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에 이렇게 커피숍이 많았나?"

서울 방배동의 50년 토박이 김찬복 씨의 말이다. 그는 최근 방배동 일대에 또 다른 '카페로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30여 년 전 방배동 카페골목(동작대로와 방배로 사이 1km 남짓)은 차도 팔고 술도 파는, 그런 카페들이 즐비했다.

그가 기억하는 카페골목은 왕복 2차선 도로에 자동차와 사람이 북적댔던 흥이 있던 거리였다. 서울 시내에서 드물게 심야에도 영업을 하던, 남자들이 자주 찾던 거리였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낭만파들이 많았다"는 김씨의 말에서 카페골목의 전성기를 엿보는 듯하다.

그런데 지금 방배동 일대는 '카페골목'이 쇠퇴한 가운데 커피만을 위한 카페들이 또 한 번 방배동 중흥기를 예고하고 있다.

新 카페로드, 방배동을 가다

'혹시 최근에 방배동 오신 적 있으세요?'

'방배중앙로'로 불리던 카페골목의 전성기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 길에는 음식점과 옷가게, 술집 등으로 채워졌다. 낮이나 밤이나 한가한 거리가 됐다. 차량의 이동은 많지만. 그런데 이 거리를 살짝 벗어나 방배역에서부터 함지박 사거리에 이르는 약 1.5km의 왕복 5차선 거리가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며 왕성하게 성장 중이다. 다른 것도 아닌 커피숍, 아니 커피전문점으로 말이다.

양쪽 도로변을 중심으론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자리를 차지했고, 그 뒤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건물세가 워낙 차이가 나니까. 그래도 사이 좋게 커피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공생하고 있다.

2호선 방배역을 빠져 나오면 어떤 출입구에서든 카페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방배역 사거리는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역을 빠져 나오자마자 왕복 5차선을 사이에 두고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차도를 따라 나열돼 있다.

먼저 4번 출구에는 '엔제리너스 커피'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바로 옆(내방역 방향)에는 방배역의 터줏대감인 '스타벅스 커피'. 2004년에 들어선 이곳은 올해로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트윈 카폐(Between Care)
더 내려가면 '오픈한 지 얼마 안됐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깨끗한 '탐앤탐스 커피'가 동그란 간판을 내밀고 있다. '탐앤탐스'는 지난해 12월 생겼다.

맞은편으로 돌아서 보자. 단번에 3번 출구에는 맥도널드에서 풍기는 햄버거의 향이 가득하다. 뒤로 돌면 새로 리모델링한 건물이 보이는데 예사롭지 않다. 1,2층으로 연결된 '파리바게트&카페'가 자리했고, 바로 옆 2층에는 '커피빈'이 있다. 방배역은 3번과 4번 출구를 중심으로 내방역 방향에 걸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경쟁이라도 하듯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제 그럼 내방역 방향으로 슬슬 걸어가 봐야 한다. 물론 차도 쪽으로 인도를 따라서. 3번 출구에서 맥도널드를 지나면 '던킨도너츠'와 '이디야 커피', '로티보이'가 커피향을 솔솔 풍긴다.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역시 지난해 말에 생긴 '카페베네'의 나무 간판이 보인다.

그 길 건너 맞은편에는 빨간 간판의 '할리스 커피'가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복층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할리스 커피는 내방역 2번 출구와 더 가깝다. 그러니까 내방역 2번 출구와 방배역 4번 출구는 하나의 길로 연결됐다. 버스로는 한 정거장 거리.

내방역 사거리에도 방배역에 이어 커피전문점들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3번 출구에는 '파리바게트&카페'가, 5번 출구는 며칠 전 오픈한 '커핀 그루나루'의 보라색 간판이 구미를 자극한다. 7번 출구는 일찌감치 '탐앤탐스'와 '브레드 & Co.'가 나란히 서있다.

최근 1번 출구 방향으로 50m 지점에 '카페베네'가 오픈해 주택가 시민들을 유혹 중이다. 내방역 사거리조차 보이지 않는 카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남현성 창업 컨설턴트는 방배동과 내방역에 이르는 거리가 "카페가 형성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역 주변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좁아 커피전문점에게 유리하다는 것.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동이 쉽다.

또한 방배역과 내방역 주변으로 학교, 은행, 세무서, 병원 등과 중소기업 사무실 등이 즐비해 오피스 상권을 이루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한 골목 건너 한 집

"속상해요. 커피숍 오픈한 지 1년도 안됐는데, 바로 앞에 또 커피숍이 생겼죠."

"불과 2년 전만 해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전쟁도 이런 전쟁이 없다. 방배역과 내방역, 함지박 사거리로 이어지는 거리와 골목마다 커피숍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도로가를 점령하고 있다면, 개인 커피숍들은 골목골목을 장악하고 있다. 방배역 먹자골목에도 커피집은 여러 개가 있다.

개인 커피숍들의 향연은 좁은 골목에서 더 빛을 발한다. 공간이 협소해도 아기한 인테리어와 좋은 커피 맛만 있다면 커피숍이 갖는 매력으로는 충분하다.

방배역 근처의 한 골목에 문을 열었던 '커피볶는 집-일리'는 내방역 쪽에 또 한 집이 생겼다. 내방역 7번 출구 방향으로 100m 가량 직진하면 예쁜 간판과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방배동에 두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며 대형 프랜차이즈에 맞서고 있다.

방배역이 복잡한 상권으로 빌딩들이 오밀조밀 몰려있다면, 내방역은 조용한 주택가가 펼쳐져 있다. 이 주택가 사이사이에 아담한 커피숍들이 들어서고 있다. 내방역 6번 출구 주변에는 1년 사이 세 개의 커피전문점이 생겼을 정도다.

방배동 일대에 커피전문점은 더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초구가 내년부터 2014년까지 방배 5·6·7 구역에 대한 재개발 사업을 하기 때문. 주택가 밀집지역은 재개발을 통해 33층 높이의 아파트 50개동이 들어설 계획이다.

또 방배역, 내방역, 이수역 일대는 문화와 상업지구 등으로 개발된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전문점이 들어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방배동 예쁜 카페 길잡이
비트윈 카페(Between Cafe) 한적한 골목길 언덕에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멕시코 치아파스의 유기농 커피만을 사용. 매일 직접 로스팅한 갓 볶은 원두로 핸드드립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단호박 샌드위치와 수프도 별미. 방배역 4번출구 방향. 02)3486-2121.

커피볶는 집 - 일리(一梨)

커피볶는 집-일리(一梨)
1년 사이 두 개의 체인점을 오픈했다. 직접 로스팅하고 그라인딩 해주는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특히 더치커피는 일품.작은 소품들을 이용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커피의 맛을 즐겁게 한다. 방배역 3번출구 방향. 02)525-9112.


미미 & 보보
미미&보보(MiMiㆍBoBo)
하늘색으로 테두리를 친 간판이 산뜻하다.원두는 강릉 테라로사를 사용해 그윽한 커피 맛을 낸다. 브라우니 등도 맛볼 수 있다. 치즈 떡볶이와 토마토 샐러드는 특별 메뉴. 내방역 6번출구.
02)3478-2020.


두나미스
(Dunamis)
커피와 케이크, 책이있는 곳. 방배동에서 북 까페로 더 유명하다. 바로 옆 백석예술대학 학생들에게 인기. 커피뿐만 아니라 제철 과일주스와 요거트 음료를 즐길 수 있다.와플과 토스트도 별미. 방배역 2번 출구.
02)581-1069.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