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350 카브리올레 시승기20초 만에 오픈카 변신… 신호대기 때마다 스포트라이트 받는 느낌

봄과 여름의 경계점을 지나는 요즘 같은 날씨엔 에어컨을 켜기도 히터를 켜기도 애매해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어쩔 땐 천장을 날려버리고 달리고 싶은 심정도 들 것이다. 바로 일명 오픈카다.

오픈카는 지붕 재질에 따라 하드탑과 소프트탑으로 나뉘는데 자동차 브랜드별 컨버터블(미국식표기-convertible)이라 부르기도 하고 카브리올레(유럽식표기-Cabriolet)라 지칭하기도 한다.

이번에 시승한 E350 카브리올레는 천 재질로 구성된 소프트탑으로 20초 만에 오픈된다. 이런차들은 탑(지붕)이 닫혀있을 때보다 오픈되어 있을 때 어딜 가나 눈길을 끌고 스타일이 살아나기 마련이다.

시승 내내 주차할 때 외에는 거의 오픈한 상태로 다녔고 신호대기 때마다 주위 시선에 태연한 척 표정연기를 해야만 했다. 이때가 아니고선 언제 이런 시선을 한 몸에 받아보겠는가.

앞부분은 큼지막한 벤츠 엠블럼과 그릴을 사이에 두고 직사각형의 날카로운 눈매에서부터 고급스럽고 강한 인상을 풍긴다.

전체적인 실내 인테리어는 클래식함 속에 현대적인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이런 부류의 차들 대부분이 뒷자리가 좁아 성인이 앉기에 불편하기 마련인데 반해 E350 카브리올레는 공간이 넓은 편이다. 버킷형 운전석 시트에 앉아 문을 닫자 안전벨트 고리가 슬며시 잡기 좋게 튀어나온다.

시동을 켜면 엔진 소리조차 고급스럽게 들린다. 차분하게 깔린 듯 무게감이 느껴지는 음색이 아닌가 싶다.

7단 자동변속기를 물고 있는 이차의 심장은 3.5리터 V형 6기통 엔진에서 272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최근 브랜드별 직분사엔진 장착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벤츠가 주력하는 CGI(직분사)엔진이 아쉬울 따름이다. 현대차의 경우 GDi엔진이 모든 라인업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보면 초기 반응이 빠르게 느껴지진 않지만 2400~5000rpm영역에서 발휘되는 35.7㎏∙m의 최대토크로 시트와의 압착력을 높여준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자 몸으로 밀어붙이는 가속력은 마치 디젤엔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묵직한 맛이 인상적이다.

시속 180㎞에 바늘이 순식간에 도달한다. 엉덩이로 전해오는 딱딱한 시트만큼이나 탄탄한 하체로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려준다.

따사로운 햇살을 뒤로 하고 바람을 가르는 이 맛은 도시 속의 갑갑했던 일상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금방이라도 청명한 구름 사이로 날아갈 듯 하다.

최고 제한속도는 250㎞/h, 0→100㎞/h 가속성능은 6.8초.

탑을 닫고 달리자 소프트탑 임에도 하드탑 수준의 방음이다. 이는 외부 소음을 최소화하는 흡음재가 혼합됐기 때문이다.

차가운 밤공기도 문제없다. 시트 목부위 '에어스카프'가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따뜻한 바람을 불어준다. 국내 판매가격은 8740만 원.



글ㆍ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