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위한 비타민, 콜라겐 등 '생활 밀착형' 제품 인기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한 화장품 광고의 문구는 이제 바뀌어야할 것 같다. 건강을 넘어 아름다운 외모를 위해 먹는 습관이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스푸드, 뷰티푸드는 건강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포함하며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중년층이 즐기는 건강보조(기능성)식품의 기능이 미를 추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변모한 셈이다. 속부터 다스려야 외모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논리가 확산된 이유일 것이다. 이제는 "먹어야만 해요. 그래야 미모가 아름다워져요."라는 카피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굴에 뭐 했니?

# "이 비타민은 뭘로 만든 거예요?"
"···몰라!"

# '너, 뭐 발랐니?'
'나? 먹었어!'

요즘 눈에 띄는 광고들이 있다. 배우 고현정이 광고하는 한국야쿠르트의 '브이푸드'와 가수 서인영의 CJ뉴트라 '이너비'다. 고현정은 거울 앞에 앉아 다른 여인이 '브이푸드'를 가리키며 "뭘로 만든 것이냐"고 묻자, 알듯 모를 듯한 얼굴로 "몰라"라며 웃는다.

동안의 비밀이 밝혀질까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담겨져 있다. '피부동안'으로 유명한 고현정이 그 비밀을 쉽게 알려주지는 않을 터.

'내 남자를 빼앗은 그녀의 얼굴'이라는 문구와 함께 서인영의 뺨을 때리던 여자는 멈칫한다. 그러면서 '촉촉했다'며 "너 뭐 발랐니?"라고 묻는다. 당당한 서인영은 "나? 먹었어!"라며 더 당돌하게 말한다.

두 광고 속 여자들은 건강이 아니라 '아름다워지려면 먹어라'를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브이푸드'는 천연원료로 만든 비타민이며, '이너비'는 히알루론산이 함유된 식품이다.

두 제품 모두 여성의 고민인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한창이다. 마케팅 전략의 성공인지 혹은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서인지 지난해 4월 출시된 '브이푸드'는 출시 50일 만에 누계 판매 100억 원을 돌파했다고 전해졌다.

과일이나 효모 등 천연원료에서 비타민을 추출했다는 차별화가 여성들에게 어필했다. 또한 '이너비'가 홍보하는 수분 보유량이 큰 히알루론산은 최근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됐다. 보습을 위해 피부에 바르는 게 아니라 먹는다는 개념이 정착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관련업계의 한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이너뷰티 시장이 3조 원 가까이 규모를 키웠다고 한다. 건강뿐만 아니라 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지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뷰티푸드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너뷰티 제품 시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너뷰티가 트렌드

"이들 이너뷰티 제품들은 식후에 먹어야 된다거나 물과 함께 섭취해야 한다는 등 부수적인 부담이 없어서 좋아요. 식생활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몸에 영양을 보충해준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언론계에 종사하는 이지현(31)씨는 규칙적으로 이너뷰티를 실천하고 있다. 그의 회사 책상 서랍 속에는 건강을 위해 먹는 오르비스의 요쿠르트 칼슘제와 종근당건강의 석류 콜라겐, DHC의 비타민C 제품이 들어있다.

그녀는 건강을 위해 칼슘보충제를 먹으며, 미용을 위해 석류 콜라겐과 비타민C 제품을 섭취한다.

이씨는 휴대용 약 케이스에 이 제품들을 따로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먹기도 한다.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챙긴다"는 이씨는 사내에서도 이너뷰티 제품을 규칙적으로 먹는 여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키워드로 읽는 오늘의 세상-2011 트렌드 키워드>(김민주 저)에서는 이너뷰티를 "내적인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위적인 방법이 아닌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통한 자연인 그대로의 아름다움', '내추럴 뷰티'를 추구하는 보다 더욱 적극적인 생활 밀착형 컨셉트"라고 정의했다. 이씨처럼 생활 속에 이너뷰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런 라이프스타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통신판매 화장품브랜드 DHC와 오르비스는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 이너뷰티를 서보인 업체들이다. 이들은 '생활 밀착형' 이너뷰티 스타일을 내걸고 국내 진출 이후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 여성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DHC 측은 "지난 2009년 대비 2010년 판매 증가추이(전체 헬스푸드)가 약 70% 성장했다"며 "젊은 커리어 우먼과 직장인들의 건강에 대한 소구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DHC는 '생활 밀착형' 이너뷰티 시장을 위해 뷰티푸드나 헬스푸드를 지퍼 타입 패키지로 출시함과 동시에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오르비스도 2009년 7월 출시한 마시는 콜라겐인 '시트러스 콜라겐'의 판매량이 급속도로 성장해 2010년에는 주력 스킨케어 제품들을 넘어서는 저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의 인기는 콜라겐 젤리나 칼슘 사브레, 스트로베리향 철 등의 이너뷰티 상품들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치며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르비스측은 "국내에선 콜라겐 제품이 가장 인기가 좋다. 올해 1월에는 샴페인처럼 즐기는 머스캣 콜라겐 스파클링을 출시해 한정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강기능성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 가공한 식품'(건강기능식품법 제3조 제1호)을 말한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질병의 예방, 건강의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국생약학교수협의회가 저술한 책 <건강기능성식품>은 건강기능성식품을 기능별로 "생체리듬의 조절, 생체방어, 질병의 예방, 질병의 회복(주로 혈액순환에 관한 기능을 하는 식품을 의미), 노화억제 등"으로 보고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조언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