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 워머에서 암, 레그 워머까지. 패션 넘어 트렌드로

2010년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때보다 추웠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은 사람들, 장갑을 끼고 시린 귀를 막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이때 휴대폰 진동이라도 느껴진다면 이보다 더 짜증나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있으니, 말이 필요 없는 워머(warmer)다. 단순히 따뜻한 기능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까지 챙길 수 있는 기능성 워머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패셔니스타들도 사랑하는 워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멋스러운 워머로 몸의 2℃를 높여라!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는 올 겨울 패션 트렌드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현빈과 윤상현은 추운 날씨에도 얇고 패셔너블한 외투로 멋을 추구한다. 이들이 가벼운 패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어쩜 워머의 실용적인 선택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최근 들어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넥 워머는 따뜻한 보온성 이외에 '차도남' 같은 지적인 멋을 풍기며 이미지를 발산하는 데 애용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스타일은 살리고 싶은데 옷이 마땅치 않다면 워머를 착용해 세련된 감각을 표현하는 것도 센스.

최근 출시된 방한용 액세서리는 보온성과 함께 멋을 함께 추구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일상복과 레저 웨어로 모두 활용할 수 있어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스타일과 보온성'이라는 장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특히 골프웨어와 함께 액세서리용으로 출시된 제품들이 일상생활에서도 무난하게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은 아웃도어 의류와의 공통점이다. 활동성을 위한 기능성 제품들이기 때문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는 제격이다.

LG패션 헤지스 골프는 여성들을 위해 넥 워머와 레그(leg) 워머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색상의 넥 워머는 토끼털 소재로 만들어져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또 겨울 레저를 즐길 때 미니스커트나 숏팬츠를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이라면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감싸주는 레그 워머로 여성미를 뽐내는 데 그만이다.

특히 일반적인 워머에서 벗어나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 위에 덧대어 착용할 수 있는 니트와 패팅 소재로 만들어진 레그 워머의 디자인은 상당히 세련됐다. 골프웨어용 액세서리가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레저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연출이 가능하다.

가죽 '암 워머'
특히 최근에는 여성들에게 암(arm) 워머가 인기다. 찬바람에 드러나는 손목이나 팔꿈치까지의 라인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5부나 7부 길이의 패팅이나 가죽소재의 외투를 입을 때 없어서는 안될 아이템이다.

요즘에는 여기에 업그레이드된 핸드 워머까지 등장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화면터치 기능을 위해 아예 손가락을 노출시킨 것. 일명 '스마트폰 패션'으로 꼽히는 핸드 워머는 한 마디 정도의 손가락만 노출된 채 손목이나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게 특징이다. 젊은 세대에겐 선물용으로도 제법 인기다.

헤지스 골프의 장지혜 디자이너는 "겨울철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한끝 액세서리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났다"며 "보온성과 기능성이 강조된 방한용 액세서리 착용으로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도리에게 안녕을...니트 패션을 이끄는 워머.

겨울철에 연인을 위해 손뜨개질을 하던 여성들의 모습은 간간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또는 정거장이나 역에서 심심치 않게 손을 바삐 움직이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들이 단골로 짜던 건 목도리. 털실로 가지런히 한 줄 한 줄 정성스럽게 뜨던 손길이 아련하다.

최근에 와서 변화된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남자친구만을 위한 방한용 목도리가 아니라 커플 세트로 만들어 선물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넥 워머나 핸드 워머 등을 커플 워머로 예쁘게 떠서 선물하는 것이다.

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 최지원(21) 양은 내년 초 군에 입대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목도리가 아닌 워머 세트를 손수 뜨개질하고 있다.

"군대에 가면 더 추울 것 같아서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암 워머와 종아리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레그 워머를 뜰 계획이다"며 군복 안에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도록 두꺼운 털실이 아닌 얇고 부드러운 털실로 뜨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목도리를 손수 떠서 선물했을 때의 기쁨이 무척 컸기 때문에 웬만하면 직접 만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출판업계에도 겨울을 맞이해 손뜨개 관련 책들이 쏟아지면서 쉽게 워머를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니트웨어에 워머들이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의류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스타일리스트 정지나 씨는 "워머는 이제 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겨울철 필수 아이템"이라며 "유행이 지났다고 입지 않는 니트나 티셔츠 위에, 혹은 외투 위에 넥 워머를 활용한다면 센스 있는 스타일이 될 것이다.

또 손목 부분이 늘어난 니트웨어를 입을 때는 핸드 워머를 그 부위를 커버해 착용하면 감쪽같은 스타일이 연출될 것"이라고 패션 팁을 알려줬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