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워싱, 생지 데님 인기…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제품 속속

의류브랜드 르샵
'청청 패션이라고 들어나 봤니?'

1980~90년대 청바지와 청재킷의 코디네이션을 두고 우린 '청청 패션'이라고 불렀다. 당시만 해도 청청 패션은 유행을 넘어 젊은이들만의 대화이자 문화였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일명 (마이클)잭슨 바지의 길이를 갖춘 청바지는 그야말로 대인기였다. 어깨와 팔뚝으로 떨어지는 소매가 풍성한 청재킷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촌스럽고 유치하다고 할망정 당시에는 파격적인 패션 중 하나였다. 그것도 10~20대만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처럼 보였다. 청청 패션은 그렇게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일아이콘이었다.

이 패션들이 그리웠던 것일까. 지난해만 해도 워싱이 강하고 진했던 데님들이 스키니진, 버블링 진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거리의 쇼윈도에는 전체적으로 워싱이 약해진 데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70~80년대 복고 트렌드의 부활

액세서리 브랜드 필그림
"다른 애들은 다 나이키와 프로스펙스인데 나만 뭐야···"

그리 먼 얘기도 아니다. 지금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들이 10대들의 소비시장까지 장악했지만, 불과 20여 년 전에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이 압권이었다.

20대들에겐 나이키, 프로스펙스 등의 운동화와 가방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런 액세서리들을 십분 살릴 수 있는 옷들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데님 패션이었다. 하얀색이 드러날 정도로 물이 빠진 청바지와 풍성한 느낌의 청재킷이면 됐다.

영화 <써니>에는 이런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서울로 전학을 간 여고생 임나미(심은경 분)는 여지없이 풍성한 청재킷을 입고 손에는 한 손에 들기도 벅찬 스포츠 가방을 들고 등교한다. 이 소녀는 청청 패션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청셔츠에 청재킷을 수시로 매치해 입고 나온다.

여기에 청바지까지 갖췄으니 그녀의 '청' 사랑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소녀들은 학교 축제 때에도 흰 셔츠에 청바지를 코디네이션하고 등장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청청 패션의 연속이다. 마치 그것이 80년대 대표 문화라도 되는 것처럼.

영화 '써니'
데님은 한동안 잊혔다가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어 닥친 복고 열풍으로 여러 변주를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색상이다. 마치 블랙을 연상하듯 워싱이 강하던 데님의 색상들은 하나같이 부드러워졌다. 좀 더 깨끗해지고 간결해졌다.

전체적으로 워싱이 약해지거나 아예 워싱을 뺀 생지 데님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추세다. 소재도 면이나 실크 같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색상은 더욱 청아해졌다. 다크한 컬러감보다는 푸른 청색이나 옅은 하늘빛이 도는 맑은 색의 데님이 가벼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청아한 색상은 여름 아이템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상이다. 데님이 색상의 채도를 낮추니 더 친근해진 인상이다.

이번 시즌 데님의 특징이기도 하다. SPA 패션 'H&M', '자라(ZARA)', '망고(MANGO)', '유니클로(UNIQLO)' 등의 매장에는 하늘빛의 데님들이 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70년대 복고 무대와 데님의 만남은 청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여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빛바랜 듯한 라이트 컬러와 부드러운 텍스처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부활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오히려 70년대 화려한 복고 프린트나 비비드한 컬러의 아이템과 청아한 빛깔의 데님이 만나면 더욱 트렌디한 스타일링까지 연출할 수 있다.

헤지스 액세서리
캐주얼 진 브랜드 파라수코의 황혜영 실장은 "올해는 워싱과 가공을 하지 않아 데님 그대로의 멋을 살린 생지 데님이 트렌드다. 청바지나 셔츠, 재킷, 원피스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데님 아이템들은 여성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톤온톤 매치나 벨트를 이용해 청청 패션도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

실루엣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겼다. 70~80년대 복고 스타일링이 데님의 중심 아이템으로 떠오른 지금, 어느 때보다 박시하고 와이드한 실루엣이 강조됐다. 워싱이 전혀 없는 생지 느낌의 데님 아이템이 그대로 의상에 접목된 것. 이 때문에 무릎 길이의 단정한 느낌을 주는 스커트나 소프트한 느낌의 와이드 팬츠를 더욱 복고적인 트렌드 아이템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더 복고적인 향수를 불러오지만 세련된 실루엣을 원한다면 '데님 온 데님'의 스타일링이 중요하다. 박시한 라인의 인디고 블루 컬러 셔츠에 다크 블루의 스키니 진을 함께 매치하거나 깔끔한 라인이 미디엄 블루의 데님 재킷에 라이트 블루의 스커트를 착용하는 것이다. 디테일이 강한 다른 아이템이나 액세서리는 최대한 절제해야 트렌디하면서도 시크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마케팅실 김송이 대리는 "면이나 실크처럼 부드럽게 가공한 데님 원피스는 우아한 진주 목걸이와 함께 매치하면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모스트릿닷컴
데님의 무한 변신

'글로벌 오가닉 데님 컬렉션(Global Organic Denim Collection)이라고?'

싱가포르 브랜드 '찰스 앤 키스(CHARLES & KEITH)'는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특별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글로벌 오가닉 데님 컬렉션'은 100% 오가닉 코튼(organic cotton)의 천연 데님소재를 바탕으로 방적부터 염색 등 전 생산 공정을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고수한 제품들이다. 데님을 이용한 환경을 재정비하자는 뜻이 담긴 것.

여기에 현대 여성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까지 반영했다. 데님소재를 퀼팅으로 처리해 체인과 믹스 매치한 미니백을 출시한 것. 리본 디테일의 하이힐과 함께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캐주얼 룩을 선보인다. 이 판매 수익금의 일보는 환경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이처럼 개성 있는 데님 액세서리들도 요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특히 백(bag)의 경우 모던한 스타일링에 캐주얼한 분위기가 더해져 남다른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백팩(back pack)은 데님 소재로 만들어져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시에 트렌디한 스타일까지 낼 수 있어 여대생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구두에서도 데님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제화 브랜드 나인웨스트 등도 데님라인을 더욱 풍성하게 구성했고, 은 데님을 이용한 주얼리를 내놓았다.

필그림은 "얇은 데님 소재의 팔찌나 목걸이 등의 주얼리는 포인트 스타일링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올 여름 스타일링에서 반드시 준비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