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R1200RT 시승기경찰 모터사이클 양대산맥… 럭셔리함과 안정성 두루 갖춰

경찰이 타는 모터사이클을 일명 '싸이카'라고 부른다. 경찰청에 공급된 대배기량 모터사이클로는 할리데이비슨 일렉트라 글아이드와 BMW R1200RT 두 종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로 의전용으로 사용되는 두 모델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경찰서에 600여 대가 공급됐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BMW R1200RT 2010년형 신모델. 처음 대면했을 때 잘 빠진 라인에 럭셔리한 느낌이 들지만 우선 큰 덩치에 부담감이 앞선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무게는 229㎏. 균형을 잃는 순간 혼자 감당하기엔 버거운 상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R1200RT에는 '모터사이클에 이런 장치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첨단장치들이 즐비하다. 서스펜션(승차감)을 세 단계(comport-normal-sports)로 조절할 수 있는 ESA 버튼을 비롯해 미끄럼(스핀)을 방지하는 ASC버튼, 주행 중 라이더의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실드의 높낮이 조절버튼, 크루즈 컨트롤 버튼, 라디오와 USB에 의한 MP3재생 오디오시스템, 핸들 그립 열선과 시트 열선 장치 등 웬만한 고급 승용차와 비교해 부족함이 없다. 가격 또한 국내산 중형차와 맞먹는 2880만 원이다.

시트에 앉는 순간 포근한 느낌이 들고 주행 중엔 편안하다. 착석하는 순간 라이딩의 기본자세가 저절로 잡힌다고나 할까. 시동을 걸면 2기통 박스엔진 특유의 우측으로 움직이는 진동이 느껴지고 엔진음은 부드럽다. 최고출력 110마력에 12.2㎏ㆍm의 두터운 최대토크는 1.2리터(1170cc) 엔진에서 무리 없이 발휘된다. 작은 차체에 100마력이 넘어선다는 건 엄청난 힘이다.

시속 100㎞가 승용차의 60㎞ 주행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이고 바람을 잘 막아줘 편안하다. 주행 가속감은 시원하다 못해 통쾌할 정도다. 제원상 0→100㎞/h 가속성능은 3.6초. 경험해보지 않으면 숫자에 불과한 수치가 아닌가 싶다.

시원스럽게 달리다가도 계기판 속도계를 보는 순간 핸들 그립을 잡은 손에서 힘이 빠진다. 안정감 있게 너무 잘 달려준다. 코너를 돌아보면 안전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이드백이 지면과 닿을 정도로 누워도 차체의 불안함을 느낄 수가 없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경찰업무를 수행중인 BMW R1200RT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약 190대가 경찰청에 납품되었다. 경찰 모터사이클로서의 임무수행에 높은 신뢰도가 인증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 김형연 경위는 "대한민국 경찰이 BMW 모터사이클로 임무수행을 한 것도 벌써 11년째 접어들었다"면서 "기존에 공급된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과 비교해 보면 큰 장단점이 있다기보다 순간 가속력이 특출해 기동성, 제동성, 운용성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이어서 "무더운 여름의 업무수행에 있어 BMW는 엔진커버가 있어 직접적인 열을 차단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보다 클래식한 할리데이비슨과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할리데이비슨보다 기본적인 부품 가격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 김인 경위는 "굳이 두 차종을 비교해 본다면 투어용으로는 할리데이비슨을 선택할 것이고, 업무적 용도로는 BMW를 선택할 것 같다. 할리데이비슨과 BMW 모터사이클의 질을 비교하기 앞서 국내산 모터사이클 업체의 기술력 개발이 따라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모터사이클산업협회(KoMIA)에 따르면 지난해 배기량 500cc 이상 모터사이클 판매순위에서 BMW R1200RT는 83대를 판매해 5위를 기록했다. 1위는 BMW의 스포츠모터사이클 S100RR(129대), 2위는 할리데이비슨 FLHR로드킹(122대), 3위는 BMW R1200GS(104대), 4위로는 혼다 GL1800골드윙(103대)이 차지했다.



글·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