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은 기본 스타일까지 고려한 디자인으로 어필

"많이 껴입고 두껍게 입어야 따뜻하지. 멋이고 뭐고 따뜻한 게 최고야!"

어르신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러나 요새 젊은 사람들에게도 통하는 말일까? 전혀 아니다. 초경량 거위 다운재킷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말씀. 깃털만큼 가벼운 다운재킷 하나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이제는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두껍다고 따뜻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가벼운 의복을 입을수록 제대로 된 레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온 가족이 두꺼운 스키복 차림으로 차에 올라타 비좁게 스키장을 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겨울 스포츠웨어는 얇게 입으라고?

"얇을수록 좋다. 얇은 것을 겹쳐 입으면 더 좋다. 외투와 바지는 가볍게 입어라."
올 겨울 한파는 무시무시하다. 영하 10도를 지키며 추위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옷이 더 두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겨울 레저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얇은 것이 '미덕'이다.

겨울웨어 '네파'
차가운 눈 위를 쓸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얇은 옷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얇고 가벼운 옷들이 오히려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얇은 옷을 겹쳐 입어 체온을 조절하고, 가벼운 방수 처리 바지로 활동성을 높이는 것이다. 옷이 너무 무겁거나 두터우면 움직임이 둔해질 뿐만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은 눈밭에서 뛰어 놀다 보면 땀을 흘리기 십상. 무조건 두꺼운 옷을 고집했다가는 갑작스런 땀의 증발로 체온이 급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감기에 걸리는 건 당연지사다. 이럴 때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땀이 흐를 때 옷을 하나씩 벗어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게 좋다. 얇은 옷들이 체온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입는 스키복이나 보드복 바지는 방수나 보온성이 탁월하지만 의류의 소재 자체가 무겁고 활동성면에서 떨어진다. 둔한 움직임을 유발해 스키나 보드를 즐길 때 방해의 원인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을 수도 없는 노릇. 체온이 금방 떨어져 자칫하면 동상의 위험도 있다. 이때 생활방수 처리가 된 옷감으로 제작한 바지가 필요하다. 보온성을 위해서는 패딩 소재로 된 바지도 적당하다.

겨울웨어 '스노우피크'
스포츠웨어가 얇고 가벼워졌다는 건 사람들로 하여금 기능성뿐만 아니라 스타일까지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디자인도 몸에 밀착하는 슬림한 형태로 변화했다. 뒤뚱뒤뚱 걷는 것 같은 차림새를 보이던 스키복은 이제 옛 말이 됐다. 두꺼운 상의와 하의가 세트인 겨울 웨어들이 이제는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튀지 않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쇼핑몰 아이스타일24측은 "소비자들이 겨울 스포츠웨어의 제품을 한정된 디자인과 색상에서 벗어나 평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도록 단품으로 제작된 것들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세분화된 스포츠웨어의 트렌드

암벽, 캠핑, 스키, 보드, 바이크 등 많은 레저 스포츠웨어들이 뚜렷한 목표와 의식을 가지고 세분화 됐다. 운동화가 러닝화, 워킹화, 트레킹화 등으로 진화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 터. 특히 스포츠를 위해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겨울 웨어의 선택과 준비가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에게 웰빙 트렌드와 주 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다양해진 아웃도어 문화는 그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의 규모 또한 확대됐다. 이 때문에 시장의 세분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의 카테고리가 등산, 캠핑, 낚시, 여행, 익스트림 스포츠 등으로 구분돼 그 영역이 나눠졌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측은 "각 세분화된 라인들마다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매출의 상승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겨울을 더 즐기기 위해 스키웨어와 캠핑웨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이들을 겨냥한 옷들도 다양해졌다. 기능성은 물론이거니와 패션까지 챙길 수 있는 스포츠웨어들이 많아진 점이 소비자들을 끌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안전성을 무시할 수 없다. 캠핑웨어는 안전과 추위를 위해 방염처리 제품과 자체 발열 이너웨어들을 선택하는 게 좋다.

스키·보드웨어 역시 안전이 최우선. 네파는 이를 위해 컬러에 힘을 줬다. 하얀 눈과 식별되는 색상뿐만 아니라 야간 스키어들을 위해 자체 발광성이 있거나 인공적으로 선명한 색인 형광색의 재킷을 내놓아 사고에 대비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 마케팅팀은 "캠핑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캠핑 의류에 대한 수요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캠퍼들과 가장 밀접한 불에 대한 저항력이 큰 패브릭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나 방염처리가 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