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ㆍ보온성에 패션까지… 신개념 언더웨어ㆍ이너웨어 속속

노스페이스-전자파 차단 스포티브리프
'월동준비를 속옷부터 하라고?'

태초의 속옷은 어땠을까? 에덴의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과일을 따먹은 후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무화과 나뭇잎으로 인체의 주요 부위를 가린 일이다.

이들이 신체를 가린 무화과 나뭇잎은 인류에게 속옷이라는 개념을 심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를 자각한 부끄러움이 가리는 기능의 속옷을 탄생시킨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가리기만 하는 게 속옷이라는 편견은 지워진 지 오래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당당하게 내보인 브래지어가 비치는 시스루 룩이나, 브래지어 끈을 드러내는 스타일, 즉 '보이는 속옷', '드러내는 속옷' 등이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기능성이 더해진 속옷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속옷은 더 이상 옷 속에만 입는 감춰지는 옷이 아닌 '패션'이 됐다.

최근에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잘 고른 속옷 한 벌만으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대체 속옷이 어디까지 진화한 걸까.

노스페이스-몸 냄새를 없애주는 맥시프레쉬 플러스
가리는 '버터플라이'에서 보온성 언더웨어까지

스트립쇼를 본 적이 있는가. 스트립 걸들이 맨 마지막까지 걸치고 있다 벗어내는 천 조각이 있다. 이를 두고 '버터플라이'라고 하는데, 아찔한 이 순간을 위해 스트립 걸들은 최후까지 이 버터플라이를 감춰둔다.

말 그대로 가리기 위한 기능의, 성기와 가장 밀착하는 비밀스러운 속옷이다. 단출하기 그지없는 이 차림이 속옷의 가장 원초적인 기능이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람은 없다.

일본의 스모선수들이 경기를 위해 갖춰 입은 복장을 보면 역시 속옷의 기원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복장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의 주요 부위만 간신히 가린 모습은 지금의 팬티를 있게 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속옷은 부끄러움을 자각해버린 아담과 이브가 지상의 낙원인 에덴의 동산에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로 만들어버린 규칙이자 제약이었다.

인류의 속옷이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기 위해 등장했다면 17~18세기에 등장한 속옷들은 기능성을 위해 존재했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코르셋은 17세기 유럽 귀족사회의 여성들에게 부와 미의 상징이었다.

영화 <스트립티즈> 속 데미 무어
허리를 조이고 가슴을 받쳐 부풀리는 코르셋은 숨을 못 쉴 정도의 고통이 따르지만 상류사회 여인들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 엉덩이를 만들며 날씬한 몸매를 드러내기 위한, 여성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목적의 의복이었다.

이 코르셋은 지금까지 내려와 보정 속옷으로서의 기능으로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후 18세기 경 승마를 위해 생겨난 기능성 속옷으로는 '드로어즈'를 들 수 있다. 무릎 아래로 길었던 이 속옷은 이후 여자들의 스커트 때문에 무릎 위 길이로 짧아지는 변화를 겪었다.

우리의 속옷은 이미 조선시대에 가리는 기능뿐만 아니라 기능성을 위한 속옷 등 다양한 종류들이 등장했다. 속적삼, 단속곳, 고쟁이, 속속곳, 다리속곳, 너른바지, 무지기, 속치마 등 한복 안에 입는 속옷의 종류만 10여 가지에나 이른다.

특히 속속곳은 살에 닿는 속옷으로 바지 형태로 옥양목, 무명, 광목 등 부드러운 감을 사용했다. 여름철에는 베나 굵은 모시 등을 사용해 시원한 기능을 더해 갖춰 입었다. 부의 상징으로는 너른바지가 있다. 단속곳 위에 입어 하체를 풍성하게 보이도록 했으며, 상류층에서 주로 입는 속옷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속옷이 '겉옷화'되면서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에도 밀접하게 관련된 시대가 됐다. 여성들은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티셔츠나 탑 스타일 의상에 브래지어 끈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남성들은 골반에 은근히 걸친 청바지에 팬티의 브랜드가 보이도록 입으며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속옷이 패션화, 개성화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르까프-스키니 히트 이너웨어
속옷은 현재에 이르러 과학적인 기능까지 선보이며 건강과 직결된 의복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의류와 결부해 신소재 속옷이 각광받고 있다.

'테크니컬 언더웨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속옷들은 흡습발열, 항균 소취, 천연 소재 등의 기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특히 남성들을 위한 전자파 차단 소재로 만들어진 남성 전용 언더웨어는 똑똑한 속옷임에 틀림없다. 컴퓨터나 TV, 핸드폰 등의 전자기기로부터 전자파를 차단해주고 남성의 정자까지 신경 써주는 '착한' 언더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측은 "쿨 맥스 기능과 함께 세균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방취 효과가 있어 쾌적한 착용을 할 수 있는 언더웨어들이 출시됐다"며 "특히 아웃도어를 위한 기능성 언더웨어들은 저체온증을 예방하고 비와 바람, 습기, 땀 등의 악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제품들이다"고 말했다.

내복의 세련된 부활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드려야죠."

청년 실업자 100만 명 시대. 이들은 첫 월급에 대한 꿈에 벅차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첫 월급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정확한 계획을 세워놓고 소비의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그러나 불과 30~40년 전에만 해도 첫 월급하면 '빨간 내복'을 떠올릴 정도로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다.

내복은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수단이자 훈훈한 우리네 정서와 연결돼 있다. 지금이야 에너지를 아끼자는 '웜 비즈'와 연결해 옷을 겹겹이 입자는 캠페인이 일고 있지만, 70~80년대 연탄값이나 기름값이 궁핍하던 시절에는 옷으로 추위를 이겨내야 했다. 내복은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월동 아이템이었다.

이 월동준비의 첫 번째로 꼽혔던 내복이 세련된 부활을 맞았다. 최근 속옷과 마찬가지로 이너웨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트레킹이 붐을 타면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너웨어 시장까지 진출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보온성과 더불어 개성과 패션, 일상생활 등 모두를 염두에 둔 맞춤형 이너웨어들이 화두다.

온감 소재의 기능성 이너웨어, 발열 신소재인 써모기어를 적용한 이너웨어, 광전자 섬유의 따뜻한 원적외선 효과의 이너웨어, 몸 냄새까지 없애주는 항균기능의 이너웨어, 피부 트러블을 생각한 실크소재의 이너웨어 등 매서운 추위에 강한 제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예전의 빨간 내복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기능들이 추가된 셈이다.

(주)화승의 브랜드 르까프 측은 "이너웨어는 아웃도어 활동, 즉 운동 시뿐만 아니라 특별히 움직이지 않아도 스스로 발열하는 온감소재를 사용해 더욱 얇고 가벼운 착용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