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포럼 역사성 등 6개 범주 '지역 창조성 지수' 발표

몇 년 사이 귀 따갑게 들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많은 지자체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 '창조도시'는 도시의 미래처럼 이야기됐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하는 도시, 사는 사람이 행복하고 오는 사람이 신나는 도시, 골목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도시가 당장이라도 도래할 것 같았다.

하지만 창조도시의 슬로건이 도시에 얼마나 활기를 불어 넣었을까. 우리의 일상에는 과연 상상력이 더해졌을까. 창조성은 밀어 붙인다고 생기는 게 아닌데 말이다.

최근 서울문화포럼에서 <서울다움06>을 통해 발표한 '지역 창조성 지수'는 슬로건의 거품을 걷고 창조도시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정책 개발자와 연구자는 물론, 좀 더 윤택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시민 모두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

그동안 서울문화포럼에서 홍대와 이태원, 문래동 등 문화적 특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한 관찰·기록 프로젝트와 전문가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의 창조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리했다.

역사성, 다양성, 공동체성, 편의성, 친환경성, 혁신성 등 6개의 범주 안에 세부적 지표와 측정치가 제시됐다. 물리적 인프라는 물론 구성원의 활동과 태도 등 질적 가치까지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역사성은 유형문화재, 근대건축물 등 문화유산의 유무뿐 아니라 이들을 보존·개선하려는 지역민의 참여도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지역 고유의 음식과 놀이 등 일상 문화 역시 중요하다. 친환경성은 지역의 자연환경은 물론 공동 텃밭과 벼룩시장의 활성화 정도에 좌우된다.

결국 이 모든 논의는 '사람 중심 도시'를 향한다. 다양한 문화와 계층을 지닌 지역민들이 경계를 넘어 건강하게 소통하는 것이 창조도시의 동력인 집단지성으로 이어진다. 서울문화포럼의 권소영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기반에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원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창조도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성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다움06>에 실린 인터뷰에서 "도시의 창조성은 이질적인 지역이 공존하면서 섞이고 충돌해 만들어내는 생명력"이라며 "경제적 관점에 치우친 창조도시 담론으로는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 스스로 도시를 돌보고 더 나은 여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상 창조도시는 먼 이야기란 뜻이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식품 라벨을 확인하듯, 행복한 도시생활을 위해 지역 창조성 지수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지역 창조성 지수

1. 역사성
지역의 역사적 기억은 현대의 창조적 기반이 된다. 유형과 무형의 지역문화유산과 골목길과 재래시장 등 생활환경이 얼마나 보존되고 있는지, 개발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과 태도는 어떤지, 역사 보존을 위한 관의 지원 및 법·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지를 잣대로 측정할 수 있다.

2. 다양성
창조성은 다양한 문화적 시도와 섞임에서 비롯된다. 지역 구성원과 주거형태가 다양한지, 문화예술시설 및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는지, 지역민의 여가 생활이 어떤지, 개방적 태도와 의식이 일반적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3. 공동체성
지역민의 소속감과 유대감은 그들이 스스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주민자치센터와 도서관이 있는지, 지역축제와 시민단체 활동, 자원봉사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지역민과 관 간 소통이 잘 되는지, 지역만의 창조적인 비전이 있는지 등이 영향을 미친다.

4. 편의성
지역의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요소다. 교육시설과 복지시설, 의료시설이 가깝고 편리한지, 민원은 잘 처리되는지, 도로가 잘 연결되었는지, 공동육아와 반상회 등 자치활동이 활발한지, 지역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는지가 중요하다.

5. 친환경성
지속가능한 도시의 실현 요건이다. 자연환경이 가까운지, 공동텃밭과 직거래 등 도시농업 활동이 일어나는지, 벼룩시장과 공방 등의 재활용 문화가 있는지, 친환경 프로그램에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지를 확인하자.

6. 혁신성
지역의 경쟁력과 활력을 높이는 혁신성은 문화 관련 산업이나 프로그램, 지역 기반 사회적 기업이 있는지, 시민 자치 역량과 공무원의 소통 의지가 높은지, 법·제도가 유연한 협력을 돕는지와 관련된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