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U의 "건강은 선택이다"

행복전도사 최윤희 씨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동정을 동시에 안겨 주었던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의 자살 사건도 한 달이 지난 지금, 어느덧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아물아물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언론과 인터넷에서 상황의 분석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많이 등장하였지만, 자살의 진짜 이유는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의문으로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이에 몸, 마음, 삶을 동시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로서 저는 가능한 한 모든 증거들을 모아 가장 진실에 가까운 이유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판단할 때 단순한 병이나 우울증 또는 성격형을 그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진실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지요.

그냥 당사자의 몸, 마음, 그리고 삶을 그대로 이해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더 쉽고 정확한 방법입니다.

먼저, 최윤희씨 본인은 700가지 통증 때문에 자살한다고 하였지만 이는 진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첫째, 루푸스는 정말 통증이 심한 담석, 신석, 골절, 전이된 암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통증을 일으키지요. 또한 본인이 말한 700가지의 통증은 병원에서 주사 맞고, 검사를 받을 때 느끼는 통증까지를 다 포함한 것입니다.

둘째, 통증은 고통과는 다릅니다. 둘 다 뇌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통증은 몸에서 오는 신호를 뇌에서 느끼는 것이고, 고통은 뇌 속에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서로 싸우고 있을 때 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사고로 다리가 골절된 사람의 통증은 물론 매우 심하지만, 이것이 다시 고통이 되는 이유는 뇌에서 '다리가 부러졌다'는 현실인식과, '나는 왜 다리가 부러졌어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지요. 사실은 통증보다는 고통이 더 아프게 느껴지고, 고통이 있으면 통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하게 됩니다.

행복전도사가 통증이 아니라 고통이 커서 자살을 택했다면 그래도 좀 이해가 되겠지요? 그러면, 다음 질문은 당연히 그 고통이 과연 무엇이었겠는가 입니다. 당사자의 삶을 살펴보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합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어린 시절과 결혼 초에는 가정 형편으로 불우했고, 우울했으며, 그래서 한때 자살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30대 후반부터 삶이 180도 달라졌지요. 원래 갖고 있던 재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주제는 자연히 자신의 불행을 뒤집는 '행복' 쪽이었지요. 불행했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찾는 방법에 더 열심히 한 것입니다.

이는 그 와병 중에도 집필한 책의 제목 '딸들아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라'에서도 잘 나타나지요.

이렇게 열심히 행복을 추구하고 전파하던 중, 2년 전부터 몸에 루푸스라는 병이 생겼고 병원 신세를 종종 지게 되면서 이전 같은 활력적인 삶을 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심정이 올 4월에 모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 잘 나와 있는데, "세포가 노쇠한 이 연세에 금방 공장에서 뽑아낸 새 기계라도 되는 것처럼 과다사용했으니 어찌 고장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으랴?"라고 썼지요. 이는 고인의 유서에서 자살의 원인으로도 나타나는데,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된 거래요'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다사용했다고 루푸스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또한 루푸스가 없어도 몸을 과다사용하면 700가지 통증은 충분히 옵니다.

고인은 이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하나의 병, 못 고치는 병으로 스스로 단정을 하였지요. 방전된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여 쓸 수 있듯이 과다사용된 몸을 회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루푸스라는 병도 만성질환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기만 하면 거의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완치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회복하려고 하고, 열심히 치료를 하려 하는데, 우리의 행복전도사는 이를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이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겠지요? 과연 왜 그랬을까요? 다시 4월의 칼럼을 살펴보면 그 대답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일에 뛰어든 38세 이전의 삶을 '무소유의 삶'이라 하였고, 그 이후의 삶을 '욕망의 포기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하였지요.

즉, 자신이 한 선택을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당연히 이런 질병의 업보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래서 회복도, 치료도 제대로 할 생각을 스스로 저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포기를 하면 그때부터 통증은 바로 큰 고통이 되지요.

사실, 루푸스라는 진단을 받은 지난 2년간 고인이 느낀 고통은 매우 컸다고 판단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포기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더 있습니다. 첫째, 체력의 과다사용, 즉 소모는 몸을 민감하게 만들어 과다사용과 루푸스에서 오는 통증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지요. 링거주사 하나 맞을 때마다 한 가지 통증으로 기억할 정도로까지 말입니다. 둘째, 자신의 상황에 대한 남의 시선이 두려웠고, 행복전도사라는 남의 인정도 어느덧 큰 부담이 되었지요.

이는 다른 유명 연예인의 자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 남의 시선과 비판에 매우 민감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자살 전 이웃들이 목격한 바에 따르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는 증언이 이를 뒷받침하지요. 셋째, 자신의 고통을 남편 외에는 터 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자녀들도 몰랐을 정도이었으니까요. 스트레스와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친구 또는 누구든 기댈 만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결과는 초래되지 않았을 겁니다.

만에 하나라도 행복전도사가 한 선택이 공감이 되고, 따라 할 생각이 있다면, 다시 생각하기 바랍니다. 과거에 어떤 선택을 했던, 현재가 어떤 상황이든, 바로 지금 항상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주위에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힘이 돼 줄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요.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