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경북 청송 달기약수

경상북도 청송(靑松)은 학이 푸른 솔에 깃든 것처럼 청정하고 아름다운 고장이라고 해서 불리는 이름이다. 청송에는 명승지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주왕산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주왕산 국립공원은 대전사가 자리한 외주왕, 절골을 품은 내주왕, 그리고 달기약수 지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 북부 지역인 청송읍 부곡리 계곡에 있는 달기약수는 진보면 신촌리의 신촌약수와 더불어 청송의 양대 명천으로 꼽힌다.

달계약수라고도 일컫는 달기약수는 염소이온, 유리탄산, 아연, 황산이온, 철분, 질산성질소, 규산 등을 함유한 알칼리성 탄산천으로 위장병, 신경통, 빈혈, 만성부인병 등 성인병 치료 및 예방에 효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기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사계절 나오는 양이 일정하고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으며 빛과 냄새가 없다. 또 약수로 밥을 지으면 밥의 색깔이 푸르스름하고 찰기가 있다.

해마다 마을 사람들이 영천제를 열고 하늘에 제사 지내는데 올해로 벌써 50회째를 맞이했다. 다른 약수와는 달리 하탕, 신탕, 성지탕, 중탕, 천탕, 상탕 등 6개의 약수탕(약수터의 이 지방 명칭)이 약 700미터 사이에 줄지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청송민속박물관 내부전시실의 길쌈 모형
조선 25대 왕인 철종(재위 1849~1863년)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낙향하여 이곳에 자리 잡고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수로 공사를 하다가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를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 지역의 지명은 조선시대 말까지 청송군 부내면 달기동이었으나, 1914년 부군(府郡) 통폐합을 하면서 청송면으로 개칭함과 동시에 행정구역을 부곡리로 변경했다. 달기동은 '달이 뜨는 곳'이라 하여 불려온 이름이다.

선경을 뽐내는 월외계곡과 달기폭포

달기약수 인근 부곡리 냇가에는 노거수인 왕버들이 있었다. 수령 300년의 부곡리 왕버들은 땅 위 1~2미터 되는 곳부터 줄기가 크게 갈라지면서 웅장한 자태를 뽐내어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297호로 지정되었다.

나무의 높이는 약 20미터로 가지가 사방으로 9~16미터로 뻗어 우아하면서 당당한 모습을 자랑했다. 그러나 2002년 8월 태풍 루사의 피해로 유실되어 천연기념물 지정에서 해제되었으며 현재는 나무의 일부분이 청송민속박물관 앞마당에 누워 있다.

청송민속박물관의 물레방아
달기약수탕 동쪽의 월외동에는 월외계곡이 굽이쳐 흐른다. 태행산과 월명산 사이로 뻗어 내린 월외계곡은 주왕산 국립공원에 편입되어 있으며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계곡, 시원스러운 폭포가 어우러진 선경을 자랑한다. 월외계곡의 핵심은 달기폭포 일원이다.

달기폭포는 달기약수에서 월외계곡을 거슬러 동쪽으로 약 5㎞ 지점에 있다. 주왕산 9경 중에 제8경인 달기폭포는 지명을 따서 월외폭포라고도 불린다. 달기폭포는 기암절벽을 타고 10여 미터 높이에서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장쾌하다. 주왕산 제1폭포가 여성에 비유되는 반면 달기폭포는 남성에 비유될 만큼 물줄기가 힘차다.

폭포 아래로는 큼직한 기암괴석들이 뒹굴고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소(龍沼)가 입을 벌리고 있다. 옛날에는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깊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달기폭포 못미처 길가에 있는 노루용추의 절묘한 자태도 눈길을 끈다.

월외리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054-873-1138)이 조성되어 있어 고추 및 옥수수 따기, 감자·고구마 캐기, 도토리 줍기, 산나물 채취, 두부·메밀묵·고추장·된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황토방 민박에 묵으면서 달기약수와 월외계곡을 둘러보기에 알맞다.

청송민속박물관도 둘러볼 만해

맑은 물이 굽이치는 월외계곡
달기약수 및 폭포를 오가는 김에 청송읍 송생리에 있는 청송민속박물관도 둘러보자. 1993년 3월 착공하여 6년 만인 1999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점차 사라져가는 민속자료를 보존·전시·연구함으로써 청송 문화의 뿌리를 되새기고 온고지신의 정신을 일깨워 후세대의 문화유산으로 길이 남기려는 목적으로 세워졌다.

청송민속박물관은 총부지 1만 5120㎡에 연건평 700.45㎡, 전시면적 397㎡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총 소장 자료는 672종 3,200여 점에 이른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의 내부전시실에서는 청송의 세시풍속을 주제로 하여 정월부터 섣달까지 행해지는 농가의 다양한 습속들을 소개하고 있다.

야외전시실에는 예전에 청송에 있던 주막, 물레방아, 연자방아, 조산, 입석(선돌), 원두막, 꽃돌 등이 복원되어 전통적인 모습을 재현하고 있으며 하늘 높이 서 있는 장승과 솟대도 눈길을 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겨울 오후 5시)이며 법정공휴일 다음날과 신정·설날·추석 연휴에는 휴관한다.

찾아가는 길

서안동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34번 국도-안동-34번 국도-진보-31번 국도-청송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동서울, 부산, 동대구, 안동, 영천 등지에서 청송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 다음, 달기약수 방면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맛있는 집

달기약수탕 지역의 식당들은 약수백숙을 별미로 내세운다. 인삼과 황기, 감초와 밤, 대추, 녹두 등을 넣고 삶다가 닭이 알맞게 익으면 닭은 건져내 접시에 담고 국물에 쌀을 넣어 죽을 쑤어낸다.

달기폭포 아래 용소
철분이 많이 함유된 탄산약수로 삶아서인지 푸르스름한 빛깔이 나며 닭의 지방이 말끔히 제거되어 맛이 담백하다.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우며 소화도 잘되지만 장이 나쁜 사람은 설사에 주의해야 한다. 찜닭, 닭불고기, 옻닭 등도 맛볼 만하다. 어느 집이든 비슷한 맛을 내는 듯하다.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