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상당산성

산책하기 좋은 상당산성 성벽 길
초정약수와 함께 충청북도의 양대 명천으로 꼽히는 명암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들이켠 다음 굽이굽이 산길을 오른다.

흡사 한계령이나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구절양장의 고갯길이다. 급경사와 급커브가 이어져 스릴과 운치에 넘치는 해발 343m의 산성고개를 오르면 상당산성이 반긴다.

1970년 10월 1일 사적 제212호로 지정된 상당산성은 여느 산성과 달리 성 안에 약 50가구의 주민이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이다.

상당산성은 상당산 계곡을 둘러 돌로 쌓아 만든 산성으로 백제 때부터 토성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상당산성이라는 이름은 백제 때 청주목을 상당현(上黨縣)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통일신라 초기에 김유신의 셋째 아들인 원정공 김서현이 5소경(五小京)의 하나인 서원경(西原京, 지금의 청주)에 서원술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어 이때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청주시와 청원군 일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서쪽 방어를 위해 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성당산성 남문인 공남문
이후 조선 선조 29년(1595년) 임진왜란 때 개축했다가 숙종 42년(1716년)에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산성의 면적은 12.6ha, 성 둘레는 4.4km, 높이는 4.7m에 이른다. 네모나게 다듬은 화강암으로 수직에 가까운 성벽을 쌓았으며, 그 안쪽은 토사(土砂)로 쌓아올리는 내탁공법(內托工法)으로 축조했다.

사이좋게 나란히 이어지는 성벽 길과 오솔길

성문은 동·서·남방 3개소에 두었다. 남문은 무사석(武砂石)으로 홍예문을 만들고 그 위에 목조 문루(門樓)를 세웠는데 성문의 높이는 3.5m, 너비는 4.2m이다. 석축 부분만 남아 있었으나 1977년 문루를 복원해 옛 모습을 되찾았다. 동문과 서문에도 역시 문루가 있었으며, 무사석으로 네모지게 축조한 성문의 높이는 2.7m, 너비는 2.8m이다.

성 안에는 5개의 연못과 3개의 사찰, 관청 건물, 창고 등이 있었고 동남쪽에는 수구(水口)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저수지가 들어서 있다.

상당산성 남문 앞 잔디광장에 이르자 봄날 오후의 평온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돗자리를 깔고 대화를 나누는 젊은 부부와 그 옆에서 잠자는 아이, 너른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어린이들, 다과를 들며 웃고 떠드는 여인네들, 배드민턴을 치고 공을 차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상당산성 서문인 미호문.
잔디광장을 지나 남문을 통과하자 성벽 위로 길이 이어지고 성벽 옆 숲으로는 오솔길도 드리운다. 전망이 일품인 성벽 길과 숲 그늘 짙은 오솔길은 그렇게 사이좋게 나란히 이어진다. 성벽 길과 오솔길은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므로 두 길을 번갈아 걷는 것도 좋다.

건강한 숲의 자연미에 빠져들다

4.4km에 이르는 상당산성 성벽길은 느릿느릿 걷기에 그만이다.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쉬엄쉬엄 걸으며 울창한 숲과 청주 시내를 굽어보는 전망을 즐기다가 군데군데 마련된 숲속 쉼터에서 휴식을 즐긴다.

성벽은 가파른 산비탈에 거의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만 성벽 위로는 흙을 다져 평탄하게 길을 냈다. 산성 안팎으로 펼쳐지는 숲의 자연미를 감상할 수 있는,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행복한 산책길이다.

예쁜 줄무늬로 치장한 다람쥐가 유난히 자주 눈에 띈다.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은 다람쥐를 보며 마냥 신기한 표정이다. 다람쥐를 보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 표정이 줄무늬 다람쥐보다 더 귀여워 보인다.

화강암으로 수직에 가깝게 쌓은 성벽
다람쥐뿐 아니다. 상당산성의 깊은 숲에는 사슴벌레, 나비, 왕개미, 거미 등이 살고 산새들이 지저귀며 온갖 들꽃들이 피고 진다. 그래서 온전한 자연을 받아들이며 느림보 걸음으로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어느새 상당산성 걷기 여행의 종착점인 산성 마을 저수지에 이르렀다. 아담하고 잔잔한 저수지 언저리에서 돌연 물결이 인다. 아이들이 던진 과자를 받아먹으려고 물고기들이 몰려든 것이다.

저수지 옆으로 모여 있는 산성 마을은 닭백숙과 오리백숙, 대추술로 유명하다. 성벽 길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저수지를 바라보며 맛보는 백숙과 대추술, 다양한 토속 음식들 맛은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안에 산성 마을의 식당들은 성 밖으로 옮겨지고 그 자리에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니 서둘러야 하리라.

찾아가는 길

청주 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나거나 서청주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청주 시내로 들어온다. 이후 충청북도청-명암유원지(저수지)-청주박물관-청주동물원-명암약수-산성고개를 거쳐 상당산성으로 향한다. 산성고개로 오르지 않고, 명암유원지에서 산성제1터널 및 산성제2터널을 거치는 게 지름길이지만 운치는 떨어진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고속버스나 직행버스, 충북선 열차 등을 타고 청주로 온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과 청주역에서 상당산성으로 직접 가는 시내버스는 없다. 청주체육관으로 가는 버스를 탄 다음 상당산성행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맛있는 집

산성 마을의 대우장(043-252-3306)은 닭백숙으로 유명하다. 인삼공사에서 홍삼 진액을 뽑고 남은 찌꺼기를 먹여 기른 약닭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황기, 구기자, 하수오, 천궁, 엄나무, 감초, 계피 등의 약재와 마늘과 생강을 넣어 진하고 깊은 맛이 난다.

찹쌀을 닭의 뱃속에 넣지 않고 별도의 배주머니에 넣었다가 그릇에 담는다는 점도 특이하다. 국물 없이 찐 닭찜과 오골계 한방백숙도 인기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남대에 묵으면 불려가 백숙을 올릴 정도로 손맛이 뛰어나다.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