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미 '한국 소믈리에 대회' 1위 포함 4명 첫 결선 진출

제9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대한민국 스타 소믈리에의 산실 역할을 해 온 소펙사(SOPEXA) 주최 '한국 소믈리에 대회'.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들을 선발하는 이 대회에서 신진 소믈리에들이 약진하고 있다.

프랑스 농식품수산부(MAAP)가 주최하고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SOPEXA)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벌써 9회째이다. 최근 벌어진 2010 대회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최종 결선에 오른 모두 8명의 소믈리에들 중 절반인 4명이 첫 결선 출전자들이라는 점이다.

"제가 최고 고참급에 든다니 부끄럽네요. 하지만 외국에서 열리는 소믈리에 대회에 나가 보면 저보다 더 나이 많고 경륜 있는 소믈리에들이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무척 많아요. 와인 시장이 더 성숙하면 노장들도 더 많은 대회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은대환 리츠칼튼호텔 더가든 매니저는 최종 결과 발표에 앞서 쑥스러운 표정으로 결의를 보였다. 사실 그는 지난 해 5위 입상자. 2년 연속 대회에 출전해 최종 결선까지 오르며 소믈리에계의 고수임을 입증해 보였다.

최종 결선에 오른 8명의 소믈리에 중 최고참급은 은대환 매니저와 보나세라의 김창모 소믈리에. 이정훈(쉐라톤그랜드워커힐 애스톤하우스), 이승훈(비나포) 두 소믈리에가 이전 대회에서도 최종 결선에 올랐던 것까지 감안하면 4명이 그 동안 입상 경력이 있는 고참에 속한다.

제9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수상자들. (이승훈, 은대화, 채태근, 김창모, 최은식, 황지미, 정미경, 이정훈)
반면 최근 수년간의 이 대회 결과를 감안할 때 무려 4명의 뉴 페이스가 결선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황지미(노보텔 앰배서더호텔 더비스트로) 최은식(정식당), 정미경(더키친 살바토레쿠오모), 채태근(그안 청담점)씨 등이 올해 대회를 통해 두각을 드러낸 신진 소믈리에들.

최고 소믈리에 타이틀을 얻기 위한 도전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필기와 실습 등의 테스트로 수백 명의 예선 출전자들을 따돌리는 것이 1차 과제. 결선에서도 영어나 불어로 진행되는 와인 묘사 능력, 와인에 어울리는 메뉴 추천 능력, 와인 서빙 기술, 외국인 손님이 포함된 단체 고객 응대 및 서비스 능력 평가 등 다방면에 걸쳐 검증이 이뤄진다. 기술적인 면 이외에도 소믈리에로서의 태도 등 종합적인 면 또한 주요 채점 평가 사항이다.

그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소믈리에들은 소펙사 대회를 통해 스타로 부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1회 대회에서 한상돈 오룸갤러리 지배인, 2001년 2회 대회 때는 공승식(롯데호텔 바인 지배인), 홍재경(조니워커스쿨), 김광섭(쎌라 투 쎌라), 4회 대회에서는 김진석(팔레 드 고몽)씨 등이 스타 소믈리에 반열에 올라섰다.

또 지난해 대회 입상자인 김용희(가든플레이스), 유영진(워커힐 델비노), 이승민(엔그릴) 소믈리에와 윤달선(퀸즈파크 파리크라상), 상민규(까사델비노), 고효석(나오스노바), 박은애(와인타임), 김수희(63씨티), 전현모(에버원 솔루션), 김만홍(르댕 페르뒤), 상민규(까사델비노) 씨 등도 소펙사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올해 대회에서 신진 소믈리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고 소믈리에의 세대교체라고 얘기하기에는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제9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 황지미씨
"초창기 소믈리에들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아요. 올해 대회에서도 진짜 고수들은 나올 군번이 아니라고 참가하지를 않았잖아요. 젊은 소믈리에들이 기술적인 면에서 습득 속도는 매우 빠른 것 같은데 대회 준비를 위해 속성으로 공부한 탓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체합숙이라도 해서 익히면 더 완벽해질 것도 같은데…" 소믈리에 대회를 해마다 지켜본 임지현 와인 읽어주는 여자(이지 Izzy) 이사는 "아무래도 고객을 읽는 능력은 이전 대회에서의 입상자들이 더 나았던 것 같다"고 평한다.

김광섭 소믈리에도 "어쨌든 요즘 소믈리에들은 예전보다 더 민첩하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어나 불어 등 외국어로 와인을 설명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테스트 비중이 더 강화되는 추세를 지적한 것.

이번 대회 우승자는 황지미(노보텔앰배서더호텔 더비스트로) 소믈리에. 한 번도 이 대회에 참가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첫 출전에서 1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장에서 울음을 터뜨린 그녀는 프랑스 유학파. "유학 시절 와인 공부를 열심히 했고 배운 것을 잊지 않은 것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녀는 "소믈리에는 고객의 최대 만족을 위해 존재한다고 배운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비록 신인에게 우승컵을 넘겨줬지만 고참 소믈리에들의 도전도 계속된다. "국제대회 참가권 등 좋은 타이틀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대회에 나올 생각입니다." 지난 해 우승자인 김용희(가든 플레이스) 소믈리에의 말이다.

"대회 경험이 있는 소믈리에가 더 유리할 수는 있겠죠. 개인적으로 더 실력을 쌓고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공부하기 위해 출전을 즐깁니다. 궁극적으로 소믈리에에게 대회 무대도 중요하지만 현장이 진정한 무대이겠죠." 올해 2위 수상자 은대환 소믈리에도 같은 의견이다.

정석영 소펙사 소장은 "소믈리에라는 전문직을 알리겠다는 일념에서 2001년 작은 이벤트로 시작했는데 효과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며 "내년 대회 10주년을 맞아 더욱 성대한 잔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