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거제시 공고지동백나무 터널, 종려나무 숲 지나 노란 수선화 물결이 반기네

공고지 언덕에서 굽어본 안섬 내도.
경상남도 거제시는 6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불과 아홉이고 인적 없이 동식물만 살아가는 무인도는 53개에 이른다.

거제시를 이루는 많은 섬 중에서 가장 크면서 대다수 인구가 살아가는 곳은 거제도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며 많은 경승지를 품고 있다.

거제도의 많은 경승지 중에서 봄의 정취를 호젓하고 오붓하게 느낄 수 있는 비경 지대로는 단연 공고지(공곶 마을, 鞏串)가 손꼽힌다. 거제도 최대의 항구로 매우 북적이는 장승포에서 이곳까지 불과 10여km 거리에 있지만 찾는 이가 별로 없어 한적하다.

공고지에 가려면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예구 마을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따라 20분 남짓 걸어야 한다. 10여 분 만에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면 내도(안섬)가 눈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너머로는 거제 으뜸의 관광 명소인 외도가 떠 있으며, 푸른 바다 건너 저 멀리 명승 제2호인 거제해금강(갈곶섬)이 바라다 보인다.

언덕배기에서 공고지로 내려가는 길에는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200~300 미터에 이르는 동백나무 터널이 나그네를 반기며 봄의 운치를 그윽하게 풍긴다. 동백꽃이 요염하게 눈웃음치는 나무 아래로는 바람결에 떨어진 꽃잎이 깔려 있다. 흡사 붉은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한 기분에 절로 흥이 난다.

공고지 가는 길의 동백나무 터널
두 부부가 40년간 가꾼 아름다운 수목원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종려나무 숲이 펼쳐진다. 김민종과 김유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영화 <종려나무 숲>을 바로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곳을 가꾼 데에는 강명식, 지상악 노부부의 노력이 크게 공헌했다. 이들 부부는 1957년 진주에서 하루 종일 걸려 이곳을 처음으로 찾아왔고, 결혼 후 12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하여 1969년 처음으로 100여 평의 땅을 매입하여 가꾸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3만여 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1만여 평의 부지에 종려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가꾸며 살고 있다. 동백나무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 후박나무, 설유화, 명자꽃,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하얀 수선화 등 수종도 다양하다.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도 참으로 운치 넘친다. 이곳을 통틀어 공고지 수목원이라고 일컫는다.

봄날의 공고지는 꽃의 천국이다. 특히 2000여 평의 면적에 심어진 수선화는 노란 물결을 이루며 찾아오는 나그네들에게 진한 감흥을 선사한다. 6000여 평에 심어진 종려나무는 이들 부부의 주 소득원으로서 하루 종일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가꾸어야 한다. 힘겹게 일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 부부의 얼굴 표정이 지나온 삶의 세월을 대변하는 듯 정겹기만 하다.

공고지의 울창한 종려나무 숲
안섬을 바라보는 몽돌밭이 가슴 울리는 공고지 해변

종려나무는 대추야자나무로도 불리는 야자과 식물이다. 종려나무 숲을 지나면 몽돌이 깔린 바닷가에 다다른다. 거제도 해안에는 이곳 말고도 몽돌밭이 유난히 많다. 탁 트인 넓은 몽돌밭이 가슴을 시원하게 적시는 공고지 해안은 여름철이면 피서지로 그만일 터이지만 한여름에도 찾아오는 이는 별로 없다고 한다.

자갈에 부딪히는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마냥 사랑스럽다. 숨이 가빠 올라왔는지 숭어 몇 마리가 바다 위로 떠올라 온 몸을 흔들며 춤추고 있다. 바다낚시터로도 그만인 곳이라는 것을 저네들이 증명하는 듯하다.

바다 색감도 참 깊고 푸르다. 바로 코앞에는 내도(안섬)가 고고하게 떠서 손짓한다. 저 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내도는 8가구 20여 명이 옹기종기 살아가는 작은 섬이다. 그 뒤에 있는 외도는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내도는 한적하고 외로운 섬일 뿐이다.

예구 마을에서 공고지로 이어지는 길은 인간과 신의 세상 사이에 있는 통로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그 길을 다시 걷고 싶다. 내년 봄에도 다시 예구와 공고지를 잇는 고갯길을 넘어보고 싶다.

몽돌로 만든 돌담길
찾아가는 길

수도권에서는 경부(1번)고속도로-비룡 분기점-대전남부순환(300번)고속도로-산내 분기점-대전통영(35번)고속도로를 잇는다. 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거제도 방면 14번 국도를 따라가면 장승포에 닿는다.

호남권에서는 호남(25번)고속도로-남해(10번)고속도로-진주 분기점-대전통영(35번)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부산 쪽에서는 남해(10번)고속도로-함안 나들목-가야읍-79번 국도-진동-2번 국도-진전-14번 국도, 대구 쪽에서는 구마(45번)고속도로-남해(10번)고속도로(이후 부산에서와 같음)를 거친다.

장승포에서 14번 국도를 계속 따라가다가 와현해수욕장 못미처에서 좌회전하면 공고지 입구인 예구에 이른다.

대중교통은 서울남부터미널, 부산(사상), 대전(동부), 진주, 마산, 울산 등지에서 장승포행 직행버스 운행. 장승포에서 공고지 입구인 예구 마을은 택시가 편하다.

맛있는 집

와현과 인접한 구조라에 어판장회센터(055-681-8993)가 있다. 이 집은 싱싱하고 다양한 생선회로 이름난 집으로 특히 물회가 맛나다. 도다리, 쥐치, 한치, 오징어, 갑오징어 등을 이용한 물회를 맛깔스럽게 요리하는데 여름에는 제주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자리돔물회도 낸다. 이 집은 민박도 받는다. 이 집 외에도 구조라와 와현 일원에는 횟집이 많다.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