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발암 물질 다량함유 불구 밀수 3년새 13배 증가

비아그라는 엄연한 치료제로 오남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비아그라우먼 3총사
인천세관에서 커피믹스를 가장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가 적발됐다. 적발된 커피믹스 1봉지에는 발기부전치료제 유사물질이 정품 1알보다 5배나 많이 들어있었다.

국내에 밀수입하려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에 적발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는 2007년 이후 3년 만에 13배가 증가했다.

최근 밀수입 동향은 여행객을 가장해 휴대품에 소량씩 은닉하던 과거와 달리 건강보조식품으로 위조하거나 대리석, 철근 등에 위장해 컨테이너 속에 대량으로 밀수하는 지능화, 대형화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지역에서 중국 다음으로 가짜 발기치료제를 많이 밀수하는 나라로 꼽힌다.

가짜 약 복용 후 75%가 부작용 경험

한국이 세계적인 가짜 발기치료제 밀수국가가 된 데에는 특유의 문화적 배경이 한몫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남성과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건국대 충주병원 양상국 교수는 "오랫동안 한방에 의존해 온 탓에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안전의식이 미비하고, 남자 건강의 상징인 발기를 위해 보약처럼 미리 약을 먹어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민권식 교수는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가 2004년 전 세계 40세 이상 80세 미만 남녀 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에 대한 태도 및 행동에 관한 글로벌 조사 연구'결과를 언급했다. 민 교수는 "조사 결과 '섹스가 인생 전반에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미국(70%)이나 유럽(80%)보다 높은 90%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성적인 문제로 의사와 상담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서 우리나라 응답자 가운데 2%만이 '있다'라고 답해 전체 설문참여 국가 중에서 꼴찌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발기부전치료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인데, 성 문제로 의사를 찾아가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가짜 약을 찾는 이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이 가짜 발기치료제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납, 수은, 크롬, 카드뮴, 비소 등의 독성물질과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는 발기유발 성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고, 발기유발 성분이 들어있지만 인체에는 해로운 약제가 들어 있는 것도 있었다. 발기유효성분이 과다하게 들어 있는 제품이 전체 가짜 약 가운데 68%에 달했다.

한국리서치가 2008년 11월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복용자 중 75%가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5%는 2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는 '지속 발기증'이나 발기가 계속되는 '영구 발기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보였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가짜 발기치료제 복용으로 인한 사망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는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후 7명이 저혈당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 중 4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대한남성과학회 박광성 회장(전남대 비뇨기과 교수)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시각장애나 심장장애,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발기부전치료제는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을 요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