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폴리페놀 등 혈관 탄력성 높이고 발병 위험 줄이고

한 손엔 도넛, 한 손엔 커피를 든 사람은 20년 전만 해도 뉴요커의 모습이었지만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온 이후 일상화된 카페 문화는, 원래 물이 차지하던 자리의 상당 부분을 커피로 대체시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찾는 물 한 컵보다 모닝커피 한잔이 더 익숙한 요즘이다. 얼마 전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 한 명이 마신 커피의 양은 평균 312잔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제 물만큼이나 커피를 많이 마신다.

국내 커피 산업도 덩달아 성장해 2조 원을 훌쩍 넘었다. 커피 시장의 성장과 함께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연구발표 중 하나는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산업식품공학회 주최로 커피에 함유된 폴리페놀과 카페인 성분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커피의 건강기능성'이란 국제 심포지엄도 열린 바 있다. 이처럼 커피 음용률이 매년 증가하면서 이 '검은 물' 안에 숨겨진 효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 어디에 좋을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대개 카페인의 각성 효과나 치아 착색과 같은 요인 때문이다. 사실 이는 성인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임상적으로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당히만 마시면 커피는 오히려 질병 예방 면에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엔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농약 없이 재배한 질 좋은 유기농 커피여야 한다는 점이고, 커피 외에 크림이나 설탕 등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말아야 하며, 지나치게 음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커피 산업 규모의 80%가량 차지하는 인스턴트 커피나 패스트푸드 점의 값싼 원두커피로는 기대할 수 없는 효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발표되고 있는 커피 관련 연구들은 커피가 적절한 음용만 하면 뇌졸중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스웨덴 캐롤린스카 환경의학협회 연구팀은 49세 이상의 여성 3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커피를 마시는 여성은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커피가 질병 감염 위험과 산화 스트레스를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이 점 때문에 당뇨병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지난해 미국 뇌졸중협회가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의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커피가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어서 귀추를 주목게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하루에 커피 한 잔으로 심장병 예방과 장수의 효능까지 누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리스 아테네대학교 크리스티나 크리소후 박사팀은 심장병 위험이 큰 고혈압 환자 4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고혈압 환자는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고 경직되어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이 커지지만, 꾸준히 매일 커피를 마신 이들은 혈관 탄력성이 좋아져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과 항산화제 성분(폴리페놀, 커피는 녹차보다 7배, 홍차보다 9배 많이 함유)이 혈관의 기능을 돕는다고 파악했다. 연구팀은 제시한 적절한 커피 양인 25~50㎖를 넘길 경우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카페인이 가진 이뇨작용 때문에 체내 노폐물을 제거해주고 신장 결석에도 도움이 된다. 또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 등을 완화해주는 효능이 있으며, 기초 대사량을 높여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지나치게 섭취하면 불안증, 두근거림, 구토, 콜레스테롤 상승,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으며, 중독되면 신경과민과 불면증, 근육경련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커피를 이용한 이색 건강법

커피에 탈취 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커피 전문점에선 사용한 커피 가루를 손님들에게 집에 가져가라며 손에 쥐어주기도 하고, 마늘이나 양파와 같이 향이 진한 음식을 먹은 외국인들은 커피콩을 씹어 구취를 없애기도 한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각성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커피 향은 라벤더 다음으로 탁월한 진정효과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 원두커피의 지방은 피부를 매끄럽게 해줘 이것을 이용해 '커피 목욕'을 하기도 한다. 원두 달인 물을 욕조에 섞어 목욕하거나 사용한 커피 가루를 주머니에 넣어 욕조에 담갔다가 사용해도 된다.

커피를 이용한 건강법 중 가장 이색적인 방법은 바로 관장법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의학 고문이었던 신야 히로미는 <생활 속 독소배출법>에서 이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독일의 내과의사였던 막스 거슨 박사가 처음 시도한 '커피 관장'은 번거롭긴 하지만 집에서 꾸준히 하면, 변비가 해소되고 과민대장증후군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피부도 좋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법은 먼저 관장액으로 사용할 커피 155㎖에 따뜻한 물을 부어 체온에 가까운 관장액 1000~1200㎖를 만들어 항문에 주입한 후 배변하면 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