 넘어간다.

심마니가 아니면 오르지 못할 높고 깊은 산속에서 청정하고 신묘한 기운을 받고 자라는 약초와 산채들의 향기에 흠씬 취하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산림욕으로 개운하게 씻어 내며, 오가피국수와 곤드레 나물과 도라지 짱아지와 수많은 산채 나물로 입맛을 살린 웰빙 여행, 650미터 고지의 쾌적함으로 기 살린 하루의 여정이 추억의 갈피에 채곡채곡 채워지며 심심산골, 깊어가는 밤 하늘의 별빛이 총총 반짝반짝 더욱 환하게 빛난다.


갓김치

글·사진 = 양지혜 여행작가 himei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