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U의 건강은 선택이다

34세의 여성 A씨가 폭식을 주체할 수가 없어 제 진료실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동안 제 진료실을 찾아온 많은 다른 여성과 마찬가지로 지난 거의 10년간을 다이어트를 해 왔던 여성이었지요.

계기가 되어 약, 한약, 식품 등을 이용해 뺀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요요를 겪어 이제는 '체질'이구나 하고 거의 포기를 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남들이 왜 평생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는지가 잘 이해된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최근에 문제가 발생을 했습니다. 때만 되면 식욕이 도져, 한번 음식을 입에 넣으면 쉽게 멈출 수가 없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가다가는 감량은커녕, 살이 엄청 찔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며칠간은 겁나서 체중계에 올라가 보지도 못한다고 하였지요.

A씨의 키는 168cm, 몸무게는 60kg으로서 그리 뚱뚱한 편도, 마른 편도 아닌 체형이었고, 얼굴도 계란형으로 좋은 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옷을 입을 때마다 잘 맞지 않고 지나치게 꽉 끼는 느낌이 너무나도 싫었다고 합니다.

예쁜 옷은 많은데 입을 수 있는 옷은 거의 없었고, 있어도 별로 예쁘지가 않았다는 거죠.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지요. 살집이 만져지거나, 거울에 우연히 비쳐질 때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외출을 할라치면, 모든 사람의 눈길이 자신의 미운 살집만 쳐다보는 것 같아 또 기분이 나빠졌지요. 입은 옷은 당연히 자신의 살을 꽁꽁 가릴 수 있는 펑퍼짐한 모양이거나 어두운 색 계통으로, 되도록 자신의 몸집이 큰 것을 감추고 싶어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전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훨씬 줄어 들었고, 만나도 '체중관리도 제대로 못하나?' 하는 눈초리를 받는 거 같아 늘 주눅이 들었습니다.

남하고 같이 있을 때는 그래도 음식절제가 가능한데,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머리가 하얘지면서, 온통 먹고 싶은 생각에 사로 잡혀 버리고, 일단 음식을 입에 넣으면 거의 폭식을 하게 된다고 하였지요. 그래도 먹은 것을 토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A씨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외모우울증에 걸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외모컴플렉스로도 알려져 있지요. 외모우울증은 최소한 2가지 기전을 통해 비만을 일으킵니다.

첫째는 뇌에 직접 작용을 해서 식욕을 증가시키지요. 뇌는 학습하고, 생각하고, 판단을 하는 생각뇌, 감정과 욕구를 담당하는 감정뇌, 그리고 심장박동, 호흡, 수면 등을 관장하는 생명뇌로 단순하게 나눌 수가 있습니다.

감정뇌에는 인간의 모든 욕구, 즉 식욕, 성욕, 소유욕, 성취욕 등과 불안, 우울, 좌절, 슬픔, 기쁨 등이 들어가 있지요. 이 욕구들이 충족이 안 되고, 감정이 힘들어지면, 모든 것이 자연히 식욕으로 분출하게 됩니다.

둘째는 억제와 폭식의 악순환입니다. 생각뇌의 의지로 감정뇌의 욕구를 억제하다 보면, 일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마치 눌려진 용수철 같이 다시 튀어 오르게 되지요. 이것이 바로 억제할 수 없는 식욕, 즉 폭식을 일으킵니다.

폭식을 하면 생각뇌는 자책을 하게 되고 억제를 다시 시작하지만, 오히려 식욕 증가와 폭식의 악순환의 고리를 연결하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한편, 주위에서 누군가가 다이어트를 성공해서 예뻐진 것을 보거나 듣게 되면, 자신의 자존감은 더 나빠지고 외모우울증은 더 심해지게 됩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비만이 외모우울증의 원인일 것 같지만, 사실은 외모우울증이 비만의 원인입니다. 외모우울증을 그대로 두고서는 비만을 고칠 수가 없지만, 외모우울증을 고치면 비만은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지요.

비만을 고쳐야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은 외모우울증의 덫에 완전히 걸린 것입니다. 비만이라는 몸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외모우울증은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외로 빠르게 바꿀 수가 있지요.

일단, 현재의 내 외모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선택을 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사랑해!'라는 주문을 외는 훈련을 하면 우울증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우울증이 좋아지면, 식욕 증가가 줄어 들고, 그러면 다시 폭식이 줄어드는 선순환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독자 여러분은 어느 것을 먼저 고치는 선택을 하겠습니까?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