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등 조기 발견 위한 정기검진 생활화 강조

SBS <백세 건강스페셜>
지난 1월 22일 향년 80세로 생을 마감한 소설가 박완서씨의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가 타계한 이유가 암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건강하게만 보였던 노년의 여류작가가 담낭암이라는 발음하기도 힘든 병마와 싸우며 투병생활을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지없이 언론은 담낭암에 대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증세와 진단 및 치료법, 주의사항 등을 일사천리로 읊어대며 담낭암을 논했다.

그런데 담낭암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 접할수록 어째 위안보다는 위험의 중압감에 빠지는 것일까. 정보가 신통치 않아서? 아니다. 너무도 자세해 마치 없던 병도 걸릴 것 같은 조바심에서다. 미디어가 병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진단하는 건 아닐까? 그들은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암은 조기에 발견해야만 한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하늘나라로 가는 길은 다투지 말라!"

당신은 건강에 대해 얼마나 자신하는가? 자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젊은 층일 것이고, 건강의 '건'자면 나와도 놀라는 사람이라면 중장년층일 것이다. 그럼 '암'이라는 단어는 어떤가? 대부분의 20대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말할 것이며, 30대는 불안한 얘기, 40대는 무서운 얘기, 50대 이상은 어쩌면 듣기도 싫은 얘기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최근 지상파 방송 3사는 경쟁이라도 하듯 암에 대한 담론을 펴놓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접근법은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전 연령층이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기는 프로그램에서의 건강 이야기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평균 나이가 40세가 넘는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이윤석, 이정진, 윤형빈 등이 맞닥뜨린 암에 대한 공포는 시청자들에게 자동적으로 주입됐다. 특히 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등 4대 암의 건강검진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이들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암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병인지 충분히 전달됐다.

적게는 7년부터 많게는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기도 한 '남자의 자격' 팀이 폐암 건강검진을 받는 내내 걱정의 눈빛을 보이자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도 조바심을 가졌다.

KBS '남자의 자격'
특히 폐암과 관련한 모든 검사를 마치고 나서 국립 암 센터의 한 박사가 "하늘나라로 갈 길은 다투지 말라"라고 말하자 듣는 이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강의와 검진 결과를 통해 두 가지를 당부한다.

당장 담배를 끊으라는 것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것. 방송은 '생활 속에서부터 암을 이겨내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작진도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접근 방식을 무겁지 않게 갈 수 있다. 어려운 의학적 설명보다는 실제로 건강에 자신이 없는 중년 남성들의 건강검진을 통해 암에 대한 경각심과 예방을 시청자들도 미리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결과를 화면으로 보면서 폐기종 진단을 받았던 이경규와 김태원, 김국진의 모습에서 암을 이겨내려면 무엇보다 꾸준한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담당PD와 일부 출연자들이 폐기종이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금연을 실천한다는 후속 보도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폐기종은 당장의 수술을 필요로 하진 않지만 건강이 나쁘다는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건강검진이 아니었다면 흡연 습관을 끊는 대범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월 26일 MBC <6시 뉴스매거진>도 '암 조기 발견하려면'이라는 건강검진에 대한 방송을 했다. 암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내용이 아니라 암을 조기발견해 건강을 되찾자는 내용. 규칙적인 건강검진의 생활화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뉴스는 "대부분의 암이 그렇지만 처음 초기단계에선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다. 그만큼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정기검진만이 최선책"이라고 당부한다.

또 "국민건강보험공간에선 암 검진 대상자 중 희망자에 한해 본인 비용의 10%만 부담하면 암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암확진 판정을 받았을 경우 공단에 암중증 환자로 등록되면 수술비와 입원비를 비롯한 병원비용의 5%만 부담하면 된다"는 정보도 잊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암의 위험성과 예방만을 강조했을 테지만 이제는 현실성 있는 접근으로 대중에게 "암을 조기 발견해서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절망적인 암환자들의 이야기로 경각심을 세워주는 것 대신 나에 대한 조그만 관심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SBS도 <백세 건강스페셜>을 통해 1월 한 달간 '암, 아는 만큼 이길 수 있다'는 취지로 '신년 특집, 암 정복 시리즈'를 방영했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5가지 암(대장암, 간암, 위암, 유방암, 폐암)을 선정해 매주 1편씩 각 분야의 최고 명의에게 강의를 들었다.

각 명의들은 직접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암 자가진단법과 암 조기진단법 등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 또한 "암의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건강을 말하는 프로그램들이 현실적인 접근 방식으로 암을 조기에 예방하자고 캠페인처럼 들고 일어났다.

의학박사이자 신건강인센터 유태우 원장도 본지의 '건강은 선택이다' 칼럼을 통해 암에 대한 충고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는 "우리 모두는 죽기 전에 한 번은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암조기 진단은 증세가 없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암은 증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자 95세, 여자 100세까지는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겠다는 전략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