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김포 덕포진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의 바닷가에 자리한 덕포진은 강화의 초지진 및 덕진진과 더불어 강화해협을 통한 외세의 침공에 대비해 설치한 조선 시대의 군영이다.

설치된 시기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조선 현종 7년(1666년) 이미 강화에 예속된 진이었으며, 조선 숙종 5년(1679년)에는 강화의 광성보, 덕진진, 용두 등의 여러 돈대와 함께 이곳에도 돈대가 축성되었다. 넓이는 4만 8794㎡에 이르며 1981년 9월 25일 사적 제292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조선 고종 3년(1866년) 9월의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와, 고종 8년(1871년) 4월 신미양요 때 미국 함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던 역사의 현장이다. 1980년에 실시한 포대, 돈대 및 파수청 터의 발굴 조사에서 1874년에 만든 포와 포탄, 주춧돌 및 화덕, 조선 시대 화폐인 상평통보 등이 출토되었다.

덕포진은 일가족이 나들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골프장을 연상시키는 초원이 깔린 둔덕 위로 이어진 좁고 구불구불한 탐방로는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서해의 강화해협을 굽어보는 맛도 일품이다. 광성보나 초지진, 덕진진 등 강화에 속한 보와 진들은 많은 인파가 찾아들지만 이곳은 주말에도 한적하다. 공원 같은 분위기에서 모든 잡념을 떨치고 휴식할 수 있다.

뱃사공의 충성심이 어려 있는 손돌목

덕포진에 묻힌 손돌의 묘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다가 덕포진 북쪽 해안에 이르면 손돌 묘가 눈길을 끄는데 이에 대해서는 가슴 아픈 일화가 전해진다.

고려 고종 19년(1232년) 몽고(원나라)의 2차 침입 때 왕 일행은 강화로 천도하기 위해 손돌의 배를 타고 강화해협을 지나다가 현재의 대곶면 신안리와 강화도 사이의 급류 지대에 이르렀다. 앞이 막힌 것처럼 보이는 지형이어서 초행인 사람은 뱃길이 없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곳이었다.

고종은 뱃길을 바꾸도록 하명했으나 손돌은 “보기에는 앞이 막힌 듯하오나 좀더 나아가면 뱃길이 트이오니 폐하께서는 괘념치 마옵소서”라고 아뢰었다. 그러나 고종은 손돌이 흉계를 꾀하는 것으로 의심하여 신하들에게 처형을 명했다. 손돌은 죽음을 앞두고서도 임금의 안전 운항을 바라는 충성심으로 바가지를 물에 띄우고 그것을 따라가면 뱃길이 트인다고 아뢴 다음 참수되었다.

이후 고종 일행은 손돌의 말대로 급류를 무사히 빠져나와 목적지에 이르렀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고종은 손돌을 후히 장사지내주고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사당도 세워주었다고 전해진다. 그로부터 손돌이 참수된 뱃길 목을 ‘손돌목’이라고 부른다.

덕포진 주차장 옆에 있는 전시관은 흔히 지나치기 쉽지만 들어가 보면 뜻밖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조선 고종 11년(1874년) 5월, 고정포대에 거포된 채로 발굴된 운현궁별주명의 중포 4문과 소포 2문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활기 넘치는 대명 포구 어시장
교육박물관과 대명 포구도 둘러볼 만해

덕포진 입구에는 덕포진 교육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이곳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내(이인숙 씨)를 위해 역시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던 그녀의 남편인 김동선 씨가 세운 사립 박물관이다. 1996년 문을 연 덕포진 교육박물관은 인성교육관, 교육사료관, 농경문화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성교육관은 1960년대 이전에 공부한 어린이들이 직접 사용했던 손때 묻은 물건들을 전시한 곳으로 교복, 책가방, 딱지, 사모관대, 등잔, 풍금, 화폐 등이 진열되어 있다. 교육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교육사료관에는 옛날 교과서, 악기, 미술도구, 붓, 인형, 봉급명세서, 상장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농경문화관에는 풍구, 도롱이, 탈곡기, 무자위, 낫, 괭이, 어리, 똥장군, 허수아비 등 옛 농기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덕포진 인근의 대명 포구도 둘러볼 만하다. 대명 포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제법 활력 넘치는 어시장이 있다. 농어, 숭어, 광어, 우럭, 놀래미, 망둥어 등의 활어와 각종 조개류, 꽃게, 새우젓, 멸치젓 등 서해안 곳곳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들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골 어촌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 정겹다.

대명 포구 인근의 약암홍염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지하 460미터의 붉은 암반에서 솟는 약암홍염천은 철분, 염분, 무기질 등을 함유해 피부병, 눈병, 관절염, 신경통, 부인냉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바닥에서 처음 솟은 물은 투명하지만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하면 붉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포진의 포대 너머로 강화도가 보인다
찾아가는 길

김포에서 강화로 가는 48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누산리에서 초지대교 방면으로 접어들면 양촌과 대곶을 지나 덕포진 입구 및 대명 포구(항)에 이른다. 곳곳에 '덕포진' 및 '대명항' 표지판이 잘 세워져 있어 길 찾기는 쉽다.

대중교통은 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서 양곡(양촌)으로 가는 버스를 탄 다음 대명리(포구)로 가는 마을버스로 갈아탄다. 송정역에서 대명리로 직접 가는 버스도 있다.

맛있는 집

대명 포구의 목포군산횟집(031-989-2484)은 매스컴을 통해 찬사를 받은 유명한 집이다. 놀래미, 숭어, 우럭, 광어, 농어, 밴댕이, 삼세기 등의 회와 매운탕, 꽃게탕, 새우탕 등을 맛볼 수 있다.

겨울철의 별미이자 이 집의 명성을 높인 것은 삼세기 매운탕이다. 지역에 따라 삼식이, 삼숙이, 탱수 등으로도 불리는 삼세기는 회도 괜찮지만 얼큰하고 시원하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풍미가 일품인 매운탕이 한결 입맛을 돋운다.



글·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