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도서관저자와의 대화, 평생교육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 2년연속 평가1위

정독도서관 작가와의 만남-<올레 감수광> 강민철 작가(사진제공=정독도서관 제공)
서울 종로구 복촌길. 한옥마을의 골목 사이에 서울특별시립정독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학생, 직장인, 노인, 외국인 등이 북적인다.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시점이면 정독도서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하루 평균 5000여 명이 드나드는 정독도서관은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2008년 대통령상, 2009년 특별상을 수상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실시한 도서관 평가에서도 2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정독도서관은 어떻게 '명품 도서관'으로 발돋움했을까.

문화생활 공간으로 변화하는 도서관

9월 7일 정독도서관 본관 3층 갤러리. 대중가요 <감수광>이 흘러나온다. 20여 명의 참가자들이 갤러리를 가득 메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정독도서관이 마련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독도서관, 정독갤러리 (사진제공=정독도서관 제공)
제주올레 기행 산문집 <올레 감수광>의 저자이자 도보여행자 강민철 작가의 출판 기념회 겸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다. '제주 올레의 아름다운 풍경에 태클을 걸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자리는 작가가 제주 올레길 330km를 걸으며 마주한 아름다운 풍광들의 사연들과 혼자 올레 여행을 떠났던 과정을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직접 가져온 제주산 귤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격식을 던져버린 작가와의 만남은 제주의 향기로 가득했다.

"정독도서관이 지향하는 바는 책과 이용자들이 만날 수 있는 루트를 책 하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책을 쓴 저자와의 소통으로도 연결하고 있다. 도서관이 책을 보고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인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정독도서관 문화활동지원과 이경희 과장의 말이다. 그는 시대에 따라 도서관이 변화해야 하는 건 당연하며, 이용자 수가 늘고 수준이 높아질수록 도서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독도서관은 9월을 독서의 달로 삼고 독서진흥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와의 대화, 독서토론회,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다독자 표창 등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독서를 위해 이용자들의 발길에 의지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전파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최근에는 작가와의 대화 및 낭독회를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신간도서 출판과 함께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작가 정이현, 김훈, 전경린, 은희경, 박범신, 서영은 등이 참여해 독자와 만남을 가졌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도 1년에 한 권씩 정독도서관에서 주도적으로 전개하는 행사다.

정독도서관 꿈자람 교실(사진제공=정독도서관 제공)
지난 2005년부터 <문제아>(박기범, 창비사), <유진과 유진>(이금이, 푸른책들), <남한산성>(김훈, 학고재), <서울, 골목길 풍경>(임석재, 북하우스), <유랑가족>(공선옥, 실천문학사)에 이어 올해는 <너는 모른다>(정이현, 문학동네)가 선정돼 진행되고 있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행사는 9월 7일 독서토론과 손인형극 공연이 펼쳐졌고, 9월 6~12일까지 원화 전시회 및 작가 작품 전시회가 동시에 이어졌다.

정독도서관이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평생교육사업이 20여 년째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외계층과 장애우, 노인, 어린이 등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 저소득층, 편부모, 맞벌이 부부를 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실로 운영되는 '꿈자람 교실',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컴퓨터 기초, 인터넷 활용 등 무료컴퓨터를 가르치는 '실버컴퓨터교실', 요가에서부터 서예, 사군자, 태극권, 한국세필화 등을 가르치는 '문화교실' 등이다.

또한 정독갤러리를 통해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갤러리는 지역사회의 신인 작가 발굴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선희 자료봉사과장은 "평생교육사업은 최근 도서관의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만든 책이나 작품을 전시하는 일도 중요한 프로그램이 됐다"며 "9월 독서의 달 표어가 '만날수록 새롭다'이다. 도서와 이용자 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문화생활의 장으로서 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넘어 해외 교류로 글로벌화

정독도서관 독서토론회(사진제공=정독도서관 제공)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멋진 정원에 들르는 횟수가 더 많죠."

정독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넓게 펼쳐진 정원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직장인 오혜영(30)씨는 종로에 위치한 회사 덕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정독도서관을 찾는다. 평일 오후에 벚꽃나무, 등나무 터널 등 탁 트인 정원의 벤치에선 지역주민, 직장인 등이 한 손에 음료를 들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주변에 북촌 한옥마을이 발달해 관광코스가 된 것과 덩달아 아름다운 정원을 보기 위해 중국, 일본, 미국, 대만 등 여러 나라의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던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본 관광객들의 수는 날로 늘고 있다.

정독도서관은 도서관 밖으로 나가 대외지원에도 열심이다. 종로구에 마을문고만 20여 곳이 있는데 정독도서관은 그 곳 자원봉사자들에게 도서관리업무와 사서교육 등을 시킨다. 또한 서울시 북부ㆍ중부ㆍ성북교육청 관내 초중고 특수학교 345개교를 대상으로 현장방문을 통해 자료관리 및 운영 업무능력 향상, 독서교육 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카페 10여 곳에 도서를 기증했다.

도서관 인근 지역과의 소통 이외에도 국제적인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1995년부터 중국, 일본과 문화자료를 교류하고 있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도서관, 일본의 북륙지구도서관과는 매년 자료와 인적 교류를 통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몽골한인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200여 권의 책을 몽골에 보냈다. 최근에는 독일의 드레스덴 도서관 관계자들이 정독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도서관의 운영프로그램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태국과 일본의 도서관 관계자들도 견학 와서 정보를 교환했다. 정독도서관의 국제교류가 더욱 활기를 띤 한 해였다.

사진=임재범기자
이경희 문화생활지원과장은 "1년에 약 2억 8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1년에 나오는 책의 50%도 구입하지 못한다"며 "부족한 예산이지만 좋은 책을 선정해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독도서관 9월 독서의 계절 행사

ㆍ1권 더 대출 이벤트(9월 1일~30일) : 1권 추가 대출함(자료실)
ㆍ기념품 증정(9월 1일~30일) : 도서관 이용자 및 행사 참여자에게 증정, 배포(각 자료실 및 행사장)
ㆍ전시회(9월 1일~30일) : 스케치열린정 전시회, 다큐멘터리 아트전, 팀커쉬전(정독갤러리)
ㆍ영화감상회(9월 2일~30일) : 추천영화 감상회(시청각실)
ㆍ영어도서 목록 배부(9월 1일~30일) : 새로 들어온 영어책 목록 배부(인문사회 자연과학실)
ㆍ사서가 권하는 책 목록 배부(9월 1일~30일) : 2010년 우리도서관 추천도서 목록 배부(각 자료실)
ㆍ짧은 독서퀴즈 이벤트(9월 1일~20일) : 독서퀴즈 응모자 중 10명 추첨, 부상 증정(어린이실)
ㆍ독서를 주제로 하는 그림책 전시 · 목록 배부(9월 1일~20일) : 독서 관련 그림책 전시와 목록 배부(어린이실)
ㆍ나를 이끌어 주는 독서 관련 한마디(9월 1일~30일) : 우수 명언 선정해 5명 부상 증정(홈페이지)
ㆍ정독 책읽기 운동(9월 1일~30일) : 적극적인 참여자 5명 선정해 부상 증정(홈페이지)
ㆍ채인선 동화작가 그림책 원화 전시회(9월 1일~30일) : 채인선 작가 그림책 3종 원화 전시회(1동1층 로비)
ㆍ독서신문 만들기(9월 18일) : 다문화 관련 독서신문 만들기(문화2실)
ㆍ시(詩) 선(線) 그리고 인(人)(9월 18일) : 시, 음악, 무용이 어우러진 다원예술 공연(정독갤러리)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