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타포르테 부산 2011 F/W]11주년 맞아 아시아 패션 교류의 본거지로 3D 촬영 등 신기술 도입
"패션 교류 위한 플랫폼으로"
올해로 11주년을 맞는 프레타포르테 부산은 서울패션위크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차이가 있다면 거의 초창기부터 외국 디자이너들을 앞세워 글로벌 패션 행사를 표방했다는 것.
프레타포르테 부산의 가장 좋은 점 역시 해외 신진 디자이너와 부산 토착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반응은 뜨겁지만 커리어가 너무 짧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대형 컬렉션에서 초청하기 애매한 슈퍼 루키들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행사에는 런던의 가장 핫한 신인으로 꼽히는 다니엘 스컷을 비롯해 일본 럭셔리 펑크의 떠오르는 별 크리스찬 다다와 도쿄패션위크 최연소 참가자 ,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다국적 디자이너 , 커머셜한 감각으로 무장한 중국의 등이 참가했다.
행사 중에는 패션쇼 외에도 비즈니스를 위한 전시회와 트렌드 설명회 등이 이어졌다. 퍼스트뷰코리아 유수진 대표는 2011년 패션 트렌드 및 최근 이슈인 '공진화(共進化)'에 대해 강연했으며, 친환경 패션잡지 <오 보이!>의 김현성 편집장은 동물과 환경을 대하는 패션의 태도에 관해 강의를 진행했다.
패션쇼 촬영에 3D 입체 영상을 도입한 것도 관심을 끈다. 주최측은 모든 컬렉션을 3D 방식으로 촬영해 국내 최초로 패션 데이터의 디지털 아카이브화를 시도했다. 촬영한 영상은 다음 행사를 더욱 다채롭게 구성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이번 행사의 해외 디자이너 섭외를 담당한 편집숍 데일리 프로젝트의 이창민 실장은 디자이너 선정 이유에 대해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패션위크가 싱가폴패션위크와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부산도 국내외 디자이너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바깥에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겠죠. 핫한 해외 디자이너들을 초청하는 것 외에도 부산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한다든지, 쇼 기간 중 다른 공연을 함께 유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11 F/W 프레타포르테 부산에 초청된 해외 디자이너들 중 유독 눈길을 잡아 끄는 이들이 있었다. 다니엘 스컷과 크리스찬 다다, . 삶과 옷의 관계, 패션의 긍정적 기능, 재난을 딛고 일어난 희망 등 이들이 고민하고 표현하는 것은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없어 더욱 흥미롭다.
한 해에도 수백 명의 신진 디자이너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런던에서 다니엘 스컷은 점점 더 색깔을 확고히 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케이트 모스, 라라 스톤, 나오미 켐벨, 비욘세, 그웬 스테파니 등 '빵빵한' 셀러브리티 군단을 등에 업고 있는 그녀는 2005년 센트럴세인트마틴스쿨을 졸업하면서부터 바로 주목을 받았다.
2008년에는 가레스 퓨, 크리스토퍼 케인 등과 함께 '뉴젠(신진 디자이너)'으로 선정돼 런웨이 쇼를 열었으며 얼마 전에는 톱숍과 협업한 주얼리 라인으로 그녀 특유의 터프하고 엘레강스한 감성을 재확인시켰다.
당신의 옷을 두고 페미닌 혹은 파워풀하다고 한다. 본인의 생각은?
모두 맞는 말이다. 여성스러우면서 강한 이미지, 그리고 늘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단 한 벌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다. 현재 미국의 꽤 유명한 여가수와 공동 작업 중인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큰 그물망처럼 생긴 메시 드레스가 인상적이었다.
천을 자르고 말아서 일일이 손으로 이어 붙인 것이다. 나는 늘 여성의 몸에서 영감을 얻는데, 몸 위에서 흐르는 듯한 실루엣으로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길 원했다.
런던 패션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쇼킹할 정도의 창의성이지만 당신의 옷은 꽤 웨어러블하다.
한국은 처음이다. 어떤 인상을 받았나? 알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나?
