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고령산 보광사

지금의 보광사 대웅전은 1740년에 중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보광사라는 이름의 사찰이 많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충북 괴산군 사리면 등의 보광사가 대표적이며 서울에도 용산구 보광동과 강서구 화곡동에 보광사가 있다.

여기서 보광(普光)은 넓고 찬란한 빛이라는 뜻이다. 창건 연대가 밝혀진 보광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고찰은 파주 고령산 기슭에 안겨 있는 보광사다.

봉선사의 말사인 고령산 보광사는 894년(신라 진성여왕 8년) 왕명에 따라 도선국사가 비보사찰로 창건했다. 그 후 1215년(고려 고종 2년)과 1388년(고려 우왕 14년)에 중창했다가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버린 것을 1622년(조선 광해군 4년)과 1667년(현종 8년)에 중건했다.

1740년(영조 16년)에는 대웅보전과 관음전을 중수했으며, 인근에 있는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묘소인 소령원(昭寧園)의 기복사(祈福寺), 즉 원찰(願刹)로 삼았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중수했다가 한국전쟁 때 별당 등 일부 건물이 소실되었으며 1957년에 는 수각, 1973년에는 종각을 지었다. 1981년에는 절 뒤쪽에 높이 12.5미터의 거대한 석불전(석불입상, 호국대불)을 세웠고 1994년에는 지장전과 관음전을 새로 지었다.

보광사 숭정칠년명동종을 봉안하고 있는 범종각
만세루에 걸려 있는 목어가 눈길 끌어

고령산 보광사가 간직한 지정 문화재로는 대웅전과 숭정칠년명동종이 있다. 보광사 대웅전(대웅보전)은 1979년 9월 3일 경기도유형문화재 제83호로 지정되었다.

전통 목조건축 양식인 다포계의 팔작지붕 건물로 단아하면서 안정된 느낌을 주며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3칸이다. 정교하고 화려하게 조각된 공포는 조선 후기 건축 기법을 잘 나타내고, 퇴색한 단청은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보광사 대웅전의 특징은 외벽에서 드러난다. 다른 사찰과 달리 외벽을 흙벽이 아니라 목판으로 처리했고 거기에 아름다운 민화풍의 벽화가 그려져 있어 특이하다. 대웅보전(大雄寶殿) 편액은 영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 앞에는 1740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세루가 있다. 정면 9칸에 승방이 딸려 있는 만세루는 이름처럼 본디 누각이었다. 그러다가 영조 때 중창하면서 법당에 들 수 없는 상궁과 부녀자를 배려해 이곳에서 예를 올릴 수 있도록 염불당으로 고친 것으로 여겨진다.

만세루 처마 밑에 걸려 있는 목어
만세루 처마 밑에는 근래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받는 목어(木魚)가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몸통과 꼬리는 물고기 모양이지만 둥근 눈과 눈썹, 튀어나온 코, 여의주를 문 입과 이빨, 사슴뿔이 달린 머리 등은 영락없는 용 형상이다.

어실각 앞에는 영조가 심은 향나무가 서 있어

보광사 숭정칠년명동종은 1634년(인조 12년) 제작되었으며 1995년 8월 7일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58호로 지정되었다. 본디 대웅전 오른쪽의 범종각에 안치되어 오다가 경내 입구 오른쪽에 범종각을 신축하면서 이전, 봉안했다. 이 동종은 조선 후기 양식을 갖춘 중형 범종으로 높이 98.5㎝, 지름 63㎝에 이르고 전반적으로 청록빛이 감돈다.

보광사 동종은 우리나라 종의 전통적인 특징인 소리의 울림을 돕는 음통이 없는 대신, 용 두 마리가 장식된 꼭대기에 포탄형 종신(鐘身)이 연결되었다.

종의 몸통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상단에는 연꽃이 장식되어 있고 중단에는 띠 장식대를 두르고 있으며 하단에는 파도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는 경기도 가평의 현등사 종이나 경남 거창의 고견사 종과 비슷한 양식이다.

1981년에 세운 거대한 석불전
대웅전 오른쪽 위편 둔덕에는 어실각이 있다. 사방 1칸의 아담한 건물로 내부에 숙빈 최씨의 영정과 신위를 모시고 있으나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어실각 앞에는 영조가 심은 향나무가 기묘한 자태로 서 있다.

효심이 깊었던 영조는 생모의 영정과 신위를 항상 지킬 수 없는 아쉬움을 향나무를 심음으로써 달랬던 것이다.

보광사 뒤쪽의 울창한 전나무숲을 둘러보고 나서 가파른 비포장 임도로 30분쯤 오르면 도솔암에 이른다. 극락전, 삼성각, 요사채로 이루어진 도솔암은 1622년(광해군 4년) 설미와 덕인이 법당과 승당을 복원하면서 세운 암자다. 도솔암 일원은 숲이 울창하고 조망이 좋아 아늑하고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은은하게 풍긴다.

등산에 뜻이 있다면 고령산(高靈山)에 올라보자. 고령산 등산로는 다양하게 뻗어 있는데 그 가운데 보광사에서 도솔암-고령산 앵무봉(622m)-수구암을 거쳐 보광사로 되돌아오는 2시간 남짓한 코스가 가장 사랑받는다.

찾아가는 길

벽제와 의정부를 잇는 39번 국도를 달리다가 고양동 삼거리를 거쳐 367번 지방도(벽제로 및 고령로)로 접어들면 뒷박고개를 넘어 보광사 입구에 다다른다.
대중교통은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이나 3호선 구파발역 4번 출구로 나와 333번 버스를 탄다.

맛있는 집

보광사 입구에 산채정식 및 보리밥 전문점이 여럿 있다. 원래는 인터넷 등에서 널리 알려진 어느 집으로 가려했으나 휴일이어서 옆집인 동원산장(031-948-3021)에서 산채정식을 들었다. 향긋한 냉이를 비롯해 고령산 일원에서 나는 자연산 산나물들과 버섯들이 푸짐하면서 맛깔스럽게 차려 나오고 구수한 된장찌개도 입맛을 돋운다. 본의 아니게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었다. 토종닭, 옻닭, 오리구이, 토끼탕, 꿩탕, 메기매운탕, 산더덕구이, 감자전,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도 내며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



글ㆍ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