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 기피하는 88만원 세대 천태만상 알바보고서

최근 '펭귄 먹이주기 아르바이트'가 인터넷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에서 호주 빅토리아 관광청과 공동으로 진행한 '천국의 알바 호주 필립아일랜드 원정대' 모집을 했기 때문이다. 이 천상의 아르바이트에 뽑히기 위해 지원한 세계 각국의 한국 대학생만 1만 3000여 명이다. 최종 6명을 선발한다고 하니 220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펭귄 먹이주기 아르바이트'는 내년 2월 호주 유명관광지인 필립아일랜드에서 페어리펭귄, 코알라 등의 서식지를 관리하며 자연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선발만 되면 왕복 항공권을 비롯해 3주간의 숙박, 식사와 2주간의 급여 200만 원, 일주일간 시드니와 멜번 여행 등 총 1000만 원의 혜택이 주어진다.

1만 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넘쳐나는 이유를 알겠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과연 한 달 기간 동안 우리의 대학생들이 꿈의 아르바이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정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까?

한 달 짜리 아르바이트생은 사절합니다

"벌써 한 달만 일하고 그만두는 사례가 두 번째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해도 마음이 놓이질 않네요. 언제 또 말도 없이 안 나올지 알겠어요? 고용자들을 보호해줄 만한 법은 없나요?"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사장은 답답한 심정으로 한 숨을 내쉬었다. 세 달 새 아르바이트생만 세 명째라는 것. 최근 스무 살의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뽑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한다. 갑자기 그만두거나 일이 생겨 나오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까 봐서다.

세 달 전 이 카페에선 20대 후반의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뽑은 적이 있다. 당시 20대 초반의 다른 면접자보다는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선택했다.

20대 후반의 이 여성은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도 있어서 커피를 제조하는 법을 굳이 시간을 내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상냥하고 나긋나긋 하게 일을 잘해서 추석 때에는 따로 선물세트까지 챙겨주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어느 날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불길한 예감에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고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앞뒤 사정도 얘기하지 않고 무단으로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내린 것이다.

그 다음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을 쯤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남겼을 뿐이다. 아르바이트 면접을 볼 당시에도 3개월 혹은 6개월 이상 할 것을 기본으로 하고 뽑았는데 결과는 무참히 실패였다.

"저 혼자만의 고민인 줄 알았는데 최근 이 근처 카페나 제과점 등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군요.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오래 같이 일하는 건 더 힘든 것 같네요."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영업소마다 안고 있는 고민이자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말도 없이 무단으로 그만두는 사례가 빗발치면서 이를 두고 사회적인 문제로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의 관계자는 "요즘 20대 대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힘든 일은 쉽게 그만두는 사례가 많이 접수된다"며 "생산직 업무 등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직종은 많은 힘을 기울이지 않아도 쉽게 자리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가 고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버티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아 단기간에 그만두는 일이 태반이다"고 밝혔다.

2007년 출간된 <88만원 세대>에선 "지금의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5급 사무원 이상의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평균 임금 88만 원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88만원 세대'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07년 전후 한국의 20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한국의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 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라고도 일컬어진다. 세대 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88만원 세대들은 어쩔 수 없이 반듯한 직장 대신 비정규직 대상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아르바이트 시장에도 적용된다.

최근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자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기간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아르바이트 사이트인 알바천국은 대학생 19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 43.1%인 838명이 지난해보다 아르바이트 근무 기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답변도 38.9%다.

또한 최근 1년 간 아르바이트를 한 기간은 3개월 이하가 48.8%로 가장 많았고, 이어 3~6개월, 6~9개월 순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도 용돈과 등록금 등 경제적인 이유가 88.3%, 생활비 마련 등 생계형 아르바이트도 그 다음을 이었다. 이렇듯 취업난은 아르바이트를 필요로 하는 대학생들을 대거 배출하는 사태를 양산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제대로 수행하고 근로환경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은 몇 명이나 될까? 넘쳐나는 아르바이트 자리에 혹시 눈을 굴리며 메뚜기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출처 : <생활법률(기본법 중심)>(오영환 외·MY미디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에 주의할 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명칭에 관계없이 계약서에는 실질적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을 하며, 시간당, 주당 등은 매월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그리고 근무 업체의 명칭, 업주의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근무환경은 어떠한지,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급여 조건에 대해서도 약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일하기로 한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약정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약정 없이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 업주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고, 결국엔 업주에게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일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서 도중에 그만두려고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업주에게 통지를 하여 업주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