지금 가르치는 대학에 한국 학생들이 많아 꼭 와 보고 싶었다. 한국의 디자이너 중 아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이번 행사는 내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런던 컬렉션에 비해 정리가 잘 돼 있어 디자이너가 손 쓸 일이 별로 없었다. 끝나고 서울로 올라가 관광할 예정인데 무척 기대하고 있다.
일본 럭셔리 펑크 떠오르는 별 크리스찬 다다 Christian Dada
"이제 일본 패션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최근 유럽 바이어들의 한결 같은 말은, 이제나저제나 세계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을 날을 고대하는 아시아 디자이너들을 흥분시켰다. 그들이 "이제는 우리 차례"라고 벼를 때 일본은 뭘 하고 있을까?
크리스찬 다다는 무슨 뜻인가.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나?
기독교와 다다이즘의 합성어다.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평소 그것들이 풍기는 그로테스크하고 파괴적인 이미지를 좋아해서 만든 이름이다. 그냥 내 이름보다는 덜 딱딱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센고쿠와 바쿠마츠 시대 등 내전을 주제로 한 것이 재미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갑옷이나 투구를 연상시키는 옷들은 결국 그 혼란한 시대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 세계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긍정적인 것보다는 재난이나 하락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을 헤쳐나간 사람들을 통해 가느다란 한 줄기 빛(gleam) 같은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지금 일본 패션에는 컬러풀하고 섬세하고 동글동글한 것들이 많아 좀 차별화된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미숙한 부분이 많다고 여긴다.
당신의 옷을 두고 럭셔리 펑크라고 말한다. 디자이너의 펑크는 대중적인 펑크와 어떻게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나?
럭셔리 펑크도 스트리트 감성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수작업이라는 것이 차이점인데, 어렸을 때 자기 멋대로 스터드(징)를 박고 데님의 올을 찢으면서 재미를 느꼈던 기억이 브랜드의 바탕이다. 크리스찬 다다의 철학인 D.I.Y(Do it yourself)가 바로 그런 의미다.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ffiXXed
호주에서 태어나 순수 미술과 조형을 전공한 케인 피켄은 베를린에서 패션 업계에 종사 중인 피오나 로우를 만나 패브릭을 이용한 조각 작업을 함께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는 현재 중국 심천에 있는 스튜디오를 본거지로 '삶과 밀착된 옷'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삶을 사는 방식으로서의 옷'을 내세웠다. 무슨 뜻인가.
삶과 밀착된 옷이다. 옷은 일상과 분리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삶과 의류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 우리의 콘셉트다. 의 기본 자세는 모든 삶은 소통이라는 것이다. 옷은 일상과 소통해야 하고 일상은 직장 생활과도 소통해야 한다.
중국 심천에 있는 우리의 스튜디오는, 그래서 1층이 옷을 만드는 공간, 2층이 생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삶 전체를 유기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옷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을 살짝 개선한다. 앞에서 보면 옥스퍼드 구두인데 뒤쪽은 슬리퍼인 신발이라든가 클립을 디테일로 사용한 벨트, 지갑 분실을 대비해 토트백을 붙인 셔츠 등등. 모든 옷은 일상의 에피소드와 사물을 반영한다. 환경이 바뀌면 패션도 당연히 따라서 바뀌는 것이다.
옷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전형적인 패션의 그것이 아닌 제품 디자인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순수 미술과 조형 등 다른 예술 분야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패션의 관점으로만 옷을 대하고 싶지는 않다.
스튜디오 1층에서는 소규모로 옷을 생산한다고 했다. 환경을 위한 것인가.
이전에 홍콩에 있을 때는 공장에 맡겼는데, 그러면 화학 약품부터 불공정한 임금까지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인 일들을 확인할 수가 없다. 지금은 프린팅을 제외하고는 패턴부터 봉제까지의 전 공정을 8명의 팀이 전부 처리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이 심천에서의 삶을 반영했다면 다음 컬렉션은 어디인가. 계속 세계를 돌아다닐 생각인가.
중국에 작업실을 만들어 당분간은 여기에 머무를 것 같지만 베를린에 스튜디오를 하나 더 내고 싶다. 미디어가 차단 돼 있기 때문에 일부 사이트에는 접속조차 할 수 없어 외부와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