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5' 이호규 대표'랩5' 태동 이끌고 디자이너들 세계 진출 후원자 역할 자임

레벨5 이호규 대표(가운데)와 랩5의 박영준 디렉터(왼쪽), 송승렬 치르 디렉터
"랩5는 1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여 패션 독립을 꾀한다는 의미와 함께 대한민국 패션의 글로벌 도약이라는 중차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 디자이너 셀렉숍 '랩5'의 태동을 이끈 레벨5 이호규 대표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후원자 역할을 자임한다. 그래서 그는 디자이너들을 '파트너 혹은 동반자'라고 호칭한다.

"디자이너들과 단순한 임차인, 임대인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께 마케팅하고 운영하면서 사업을 키우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자는 뜻을 공유하는 것이죠. 디자이너들에게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브랜드 기반을 주어야만 성장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디자이너들에게 백화점이나 일반 숍보다 훨씬 나은 조건들을 제시하며 랩5를 꾸민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수십년 간 패션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외국 인사에게 우리 디자이너의 옷을 보여줬습니다. 이들 디자이너의 멀티숍을 해외에 열 계획을 말했더니 옷들을 보자마자 'O.K'란 답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수준이 세계적이고 뛰어나다는 반증이죠." 아직 마케팅과 브랜드 파워가 없을 뿐 한국 디자이너들의 잠재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이호규 대표는 확신한다.

이 대표의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글로벌화는 바로 올해 10월부터 확인할 수 있다. 쌍용건설이 착공해 세계적인 이슈가 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컬렉션 숍을 오픈하는 것. 국내 독립 디자이너의 제품이 세계적인 리조트 쇼핑몰에 정식 입점,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이하게도 이호규 대표는 패션계 출신 인사가 아니다. 사실 1994년 종합 부동산 컨설팅기업인 BHP Korea를 국내 최초로 외국 합작 투자 법인으로 설립, 부동산 시장에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한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그런 그가 지난 해 부동산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 패션에 진출, 레벨 5(Level 5)를 설립한 것은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한국패션의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야심 찬 포부 때문이다.

하지만 랩5는 당장 명동 한 복판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들과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자라, 망고, H&M 등 세계적 브랜드들이 같은 빌딩, 그것도 아래 층에 이미 자리잡고 있어서다. "5층이란 자리는 상대적으로 불리하죠. 하지만 레벨5에는 옷 하나하나 마다 디자이너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이 존재하죠. 이 점에서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패스트패션과는 차별화 됩니다."

이호규 대표는 때문에 편집숍 랩5에서의 쇼핑은 '보물찾기'라고 표현한다. 양은 적지만 가짓수가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뒤적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뜻. 현재 레벨5에는 랩5를 비롯, 35개의 브랜드가 운영중이다. 활동하는 디자이너 수만 어림잡아 400명 이상이라고.

"결국 우리나라 소비자가 인정해 줘야 해외로도 나가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 디자이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패션 독립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만은 자신합니다." 그는 "세계의 패션 소비자들이 대한민국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브리지,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글·사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