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해미읍성
다만 성내에 있던 민가와 학교, 우체국 등은 모두 성 밖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민가 몇 채는 관광용으로 최근 다시 재현해놓았다.
1963년 1월 사적 116호로 지정된 해미읍성은 고려 말부터 막대한 피해를 입혀온 왜구를 효과적으로 물리치기 위해 조선 태종 17년(1417년)부터 세종 3년(1421년) 사이에 당시 덕산에 있던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을 이곳에 옮기려고 축조되었다.
그 후 효종이 병마절도사를 청주로 이전하면서 해미읍성은 호서좌영으로서 지방 행정 중심지 소임을 하게 된다.
해미읍성은 조선 초기의 성채 특징을 잘 보여준다. 성벽의 아랫부분에는 큰 석재를 사용하고 위로 오를수록 크기가 작은 석재를 사용하여 쌓았다. 성벽의 높이는 4.9미터, 성벽 상부 너비는 2.1미터 가량이다.
해미읍성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3년 전인 선조 12년(1579년), 충무공 이순신이 35세 때 충청병사 군관으로 10개월 동안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1894년 동학혁명 때는 동학군이 이 성을 점거하기도 하였다.
대원군 때 1천여 천주교도들이 순교한 성지
오늘날의 해미읍성은 아늑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관광객들은 공원 같은 분위기의 성 안을 산책하며 예스러운 정취에 젖어든다. 그러나 한때 이곳은 수많은 천주교도들의 피가 얼룩진 비극의 현장이었다.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 때 1천여 신도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진남문을 들어서면 수령 600년의 호야나무(회화나무)가 슬픈 역사를 증언하듯 버티고 서 있다. 이 나무에 천주교도들을 매달아 고문하고, 교수형에 처하거나 활을 쏘아 처형했던 것이다.
서문 앞에는 자리개돌이라는 사형대가 있었다. 1866년(고종 3년)의 병인박해 때, 신도들을 타작하듯 자리개질(팔다리를 잡아들고 머리를 메쳐 살해하는 것) 쳐서 처형했던 돌다리다. 그러나 많은 신도들을 일일이 처형하는 것이 힘겹자 읍성 밖에 큰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하기까지 했다.
아늑한 신라 고찰 일락사도 둘러볼 만해
해미읍성 밖 해미천변의 여숫골에 있는 생매장 순교지(해미순교성지)에는 아직도 진둠벙이 남아 있다. ‘진’은 ‘죄인’이 줄어 변한 말이고 ‘둠벙’은 ‘웅덩이’의 충청도 사투리다. 신도들을 꽁꽁 묶어 이곳 웅덩이에 거꾸로 빠뜨려 수장시켰던 것이다. 발굴된 유해 중에는 수직으로 서 있는 뼈들도 있어 산 채로 던져졌음을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진둠벙 맞은편에는 높이 16미터의 해미 순교탑과 ‘무명 생매장 순교자들의 묘’가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 현대식 기념관과 성당을 세웠으며, 수많은 교인들이 찾아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기꺼이 바친 순교자들의 고귀한 정신과 넋을 기린다.
그 후 여러 차례 중수했으며 지금의 대웅전은 일제 때 개축한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충남문화재자료 제193호), 삼층석탑(충남문화재자료 제200호), 철불(충남문화재자료 제208호), 범종(충남문화재자료 제209호) 등이 있을 뿐, 보물급 문화재를 거느리지 않았고 규모도 작지만 가야산 줄기인 일락산(521m)과 석문봉(653m) 기슭에 안긴 자태가 아늑하면서 고즈넉한 산사다. 일락사 진입로 도중에 펼쳐지는 황락 저수지도 정취를 돋운다.
해미 나들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나면 되므로 길 찾기는 무척 쉽다. 대구, 부산 등 경상도 지방에서는 경부고속도로-목천(독립기념관) 나들목-21번 국도-천안 남부 우회로-21번 국도-아산시-21번 및 45번 공용 국도-예산-45번 국도-덕산-45번 국도를 거쳐 해미에 이른다. 대중교통은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해미로 가는 직행버스나 서산 시내버스 이용.
서산시내 1호 광장(시청 근처) 신한은행 뒤쪽에 위치한 진국집(041-665-7091)은 이름부터 특이한 게꾹찌 백반(일명 조선밥)으로 명성 높은 서산 향토 음식점이다. 게장 국물(겟국)로 끓인 찌개라고 해서 겟국찌 또는 게꾹찌라고 부르는 것이다. 서산 꽃게로 간장 게장을 담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독 안에 든 게는 줄고 국물만 남는다. 이것에 젓갈과 김치를 넣고 끓인 찌개가 개운한 뒷맛과 함께 일품이다. 여기에 새우(또는 동태)를 넣은 무찌개와 들깨 된장, 달걀찜 등의 뚝배기가 추가되고 어리굴젓, 깻잎, 생선, 파래 등 10여 가지 밑반찬과 구수한 숭늉이 곁들인다. 다양한 영양분이 골고루 섞인 건강식으로 입에 착 달라붙어 과식하기 십상인데도 먹고 난 뒤, 속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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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