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파인 다이닝 갈라 위크]양지훈, 김은희, 임기학 셰프 등 7개 레스토랑 돌아가며 선보여

왼쪽부터 양지훈 셰프, 임기학 셰프, 타미리 셰프, 더클래스 효성 박재찬 대표, 미식 칼럼니스트 안휴, 산티노 소르티노 셰프, 김은희 셰프, 백상준 셰프, 정식당의 최은식 소믈리에
한식의 세계화가 뜨거운 이슈가 된 지난해와 올해, 국내에서는 미식 관련 행사가 수 차례 이어졌다. 피에르 가니에르, 미셸 트와그로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셰프들이 초대돼 한식을 주제로 자기의 요리 세계를 펼쳐 보였다.

해외에 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스타 셰프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과 그들에게 한식의 위대함(?)을 알렸다는 점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최소 30만 원짜리 코스에 돈을 지불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정작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

"맛은 있지만 37만 원에 부응하는 기발함도 퀄리티도 찾을 수 없다." "한식을 주제로 했다면서 이탈리아 현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것과 똑 같은 음식이 나왔다."

2~3일밖에 주어지지 않은 음식 준비 기간이나 주최측의 미흡함은, '쌩돈'을 낸 고객들로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불평은 자연스럽게 국내의 뛰어난 셰프들과의 비교로 이어졌다.

"00 레스토랑의 7만 원짜리 코스가 훨씬 낫다." "우리나라에도 잘 하는 요리사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식 세계화를 꼭 해외 셰프를 불러다가 해야 하나?"

한국에는 에드워드 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료의 신선도에 목숨을 걸고 사람들의 만족한 표정으로 돈 벌기의 기쁨을 대신하는 뚝심 있는 요리사들이 서래마을과 압구정동, 이태원의 골목골목에 숨어 있다.

이들이 바로 국내 미식가들의 입을 한껏 높인 사람들이다. 더클래스 효성이 후원한 제1회 파인 다이닝 갈라위크에서는 이 중 7명이 모였다. 11월 22일부터 일주일간, 7개의 레스토랑이 돌아가며 갈라 디너를 선보인다. 한국 파인 다이닝의 실체와 모양, 수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8~9개 코스 요리, 와인 포함 12만 원에

"11월 19일 케냐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회의에서는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로 음식이 등재될 예정입니다. 멕시코 음식, 프랑스 음식이 그 후보로, 이제 음식은 가장 중요한 문화 유산 중 하나입니다."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회 파인 다이닝 갈라위크 간담회에서는 더클래스 효성의 박재찬 대표를 비롯해, 행사를 기획한 음식 칼럼니스트 안휴, 그리고 7명의 셰프가 참여했다.

루카 511을 운영하다가 최근 이화여대 근처에 남베 101을 연 양지훈 셰프, 서래마을에서 자연 식재료를 이용한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그린테이블을 운영 중인 김은희 셰프, 한식의 정의를 완전히 뒤흔든 '뉴 코리안'으로 유명해진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 뉴욕 다니엘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2년 전 청담동에 프렌치 비스트로 레스쁘아를 연 임기학 셰프, 한국 식재료를 이용한 이탈리아 정통 요리를 선보이는 그라노의 산티노 소르티노 셰프, 도곡동에서 캐주얼한 프렌치 식당 욘트빌을 운영 중인 타미 리 셰프, 도산공원 근처에 프렌치 레스토랑 컬리나리아를 연 백상준 셰프가 그들이다.

"원래 갈라위크에서 선보일 메뉴를 미리 전달받아 인쇄해서 나눠드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아시는 분이라면 이해할 수 있듯이 그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양갈비를 메뉴에 올려도 그날 양갈비의 질이 좋지 않으면 내지 않는 것이 음식 만드는 사람의 도리이니까요. 결과적으로 지금 공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메뉴는 없습니다. 미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각 셰프가 8개에서 12개에 이르는, 자신들의 셰프 테이스팅 메뉴보다 더 긴 코스 요리를 준비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4종에서 6종의 와인이 매치된다는 것입니다. 음식에 와인, 부가세까지 포함해 12만 원에 책정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파인 다이닝을 소개하고 국내에도 뛰어난 셰프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행사를 기획한 칼럼니스트 안휴 씨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엘불리, 포시즌스, 다니엘 등 최고로 꼽히는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체험해 왔다. 그는 미식 행사에 참여하던 중 자연스럽게 음식으로 자신을 감동시켰던 국내 셰프들을 떠올렸고 그들을 한 데 모으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무작위로 섭외를 시작했다.

"셰프 선정 기준에 친분이나 다른 이해 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음식이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에 사람을 떠올렸죠. 원래 개인적으로 작게 벌이려던 일이 커지다 보니 일식이나 한식이 포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행사 기간 동안 해당 레스토랑에서는 평소보다 테이블 수를 줄이고 한 테이블에 두 팀 이상을 받지 않는 등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제1회 파인 다이닝 갈라 위크] 레스토랑 별 일정 및 연락처
평소 비스트로 스타일의 편안한 음식을 선보이는 곳도 그날만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프렌치 비스트로 욘트빌의 타미 리 셰프는 나파밸리 최고의 레스토랑인 프렌치 론드리에서 일한 경험을 되살리며 그날 음식의 주제를 '오마주 나파'로 잡았다.

"제가 추구하는 음식은 좀 더 많은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문턱 낮은 음식입니다. 하지만 모든 셰프들에게는 파인 다이닝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좀 더 예술가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이번 행사에 선보이는 음식은 제 마음 속에 꿈꾸던, 언젠가 열게 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음식입니다. 서빙하는 사람의 수를 한시적으로 늘려서라도 파인 다이닝이라는 단어에 적합한 서비스와 음식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셰프들 중 누구도 구체적인 메뉴를 공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 대한 국내 미식가들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요란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지난 11월 11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1차 예약은 3분만에 모두 마감돼 17일 오후 2시에 남은 좌석에 대한 2차 예약을 받았다. 22일부터 28일까지 펼쳐지는 파인 다이닝 갈라 위크의 스케줄은 아래와 같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