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TRA, 서울시민의 도시 만족도 조사

서울 시민들은 서울의 구석구석을 연결해주는 교통 인프라와 풍부한 문화활동 및 모임 참여 기회, 도시의 역동성에 만족한다. 그러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문제에 있어서는 불만족을 표현했다. 서울에 사는 당신은 여기에 동의하는가, 동의할 수 없는가.

베올리아 트랜스포트 RATP 아시아(이하 VTRA)는 올해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 7개의 도시에 서울을 포함, 총 8개 도시 시민들의 도시 생활 전반에 걸친 만족도를 조사했다.

이 조사는 환경 솔루션 기업인 베올리아 앙비론느망 그룹이 2008년부터 세계 대도시에서 거주하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해당 도시 거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만족과 불만족 요소, 도시 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 사항 등이 주 조사 내용이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업 IPSOS에서는 올해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총 615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왜 도시에서 살기를 선택했는지, 도시에서 살고 있어서 행복한지, 싫은 점과 좋은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시민의 도시생활에 관한 조사 발표
VTRA의 대표 이사 다니엘 쿠커맨은 이번 발표를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만족도, 기대하는 바, 교통, 환경, 4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정관용 한림대 교수가 진행을 맡고 김영성 서울시맑은환경본부 환경정책과장, 김광식 성균관대학교 도시발전연구소장, 황기연 한국교통연구원장이 토론에 참가했다.

1.무엇에 만족하고 있는가

서울 시민들이 서울에 가장 만족하고 있는 것은 교통 인프라였다. 이리저리 꼬인 지하철 노선도와 들쭉날쭉한 버스 배차 간격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서울을 단 시간에 가로지는 것은 역시 대중 교통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듯하다.

주목할 것은 사회ㆍ문화 활동의 기회에 대한 만족도였다. 스포츠 및 문화 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44%로 런던, 뉴욕을 넘어 파리와 동일했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모임 참여 기회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32%와 34%로 8개 도시 중 최고치였다.

인터넷의 발달, 서울에 과하게 몰린 인구 및 그에 따른 모든 기회를 나타내는 수치다. 서울시 맑은 환경본부 김영성 과장은 서울이 정서적ㆍ실용적 측면, 모두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상용화 된 전기 버스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부문의 뉴스 발원지이며, 드라마의 주된 무대다. 서울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생각 때문에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도 젊은 나이에 서울로 이주하는데, 이렇게 쌓인 사회적 네트워크는 서울에 대한 애착을 강화시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시민들은 그들 스스로의 국제적 영향력(40~44%)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한 반면 도쿄는 자기 도시의 국제적 영향력(7%)을 최하로 평가했다는 것. 런던과 파리의 시민들은 거리의 건축물에 대한 만족도가 유난히 높았으며 뉴욕과 런던, 시드니는 도시 구성원들의 다양성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계속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자녀를 서울에서 키우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서울 사람들의 70% 이상이 그렇다고 답변해 평균치를 웃도는 도시 사랑을 보여줬다. 자녀를 자기가 사는 도시에서 키우고자 하는 생각이 가장 높은 곳은 상하이(88%), 가장 낮은 곳은 런던(48%)이었다.

2.무엇이 나아지면 더 살기 편해질까

가장 치유되기를 바라는 서울의 병은 무엇인가. 서울 시민들은 생활비 감소(31%)를 최고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파리(61%), 뉴욕(64%)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다니엘 쿠커맨은 이에 대해 "서울이 실제로 물가가 싸다기 보다는 서양인들이 생활비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실업률이 나아지면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상하이와 함께 최고치를 기록해 다른 도시에 비해 백수들의 한숨이 더 짙다는 것이 확인 되었다.

녹지 공간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는 20%로 도쿄(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반면 오염 방지, 공기 질 향상에 대해서는 다른 도시에 비해 크게 절박하지 않았다. 베이징은 교통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는 목소리를 높였고(33%), 도쿄 시민들은 여가 시설을 좀 확충해줄 것을(20%), 런던 시민은 개인과 사유 재산의 안전을 강화해 주기를(43%) 바랬다.

3. 무엇을 이용해 이동하는가

서울 시민들이 일상에서 주로 이용하는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97%)으로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파리가 80%인 것을 감안하면 8개 도시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물론 나머지 3%만이 기타 교통 수단을 이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동차 이용률(59%)은 시드니(73%)에 이어 2위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매우 자주 대중교통 수단을 애용한다는 의미다. 이용률만큼 대중교통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자 환경을 보존할 수 있고,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이라는 점에 89% 이상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반면 편안한지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만이 동의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황기연 원장은 서울의 교통시스템이 대변혁을 겪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 유럽에서는 트램(노면전차)이 교통 체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역시 지상은 트램과 사람, 자전거, 버스가 점거하고 자동차는 지하로 다니는 식의 변혁이 필요하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특별한 목적 없이 텅텅 빈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모두 땅 속으로 다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제일 많이 걸어 다니는 도시는 런던, 자전거를 가장 사랑하는 도시는 단연 베이징과 상하이, 도쿄였다.

4. 환경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가

바람직하게도 70% 이상의 서울 시민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소음과 공기의 질에 대해서는 8개 도시 중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리수 홍보 효과 덕분인지 식수의 질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식수를 가장 걱정하는 곳은 파리, 소음에 가장 걱정 없는 곳은 시드니였다. 김영성 과장은 공기의 질 문제를 두고 서울시가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전기 버스에 대해 언급했다.

"남산, 여의도 등지는 전부 전기 버스로 교체되며 배달용 오토바이도 전기 이륜차로 교체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의 전기차는 2010년 100대에서 2020년 3만대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환경과 경제발전이 함께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84%의 시민이 '같이 갈 수 있다'고, 그 방법에 대해서는 과학의 발전보다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대답한 모범 시민들이 77%였다.

VTRK 가연주 상무는 서울의 풍부한 사회ㆍ문화적 기회에 주목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여러 미인들의 가장 아름다운 부위만을 떼어내서 최고의 미인을 만드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뉴욕의 다양성, 리옹의 크기, 파리의 아름다운 건축물, 도쿄의 질서, 여기에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한 서울의 문화적 인프라,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편의성을 더하면 최고의 도시가 되지 않을까요?"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