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춘천 봉화산

꽁꽁 얼어붙은 겨울철의 구곡폭포
조망하기 좋은 높은 산봉우리에 설치하여 밤에는 횃불을 피우고 낮에는 연기를 올려 나라의 위급한 소식을 중앙에 전하는 시설을 봉수대라고 한다.

봉수 제도는 삼국 시대에 처음 시작되어 고려 18대 왕인 의종(재위 1146~170년) 때 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디 봉화는 밤에 피우는 횃불만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낮에 올리는 연기까지도 포함해서 흔히 봉화라고 불렀다.

봉수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리던 산에는 흔히 봉화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각지에는 봉화산이 매우 많다. 특히 춘천시에는 북산면과 남산면, 두 곳에 봉화산이 있다. 그 많은 봉화산 중에 수도권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은 남산면에 자리한 봉화산이다.

춘천으로 가는 복선 전철이 12월 21일 개통되었다. 서울(상봉역)에서 춘천으로 가는 시간이 1시간 50분에서 1시간 3분으로 단축되었고 요금은 56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아졌으며 운행 횟수는 하루 38회에서 137회로 대폭 늘어났다. 이에 따라 춘천 봉화산으로 가는 교통편도 한결 나아졌다.

이곳 봉화산은 부드러운 흙산이어서 편안하게 등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더욱이 구곡폭포와 문배 마을을 품고 있어서 사철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찾는다. 봉화산에는 여러 등산 코스가 있는데 그중에서 구곡폭포 주차장을 기점으로 하는 길이 일반적이다.

문배 마을의 10 여 가구는 토속음식점과 민박을 겸한다
겨울이면 빙벽 타기 훈련 명소로 변신하는 구곡폭포

구곡폭포 매표소 옆 '마운틴 바이크(MTB) 도착점' 안내판에서 50분가량 오르면 임도 옆 휴식 장소에 이른다. 여기서 남쪽 문배고개 방면 임도로 5분쯤 걸으면 장승이 서 있다.

이곳에서 지능선 길로 10분쯤 오르면 486.8미터봉 삼거리가 나오고 다시 15분쯤 더 오르면 해발 510미터의 봉화산 정상에 닿는다.

봉화산 최고의 명소는 구곡폭포다. 아홉 굽이를 돌아 들어간다고 해서 구곡(九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40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거대한 암벽을 타고 미끄러져 내리는 장쾌한 자태에 경외감마저 든다. 구곡폭포는 시원스러운 물줄기 자체도 장관이지만 주변 경관도 아름다우며 폭포에 다다르는 오솔길도 정감 넘친다.

구곡폭포로 가다가 만나는 구곡정
구곡폭포는 봄부터 가을까지 나그네의 발길이 줄을 이으며 한여름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여기서 '봄부터 가을까지'라는 표현에는 다소 수정이 필요한 듯싶다. 겨울철에도 이곳을 찾는 발길이 제법 많은 까닭이다.

우선, 꽁꽁 얼어붙은 폭포에서 빙벽타기 훈련을 하기 위해 클라이머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거대한 빙폭으로 변신한 색다른 장관을 감상하기 위한 겨울 나그네들이 있다. 한마디로 구곡폭포는 수도권의 사계절 관광 명소라고 할 수 있다.

구곡폭포를 150미터 가량 남겨둔 지점의 삼거리에서 오른쪽 산길로 오르면 문배 마을로 이어진다. 통칭 아홉 굽이라고 불리는 제법 급한 경사 길을 30여 분 올라가면 고갯마루에 이르고 그 앞으로 문배 마을이 아늑하게 앉아 있다. 겨울에는 아이젠이 필요한 길이다.

해발 430미터의 아늑한 분지에 올라앉은 문배 마을

문배 마을에는 임진왜란 이후부터 전쟁을 피해 사람들이 살았다는 말이 전해지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약 20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문배 마을은 화산 분화구처럼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인 아늑한 분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사라진 추억의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
문배라는 이름은 봉화산 줄기인 앞산이 흡사 배처럼 생겨서, 또는 지형이 짐을 가득 실은 배 같다고 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산에서 자생하는 돌배보다는 크고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배보다는 작은 문배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불린다는 말도 있다.

이 마을은 해발 430미터의 고지대에 올라앉아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하지만 이상하게도 여름에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봄가을에 찾아오는 이가 많고 겨울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드문드문 흩어져 사는 이 마을의 10여 가구는 모두 토속음식점과 민박을 겸한다.

봉화산 남쪽 기슭의 쟁골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경 미나리폭포가 숨어 있다. 높이 10미터 남짓한 미나리폭포는 구곡폭포에 비해 규모가 아담하지만 인적 드문 호젓한 정취가 눈길을 끌며 폭포 위로는 깎아지른 암벽이 불쑥 솟아 운치를 돋운다. 이 폭포는 본디 구곡폭포 못지않은 웅장한 물줄기였지만 임도를 내면서 경관이 크게 훼손되었다.

찾아가는 길

46번(경춘) 국도-강촌 삼거리-강촌교-강촌을 거쳐 구곡폭포 주차장으로 온다. 경춘(60번)고속도로-강촌 나들목-창촌을 거치는 길도 있다. 미나리폭포는 강촌-창촌리-소주고개-발산리-가정리-가정3리를 거친다.
대중교통은 경춘선 전철을 타고 강촌역에서 내린 다음 구곡폭포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강촌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많으므로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좋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운치도 그럴싸하다.

맛있는 집

구곡폭포로 들어오다가 주차장 직전 오른쪽에 있는 검봉산칡국수집(033-262-2986)은 상호처럼 칡국수로 명성이 높다. 손님이 주문하면 그제야 갈분(칡뿌리의 가루)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기 때문에 시간은 제법 오래 걸리지만 부드러운 면발의 칡국수가 담백하니 일품이고 위장에도 좋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에 홍당무, 파, 깻잎 등을 넣은 칡부침도 맛볼 만하며 주당들에게는 칡술도 인기다. 문배 마을에서 다양한 토속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글·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