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헤리티지 전시회] 패션의 전설 '뉴 룩' 등 총 8점 국내 최초 선보여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여성이라면 한번 쯤 지나갔을 법한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삼삼오오 모여든 여성들이 너나할 것 없이 초대형 선물 박스로 들어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블랙 플레어스커트와 밝은 회색 실크 재킷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번 입어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침을 꼴깍 삼키고 있다. 6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세계적인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의 역사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패션 역사의 한 페이지, '뉴 룩(New Look)'
1947년 2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파리는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크리스챤 디올의 생애 첫 컬렉션은 파리 시내를 온통 술렁이게 했다. 디올은 당시 전 세계 여성들이 전쟁의 잔상으로 남아 있는 듯한 높은 어깨와 짧은 스커트의 패션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평소 꽃을 좋아했던 디올이 '코롤(꽃잎)'이라는 이름으로 완성한 패션은 세계를 강타하며 '뉴 룩 레볼루션'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억압되었던 여성미의 분출을 유도하였으며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있던 여성의 패션 시장을 자극한 것이다. 그의 첫 작품인 블랙 울 플레어스커트와 밝은 회색빛 산둥 실크 재킷이 그것이다.
이 패션은 도발적인 럭셔리의 상징으로 부각되면서 전 세계의 신문을 장식했다. 그야말로 패션 혁명이었다.
디올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48년 SS컬렉션에 애프터눈 드레스 코코테(Cocotte)에 이어 1956년 FW컬렉션에선 실크와 새틴의 미니 레드 드레스인 코티용(Cotillon)을 완성했다. 파리의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여성의 풍미를 패션에 그대로 담아내면서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디올의 이 같은 패션 역사가 서울의 도심 한 복판에 들어섰다. 국내에선 최초로 시도된 '디올 헤리티지 전시회'는 패션의 전설 디올이 만든 의상과 오뜨 꾸뛰르 의상 등 총 8점이 전시됐다. 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파리의 오뜨 꾸뛰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존 갈리아노, 디올을 품다
'디올'하면 떠오르는 디자이너가 있다. 존 갈리아노는 지방시(Givenchy)의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하다 1997년 크리스챤 디올로 이적해 디올의 역사와 함께 한다.
갈리아노는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그의 첫 합류 작품을 디올의 역사에 바쳤다. 그는 1997년 크리스챤 디올의 50주년을 맞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개최된 '디올 하우스의 50년' 전시회 개장식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위해 첫 작품을 내놓았다. 다크 블루 레이스와 크레이프로 만든 유연한 스테레이트 드레스였다.
디올의 여성스럽고 우아한 패션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SS컬렉션에서도 낭만주의와 복고주의의 조화를 이루었다. 디올이 그랬듯 조이는 허리 라인과 풍성하게 퍼지는 스커트는 여성스러운 우아함을 강조하는 디올의 패션철학을 다시 돋보이게 했다.
갈리아노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를 보면 낭만적이면서도 여성적이다. 그러면서 과도하게 부푼 소매나 치맛단은 전위적인 느낌마저 준다. 독특하면서도 적극적인 이 느낌이 자칫 디올의 전통적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디올의 역사와 함께 창조를 두려워하지 않는 갈리아노의 정신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역시 디올의 철학과도 멀지 않은 정신이다.
"모드는 인류의 심리적인 표현이며 인간에게 영원한 것이다. 모드야말로 우아한 마음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혼 위에 비친 인류의 희망이며 평화로의 길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