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뒤웅박 고을씨앗 보관하는 뒤웅박처럼 미래 식문화 가꾸는 전통 장류 공원 표방

뒤웅박 장독대와 동월당
충청남도 연기군 전동면 미곡리·청송리와 전의면 동교리·신정리 경계 지점에 해발 460미터의 운주산(雲住山)이 솟아 있다. 정상부 일원에 백제 때 축조된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서 고산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운주산성(충남기념물 79호)을 품은 산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산세를 지닌 운주산 남동쪽 기슭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효심이 배어 있는 전통장류 테마파크가 들어서 있다.

일평생 장독대를 어루만지며 전통장류를 담아온 어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동월 손동욱 씨가 세운 장류공원인 뒤웅박고을이다. 2000년 마스터플랜을 짠 이후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 조성한 뒤웅박고을은 2009년 가을에 문을 열고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뒤웅박이라는 이름을 붙인 연유가 궁금하다. 뒤웅박은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어 속을 파낸 바가지를 말한다. 요즈음에는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 그릇이 귀할 때 마른 그릇 대용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특히 가을철 추수가 끝난 뒤 이듬해의 풍농을 위한 종자를 보관하던 소중한 용기였다.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소중한 씨앗을 보관하던 뒤웅박처럼, 저희 뒤웅박고을 장독에는 단순히 장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건강한 식문화를 가꾸는 알찬 씨앗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립자인 손동욱 씨는 말한다.

전국의 장독들을 수집해 전시한 팔도장독대
토속적인 정취가 그윽한 수천 개의 장독들

뒤웅박고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담뜰이 반긴다. 해담뜰은 '맑은 햇살과 청정 바람이 스미는 집안의 뒤뜰'이라는 뜻. 뒤웅박고을의 해담뜰은 다래넝쿨 산책길로 왼쪽으로는 십이지신 거리, 오른쪽으로는 시비 거리가 이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들이 새겨진 시비 거리도 눈길을 끌지만 그보다는 12가지 띠별 동물 조각들이 늘어서 있는 십이지신 거리가 흥미롭다. 동물 조각 옆에는 각 동물별 성격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글들이 새겨져 있다. 풍자와 해학이 담긴 글들을 읽노라면 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해담뜰을 벗어나면 어머니 장독대와 만난다. 설립자의 모친이 평생 쓰던 장독들을 뒤웅박고을 한가운데에 모아놓았으며, 1986년 작고한 어머니 동상도 함께 모시고 있다. 정직한 자연을 섬기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정갈하게 장을 담아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는 곳이다.

어머니 장독대 앞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이곳 으뜸의 볼거리인 뒤웅박 장독대가 펼쳐진다. 수천 개에 이르는 장독들이 이루어내는 토속적인 정취가 그윽하다. 햇볕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황토로 높은 단을 쌓아 기초를 다지고, 바닥에 잔돌을 깔고 황토 벽돌로 받침대를 만들어 전국에서 수집한 장독들을 한 데 모아놓은 곳이다.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세워놓은 주상절리원
향수에 젖어 장독들을 바라보는데 운주터널을 빠져나온 고속열차 KTX가 앞으로 쏜살같이 내달린다. 전통 문화와 첨단 과학기술의 어색한 만남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야릇해진다.

곳곳에 드리워진 우리네 옛 풍경들

어머니 장독대 위로는 팔도장독대가 자리해 있다. 전국 팔도의 장독들을 수집해 전시해 놓았으며 각도별 장독의 특징도 적어 놓아 우리 장류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해담뜰과 장독대들 말고도 이곳에는 구경거리가 많다.

전통생활풍경원에는 제사, 장기, 엿장수, 전통혼례 등을 상징하는 다양한 석물들이 늘어서 있어 우리의 옛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오줌싸개가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며, 아들에게 회초리를 든 어머니 모습에서는 참교육이 사라져가는 요즘 세태와 비교되어 숙연한 느낌이 든다.

운주산에서 흘러온 맑고 깨끗한 물과 기암괴석, 물레방아와 분수, 다양한 조형물 등이 어우러진 연못인 뒤웅박정원지는 가족이나 연인끼리 쉬며 오붓한 대화를 나누기에 그만이다.

해담뜰 십이지신 거리의 양 조각
주상절리원에는 수십 개의 주상절리가 다양한 형태로 세워져 있어 흡사 제주도 해안이나 금강산 총석정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통찻집 겸 한옥생활체험관인 동월당은 처마의 곡선미가 예스러운 초익공 양식의 한옥이다.

뒤웅박고을에서는 된장 담그기, 메주 만들기, 두부 만들기, 콩 삶기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장향관내 한식당에서는 이곳에서 담근 장류를 이용한 푸짐하고 맛깔스러운 한정식을 맛볼 수 있으며, 전시판매장에서는 된장, 집장, 간장, 참깨 등 친환경 농산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개장 시간은 3~11월에는 오전 9시~오후 7시, 12월~2월에는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입장료는 없다. 다만 취사도구, 인화물질, 애완동물, 돗자리, 음향기기 등은 반입이 금지된다. (041-866-1114, 1588-0093)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천안 분기점-천안논산(25번)고속도로-남천안 나들목-세종로-청람 교차로-운주산로-배일길을 거쳐 뒤웅박고을로 온다.

대중교통은 경부선 전의역에서 조치원 방면 버스를 타거나, 조치원역에서 전의 방면 버스를 타고 청송1리(청송산업단지 입구)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20분쯤 걷는다.

운주산의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뒤웅박정원지
맛있는 집

고려대학교 조치원 캠퍼스 인근의 약산쌈밥(041-867-7181)은 돌솥쌈밥 전문점으로 인기가 높다. 30~40가지나 되는 싱싱한 쌈감과 맛깔스럽게 볶은 쌈장, 칼칼한 된장찌개, 영양돌솥밥이 조화를 이루어 입맛을 돋운다.

거기에다 생선구이, 전류, 장떡, 파채와 나물무침, 오이지와 마늘장아찌, 연두부 등 20~30가지 반찬이 곁들여 전라도 한정식 차림을 방불케 한다.

식사가 끝나고 돌솥밥에 숭늉을 부어 맛보는 누룽지 맛도 일품이다. 돌솥쌈밥에 보쌈이 추가되는 보쌈정식과 불고기가 추가되는 불고기정식도 인기를 끈다.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